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곰난심일기 #8 십구나 이십구나 >

#8 십구나 이십구나

아무 생각 없이 TV 앞에 앉아 휴대전화를 만지다 고개를 돌려 방송을 보았다.

유재석이 진행하는 동상이몽 프로그램.

미용을 꿈꾸는 학생과 미용을 하는 어머니 사이의 갈등을 방송하고 있었다.

남의 일이겠거니.. 저렇게 해결이 되나 싶은 생각과 함께 눈은 다시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었다.

그러나 들려오는 소리에 휴대폰을 한쪽에 놓고 보기 시작했다.

19세의 나를 상상하며 객관적으로 한번 생각해봐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어머니의 잔소리, 비교하는 소리, 말을 끊는 것.

"아이고 ~ 저러면 아들이 더 엇나갈 텐데 ~ "

아들의 대들 때 말투, 집을 나가는 모습.

"아이고 이 녀석아 그러면 안 돼~~"

드라마를 시청하는 아주머니처럼 나는 방송에 빠져 말하며 시청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관점에서 아들의 관점에서 편집을 참 기가 막히게 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까지 시청했고, TV를 껐다.

뭔가 거슬리는 생각? 느낌? 감정?

모호한 불편함이 마음속에서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었다.

방에 들어가 바람막이를 걸치고 베란다에 나가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머리부터 스며들었고, 다시 마음속 모호한 불편함을 꺼내보았다.

인정하기 싫으면서도 보아야 하는 그 마음.

그것은 꿈, 미래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19살에 했던 고민을 29세에 또 하고 있는 허무함?

10년의 세월이 알려준 것이 없었나? 왜 또 하지도 못한 일에 대해 망설임과 고민을 끄집어내는 것인가?

언제나 할 수밖에 없는 고민이라고 말한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으면 자신의 꿈을 한 번쯤은 생각하니까.

그 꿈이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하고 싶은 일이 맞는지 아닌지도 스스로 모르면서 고민을 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대학을 다녔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고민을 한다.

TV 속 아이와 엄마를 보면서 내가 했던 말들. 우습다.

비록 아이는 부족한 모습을 보였지만 꿈을 키우고 있었고, 마지막 모습은 스스로 꿈을 믿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열아홉 살의 나는? 노력했다. 분명히.

낮았던 성적을 높이기 위해 악착같이 공부했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해서 학교에 갔고 밤 12시 심야자습까지 하고 귀가했었다.

그렇게 고등학교에 다녔고, 원하는 성적을 받지 못한 수능채점에서는 온종일 눈물로 적셨다.

난 뭘 잃어버린 걸까.

어렸던 그때의 나도 그렇게 악착같이 살았는데, 지금 나는 그때의 악조차 남아있지 않는 걸까?

일상에 젖어버린 몸이 가슴 속의 열정까지 식혀버린 것은 아닐까?

내일부터 더 열심히 살아야지. 뭘 어떻게?

이미 살면서 수천 번, 수만 번은 했을 이런 결심 말고 마음속에 있는 이 불편함을 지워버릴 탄탄한 계획, 튼튼한 마음이 필요하다.

악이든 끈기든 노력이든, 열심히 사는 척이라도. 내가 살아갈 연료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것이 당장은 없어도 지금 이 감정을 한동안 품고 지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오늘만은 이 허무함을 좀 더 느껴야겠다.

'십구나 이십구나 똑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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