동주(DongJu ; The Portrait of A Poet)(2015)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에 바람이 스치운다. - 윤동주 <서시> -

역사적인 우리나라 문학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는 아마 <동주>가 최초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다뤘다 하여도 대부분 왕이나 정치가, 장군 같이 역사에 굵직한 한 획들을 그은 인물들이 대다수였고, 문학인을 소재로 하였더라도 실존이 아닌 가상 인물들이었다. <은교> 의 이적요 시인도 가상인물이다. 그러던 와중, 단 한 번도 선택하지 않았던 윤동주 시인을 이준익 감독이 주인공으로 삼아 영화를 만들어냈는데, 윤동주 사후 70여년 만에 그의 평전 이후로는 사실상 최초인 셈이다. 그렇기에 윤동주를 시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 사이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영화 <동주>는 일제 강점기라는 특수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살다 간 윤동주를 가급적 꾸미거나 미화하기보단 있는 그대로 다뤘다.사람들은 시인 윤동주를 알지만, 그의 사촌인 송몽규의 존재를 잘 모른다.

윤동주와 송몽규, 두 사람은 노선이 달랐다. 언제나 행동을 앞세운 송몽규는 자신의 이념을 앞세워 항일투쟁을 벌일 때, 내성적인 윤동주는 자신이 직접 써내려 간 시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내였다. 극명하게 상극일 순 있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잘 이해했다. 동주가 망설이면, 몽규는 그를 끌고 갔다. 몽규가 전면에 나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 동주는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자화상으로 표현했다. 영화 후반부에 일본 경찰로부터 인정하라고 서명을 강요받던 죄목을 대할 때, 동주와 몽규는 서로 다른 이유를 대면서 '부끄럽다' 고 대답했다.

몽규는 진짜로 자기 자신이 재일 조선인 학생들을 규합하고 독립운동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동주는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조국을 위해 투쟁하기보단 그저 시인이 되길 원했던 자기 자신을 향한 부끄러움을...

정지용 시인이 말했듯이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라는 표현이 이 북간도출신 두 청년에게 어울리는 말이라 생각되었다. 각자 추구했던 방향은 서로 달랐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 그들은 얼마나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가!

이 영화가 흑백영화로 다뤄진 점에 관해 이준익 감독은 저예산 영화이기에 돈이 없어서였고, 그리고 시인 윤동주에 대한 이미지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굳이 <동주>를 흑백으로 표현하여 극장판에 내건 것이 오히려 이 영화를 단순하게 만든 감이 없지 않나 싶다. 흑백영화를 굳이 표현할만큼 장면이 아름다웠던 것도 아니었고, 흑백장면 특유의 극적인 요소가 추가적으로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영화의 흐름을 좌우한 것은 중간중간 등장했던 나온 윤동주의 시 낭독이었지, 컬러영화로 살렸어도 문제될 것은 없었다 생각된다. 흑백영화로 두 인물이 옥사하기까지 전부를 담아낸 것 같지만, 도리어 너무나도 단조롭고 평이했기에 아무것도 담아낸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 영화를 더욱 더 빛나게 해준 것은 주연배우였던 강하늘과 박정민의 역할도 제법 컸다.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 당시 배우 캐스팅에 상당히 고민했는데, 이 영화가 저예산 영화였기에 <사도>에 출연했던 유아인이 직접 출연하겠다는 것도 거절했다. 그러던 와중,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났던 배우 황정민의 추천으로 강하늘과 박정민이 물망에 올라 그들에게 동주와 몽규의 역할을 주었다. 강하늘과 박정민, 두 20대 배우의 연기력이야 여러 작품 속에서 인정받고 있던 터였고, 이번 <동주>를 통해 그들은 자신들의 필모그라피를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특히 박정민은, 주로 저예산·독립 영화에 출연했기에 대중들에는 익숙치 않은 이름이었는데 이 영화를 발판으로 자신의 인지도를 쌓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 <동주> 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시 <서시> 처럼 우리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던가, 동주도 몽규도 자신들이 부끄럽다고 표현했는데, 우리 자신은 어떠할까 라는 스스로에 대한 성찰, 그리고 저예산 영화가 가면 갈 수록 소외당하고 특정 영화들의 스크린 점령에 대해 우리는 부끄럽지 않는가에 대한 성찰, 나름 여러가지 이유로 택한 흑백 영화가 오히려 윤동주와 송몽규를 더 우리에게 다가오게 할 수 있었던 것을 막지 않았나에 대한 생각,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원문 : http://syrano63.blog.me/220639731452

남다른 주관과 철학. 인스타그램 계정 : @j.hyun.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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