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전쟁 –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위협(정민철)

작년 한해 정부에서 줄기차게 추진한 국정교과서 채택 시도는 이미 검정화 된 교과서를 근거 없이 좌경화 되었다고 몰아붙이면서 다시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이해하기 힘든 논리를 바탕으로 전개되었다. 문제는 추진과정이 국가가 주도하는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과정과 절차를 무시한 채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필진조차 공개하지 않은 채로 편찬 작업은 진행되고 있다. 이 사태의 결말이 더욱 걱정스러워지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좌경화’, ‘북한’, ‘공산주의’와 관련하면 항상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유언비어들, 체계적이지 않지만 생각 없이 본다면 쉽게 믿을 수도 있는 근거들을 하나하나 논박해주고 있으며, 그 근거들이 교과서를 바탕으로 학습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의 입장에서 쓴 것이라 더 신뢰도가 있다. 그렇다, 결국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논란의 피해자들은 1차적으로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정책의 피해자는 당사자들이 아니라 학생들의 학업 부담과 혼란으로 돌아올 것이 아닌가?

학생이 아닌 입장에서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정부가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교과서를 수정하려고 온갖 시도를 다하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는 이전에 정부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한 교과서로 검정 교과서의 일부를 대체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더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정부가 과정조차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진행하고 싶어할만한 그 이유를 알아야 될 것이다. 그래야만 관심 없는 사람의 눈에는 그럴 수도 있다, 혹은 예전에도 국정교과서였는데 다시 좀 하면 어떻냐는 식의 논리를 설득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교과서가 패배주의를 가르치고 있다는 여당 대표의 말은 지금의 이 사태가 어디에서 왔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작은 단서가 된다. 패배주의, 그 말은 곧 우리나라의 기적과 같은 경제 성장과 발전을 긍정하고 싶은 논리라고 할 수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고 세계를 놀라게 한 우리에게, 몇 가지 사소해 보이는 문제들은 이제 지나간 일이거나 그런 희생을 통해 경제가 발전한 것이라 생각하고 싶은 것이리라. 그들을 그 위치에 올려놓은 승자 독식의 논리, 더욱 강한 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논리는 우리나라 역사를 지배하는 커다란 원리이며 일제 시대는 그렇기에 약했던 우리나라가 일본의 지배하에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는 기간이었을 것이며, 그 성장의 준비는 공산주의의 침략과 위협으로 잠시 흔들렸으며 이승만과 박정희 시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꽃을 피웠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민주화 운동과 노동 운동을 위해 싸운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해석될까? 지금의 야당을 바라보는 틀을 만든 것처럼 그들도 국가의 발전을 가로막는, 발목 잡는 존재들처럼 여겨지지나 않을까 두렵다. 사실 노조만 없었다면 3만불 경제 성장을 했을 것이라는 여당 대표의 말은 그들의 그런 인식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말이다. 그들에게 전태일이, 김대중이, 수많은 민주화 투사들마저 얼마나 귀찮은 존재로 여겨지겠는가? 그러니 그렇게 기를 쓰면서 교과서를 뜯어고치고 싶은 것이리라.

그래서 적어도 이 책을 읽었다면, 당장 눈앞에 도사린 보이지 않는 위협을 무시하지는 말아야 하겠다. 역사를 고치려는 시도는 시작일 뿐이다. 그들은 우리가 사는 사회를 더욱 무한 성장의 신화에 묶으려고 발버둥 칠 것이며, 그런 무한 성장의 희생에 반발하는 사람들을 방해꾼, 빨갱이로 몰아붙일 것이고 결국 희생당하는 것은 남이 아닌 우리 자신이 될 것이다. 단순히 교과서 문제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중국어 문화학과를 다니며 장래 훌륭한 동양사학자가 될 정민철군이 쓴 역사전쟁 서평입니다)

Cards you may also be interested in
박노해의 걷는 독서 7.29
poetphoto
5
2
0
5년째 한국어 배우는 일본 할아버지.JPG
baaaaang
96
19
9
통일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goalgoru
8
4
4
한반도 역사상 가장 억울한 왕.jpg
ihatecocacola
36
8
5
박노해의 걷는 독서 8.3
poetphoto
3
1
0
조국, 국대떡볶이 대표 고소…"허위사실 법적 책임 져야"
nocutnews
6
0
1
당신이 몸짱이 아니어도 되는 이유
water101
215
99
25
필리핀 두테르테 근황
fromtoday
6
1
2
박노해의 걷는 독서 7.26
poetphoto
8
2
0
박노해의 걷는 독서 7.30
poetphoto
5
4
0
"배수로 확장 요청 묵살"…안일함이 불러온 참사
nocutnews
5
1
1
내 삶을 돌아보는 몇가지 질문
kungfu1
3
3
0
자도 자도 피곤한 뜻밖의 원인?
papervores
85
175
2
동네정육점에서 한우를 못사는 이유
goalgoru
47
8
10
[사무리] 갑자기 조국 앞에서 겸손해진 언론들ㅣ200729-2
philosophy78
6
1
1
합성 아니야? 동물의 실제 덩치 체감 짤
GGoriStory
40
11
5
조국, 국대떡볶이 대표 고소…"허위사실 올려 명예훼손" 조국이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는 지난해 9월 페북에 "조국은 코링크를 통해 중국 공산당 돈과 도움을 받았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다"며 "문제가 된다면 고소하라. 감옥가야하면 기꺼이 가겠다'고 했다. 김상현은 자신의 소원대로 감옥가는 길만 남았다. 조국은 김상현을 고소하면서 "자신의 글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임을 알면서도 법을 조롱했다. 유명기업 대표의 무책임한 행동은 법적책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조국은 자신과 가족에 대한 허위비방 글과 영상을 올린 블로거와 유튜버들에 대해서도 고소인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조국 응원한다.!! https://m.yna.co.kr/view/AKR20200802031400004?input=kks
plus68
13
0
1
박노해의 걷는 독서 8.1
poetphoto
5
3
0
당신의 성공동력은 무엇인가?
kungfu1
5
2
0
통일에 대한 시각, 부작위 손실
goalgoru
32
18
9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