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한민족의 고대사는 없다. 있을 수가 없다

재야사학의 대표주자, 환단고기

‘한민족의 잃어버린 문화와 역사를 되찾는’ 집단이 있다. 사실상 종교집단 수준인데 어마어마한 재력을 자랑한다. 케이블 TV에도 거의 정규 편성 수준으로 강의가 방영되고 있고, 국제도서전을 가 봐도 가장 큰 부스를 만들고 홍보에 전념하는 집단이 있다. 바로 ‘환단고기’라는 책을 숭배하는 집단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 환단고기 계열을 곧 재야사학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재야사학계는 학계로 구분될 만큼의 구체적인 범주를 가지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기존의 역사학계(재야사학자들은 이들을 강단사학자라고 부른다)를 비판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들끼리의 합의된 내용이라던지, 그들만의 연구 경향 같은 것들을 체계화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실제로 이만열 국사편찬위원장 시절에 재야사학계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제도권의 노력도 있었지만 무산되기도 하였다. 여하간 범주를 좁혀보자. 환단고기.

환단 고기를 숭배하는 집단은 기존의 한국사 체계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잘못된 한국사 체계(그들이 주장하는 기존 역사 교육 과정) : 단군조선 → 기자조선 → 위만조선 → 한사군 → 연맹왕국

바른 한국사 체계(그들이 옳다고 주장하는 과정) : 환국 → 배달(신시) → 조선(단군) → 북부여(열국시대) → 고구려(사국시대)

학교에서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는다

초입부터 잘못되었다. 기자조선은 교육되지 않는다. 기자조선은 학계의 꾸준한 연구에 의해 역사적 허구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교과서에 이런 내용은 없다. 물론 단군조선이라는 용어도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다. 고조선은 청동기 시대와 철기시대를 관통하며 성장한 나라이다. 따라서 청동기 시대를 서술하면서 잠깐 등장하고 다시 청동기를 바탕으로 한 최초의 국가 정도로 기술된다. 위만조선의 경우는 성립 시기가 늦고 한나라와의 충돌 등 명확한 역사성을 확보한 나라이기도 하고, 본격적인 철기 문화 유입 같은 뚜렷한 변화가 발생한 시점이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교육 내용이다. 교육의 목적은 ‘최초의 민족적 시원’인 고조선 혹은 위만조선이 아니다. 만주와 한반도에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가 있었고 이 후 동이족, 예맥족 같은 여러 족속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중국과는 분명히 다른 정치체이자 국가였던 고조선이 출현했다는 점이다.

한사군에 대한 서술은 사실상 교과서에 거의 없다. 한사군 자체가 오래가지 못했을 뿐더러 그나마 평양에서 오랜 기간 존속되었던 낙랑군 역시 사서에는 오랫동안 등장하지 않을 정도로 제한적인 도시 국가 정도로 추정되기 때문에 기껏해봤자 고구려에 편입되는 형태로 서술될 뿐이다. 교과서는 한사군이 아니라 ‘연맹왕국’ 단계를 기술한다. 철기로 문명의 수준이 바뀌고 단일한 나라는 아니지만 여러 형태의 연맹체, 국가체가 형성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부여, 고구려, 동예, 옥저, 삼한에 관한 서술인데 워낙 사료가 적기 때문에 일관되고 체계적인 서술을 하기 보다는 기록을 기초로 각국의 정치체제나 풍속 정도가 소개되는 수준이다.

환단고기류가 주장하는 ‘잘못된 한국사’ 체계는 교과서에 존재하지 않는다. 학계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시기는 ‘한민족의 한 국가’가 존재하던 시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민족도 없고, 하나의 나라도 없던 시절. 선사시대에서 역사 시대로 넘어가고 있으며, 여러 종족이나 부족이 부족장, 군장 등의 지배자를 배출하며 다양한 형태의 권력체나 정치체를 만들어내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또한 만들어진 나라들도 오늘날처럼 명확한 영토 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며 이들 나라에 대한 관련 사료들도 극히 적다. 심지어 신라나 가야의 경우에는 기원 자체를 설명하기 어렵거나 상반된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명쾌하게 설명할 수 조차 없다.

