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보고

1. 요즘 영화 귀향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잘 알려졌듯 영화 귀향은 위안부 성 노예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작품에서 다뤄진 일본군이 악랄한 이유는 주로 어리고 여린 이들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본의 만행은 제국주의에 대한 맹신에서 비롯된다. 일제 황군의 그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지휘체계는 알량하나마 권력을 쥐게 된 이들을 미쳐 날뛰게 한다. 폐쇄된 특정집단 속 몇몇의 소영웅주의가 빚어낸 참극은, 권력을 가진 자가 그것을 확인할 때 나타난다. 그 확인이란 약자를 유린하는 것으로, 대개 성적인 형태를 띈다.

2. 폐쇄된 조직이 이런 사건을 대응하는 방식은 어디나 비슷한 듯하다. 조직은 또 다른 권력기관과 결탁을 하거나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해서 일을 무마한다. 그러나 그런 일이 언제까지고 비밀일 순 없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보스턴 카톨릭 교구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보스턴 글로브 지의 탐사보도 팀 스포트라이트는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로 추기경을 중심으로 한 측근들로부터 수많은 아동들이 추행 당한 사건을 파고든다. 영화는 타임라인에 충실하다. 스포트라이트 팀이 사건을 배정 받아 파헤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그 결과 스포트라이트는 보스턴 교구의 가려진 이면을 재조명해낸다.

3. 우리에게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 영화 도가니로 잘 알려진 인화학교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그곳의 원장과 선생들은 아동들에게 끔찍한 폭력을 행사했다. 그리고 사건은 은닉되었다. mbc pd수첩과 공지영의 소설, 이를 바탕으로 한 동명의 영화로 세간의 관심을 얻고나서야 겨우 처벌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도가니의 현실은 스포트라이트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보스턴 교구는 3억 5천만 달러에 달하는 합의금으로 파산 지경에 몰렸으며, 피해자는 최고 3천만 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합의했다. 반면에 인화학교의 가해자들은 어떠한가. 원장은 처벌없이 지병으로 죽었고, 교사들은 아직 교단에 있다. 그래서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영화 도가니와는 달리 그런대로 뒷맛이 깨끗하다. 미 전역에 걸쳐 수많은 피해자가 있었으나, 적어도 세상에 알려져 다소간 처분을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4. 보도를 앞둔 미팅에서 스포트라이트 팀장은 자신이 소홀했던 것을 반성한다. 한참 전에 그 사실을 알았으나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을 말이다. 이에 총 편집부장인 벤은 이런 말을 한다. 어두운 곳에서는 밝아진 뒤에야 욕할 것들이 보인다고. 어두울 땐 부딪히는 것들에 대해 알지 못한다. 불을 켜서 확인해야 그것들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된다. 언론의 역할은 이처럼 불을 밝히는 것일 테다. 그래서 보스턴 카톨릭 교구의 사건에서처럼 신앙을 무기로 권력을 행사한 것을, 그것이 심지어 아동을 성추행한 것임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들이 크고 작은 죄를 서로 감춘 것을 들춰내야 한다. 그동안 비추지 못했던 불편한 것들을 말이다.

5. 언론이 그렇게 밝힌 사실을 우리는 두렵더라도 마주해야 할 것이다. 보이지 않을 때 막연히 가진 두려움은 그것들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무서울 것이란 맹신을 깨트려야 한다. 맹신이 우리의 눈을 멀게 한다. 그러므로 언론이 비추는 조명이 중요하다. 이제 우리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맹신을 깰 준비가 됐다. 우리사회의 주요 언론들은 어떠려나. 어디에 조명을 비추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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