이들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싸잡아서 비판한다. 삼국사기는 중화사관에 의해서 쓰여졌다 주장하고 삼국유사는 단군을 신화로 취급하고 불교사의 관점에서 논점을 흐렸다고 비판한다. 학계의 판단은 전혀 다르다. 삼국사기가 중화주의에 영향을 받은 측면은 당시 모든 역사서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모양새이다. 문명의 힘이 그쪽에서 밀려오는데 당연한 것 아닌가. 오히려 삼국사기의 특징은 신라정통론, 유교 합리주의 정도로 교과서는 설명하고 있다. 고구려-백제-신라가 아니라 신라부터 삼국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으며 고려의 역사 역시 신라의 외손들에 의해 이어졌다고 보는 것이 김부식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소간에 신비한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현상을 천인감응설, 즉 자연재해는 하늘이 통치자를 견책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관점이 반영되어 있는 정도이며 사실 관계가 매우 명확하기 때문에 삼국사기 기록의 대부분은 의심 없이 인정을 받는다.

삼국유사는 제왕운기와 더불어 고려 후기 몽골의 침략이라는 참혹한 시대에 쓰여진 책들이다. 삼국사기가 고려 중기에 쓰여진 것에 비해 역사적 상황 자체가 다르다. 따라서 한국사 교과서는 이 두 권의 책에 최초로 ‘단군 이야기’가 들어가 있고, 우리 역사를 민족사적 관점에서 계보화하고 일원화했다는데 관심을 갖는다. 동아시아사 교과서에서는 ‘민족의식의 자각’이라고 규정하며 동시대 베트남 쩐왕조의 대월사기, 일본 가마쿠라 막부에서 나타났던 ‘신국의식’과 유사한 형태로 분류한다.

역사학의 기초, 사료 비평

역사학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는 ‘사료(역사 자료)’이다. 오래된 문서라고 모두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의도적으로 잘못 쓴 ‘위서’가 있을 수 있고, 문서의 수준에 따라 사료적 가치 역시 달라지게 된다. 오래되었어도 삼류소설은 삼류소설일 뿐 이지 않는가. 그렇기 때문에 사학계는 사료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너무 전문적인 영역이어서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논쟁의 핵심조차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비해 환단고기류의 주장은 참 담백하다. 한국사의 국통을 세우는 ‘삼성기’라는 책이 있고, 고조선사의 전모를 밝혀주는 ‘단군세기’라는 책이 있으며 부여사의 진실을 밝혀주는 ‘북부여기’가 있다고 한다. 또한 ‘태백일사’는 ‘동방 한민족의 사라진 대광명의 시원 역사’를 밝힌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학계의 입장은 무조건 맞고 이들의 주장은 무조건 틀리다고 주장하고 싶음은 아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종교 경전 바라보듯이 사료를 바라보는 태도 자체는 역사학을 전공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사실 신학계 역시 성서신학이라는 분과가 있어서 성경을 연구하는 다양한 학문적 논의와 연구가 있고 그것이 오늘날의 신학체계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형편인데 대체 이런 태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한단 말인가.

여하간 이들 책을 하나로 묶어 환단고기를 편찬한 인물이 계연수이며 이 후 이유립이 환단고기를 대중화 시켰다고 한다. 이들은 기존 학계를 ‘주류 강단 사학계’라고 칭하며 강력하게 비판한다. 기존 사학계가 환단고기를 20세기에 쓰여진 책이라고 주장하며, 옛 술어를 근대 용어로 오해하고 있으며, 다른 사서를 표절, 도용한 책이라고 비난한다는데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래, 그럴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환단고기는 무슨 주장을 하는가

“지금부터 9천2백여년 전.. 환국의 영역은 중앙아시아에서 시베리아, 만주에 이를 만큼 방대했다”

“환국의 서남쪽에 위치한 우루국과 수밀이국 사람들이 이란의 산악지대를 거쳐 메소포타미아 지역으로 남하하여 개척한 문명이 바로 수메르이다. 수메르인의 원 고향은 환국인 것이다.”

“수메르 문명은.. 크레타 섬에서 유럽 최초 문명인 미노아 문명이 탄생하였고, 이 문명이 다시 그리스 문명을 낳았다. 그러므로 수메르 문명을 ‘서양 문명의 모체’라 부르는 것이다.”

“수메르 문명은 동쪽으로 인도까지 전파되었다.. 히브리 문명도 수메르 문명과 직간접 연관되었다.. 수메르 문명의 근원이 동방 환국 문명이야말로 진정한 인류 문명의 원천인 최고의 문명 아니겠는가.”

이상은 모두 환단고기 완역본과 보급판을 출간한 안경전이 직접 만든 가이드 북(상생출판)에나오는 내용이다. 핵심은 거대한 환국이 있었고 그것이 수메르 문명에 영향을 주었으며 수메르 문명이 서양문명과 인도문명을 낳았으니 이 모든 결과가 환국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베링해를 넘어서 나타난 인디언 문명 역시 환국에서 시작되었다면서 고대 문명 전체가 모두 환국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환국은 곧 배달 동이족, 쉽게 말해 한민족이다. 이 배달 동이족은 중국의 역사를 주도했으며 요동 일대에 나타났던 독특한 문명인 훙산 문화 역시 주도했고 고조선 시대에는 만주, 한반도, 중국 화북 지역의 상당 부분을 모두 통치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더 확대된 주장들은 인터넷에 난무하고 있다. 고구려가 만주와 화북지방을, 백제가 중국 남부지방과 한반도 중부를, 그리고 신라가 경상도와 일본 절반 정도를 먹었다는 주장은 이런 논리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환단 고기는 세계사 조차 왜곡하고 있다

대답할 가치조차 없는 혹은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감도 못잡을 정도의 엄청난 주장이다. 수메르 문명과 이집트 문명은 비슷한 시기 별도로 발전한 문명이다. 크레타섬이 이집트의 문화를 받아들였고 이것이 그리스 본토 문명이 발생하는데 큰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세 문명은 뚜렷하게 분절되어 있다. 무엇이 무엇을 낳는다 식으로 간단하게 말할 수가 없다. 영향을 주었다고 해서 A문명이 B문명을 ‘낳았다’식으로 과격하게 표현해서도 안된다. ‘낳았다’라는 말은 모호할뿐더러 과학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다. 명확히 규정할 수도 없는 용어이며 마구잡이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감정적인 단어이다. 백제가 일본 아스카 문화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아스카문화가 백제 문화의 모방과 아류 수준인가? 오롯이 백제인들에 의해서 무작정 만들어졌는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한일학자들이 어디에 있으며 그렇다면 기원전 5세기 이 후에는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만주와 한반도 문화가 발전하는데 모조리 중국이 조선을 낳았다고 말하면 되지 않는가. 더구나 그리스 본토는 약 400년간의 암흑시대를 거친 후에 기원전 8세기 경 폴리스 시대로 들어가게 되니 크레타 문명은커녕 기존 미케아 문명과의 연관성을 찾기에는 어려운 구석이 크다.

또한 수메르 문명과 인도 문명의 직접적 인과 관계 역시 매우 제한적이다. 실재로 수메르 문명과 인더스 문명은 아라비아해와 인도양을 매개로 교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더스 문명의 기원과 멸망의 원인을 전혀 모르는 상태이고, 이 후 중앙아시아에서 남하한 아리아인 역시 전혀 다른 계통이기 때문에 이 교류가 인도 문명과 관련이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메소포타미아의 신화와 인도 신화를 비교해 본 적이 있는가. 근본적인 차이들이 넘실댄다.

더구나 베링해협을 건너서 이루어진 인디언 문명? 숨이 턱 막힌다. 심지어 유럽에서는 인디언들이 프랑스에서 아메리카로 넘어갔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대체 대서양을 어떻게 넘었는지 모르겠지만 실재로 여러 근거를 들이밀며 주장을 펼친다. 반대로 중국 문명의 기원에 대한 논란도 대단했다. 20세기 초반 서양학자들은 페르시아에서부터 문명이 전래되어 중국 문명이 시작했다고 주장하였으나 중국의 강력한 반발과 여러 고고학적 증거를 통해 부정되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그 기원과 발전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동이족은 한민족이 아니다!

훙산 문하 혹은 요동 지역이나 만주 지역에 있었던 다양한 문명에 대한 연구가 중국의 것과 확실히 다르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우리’라고 말하는데는 넘어야 할 벽이 너무 높다. 19세기 때 비로소 민족의 개념이 나왔다고 하는 서양학계의 통설을 따르지 않더라도 한민족의 역사가 이렇게 예정론적으로 구성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동이족의 역사가 곧 우리 민족의 역사가 아니다. 예맥족의 역사 역시 곧 우리 민족의 역사가 아니다. 우선 동이족과 예맥족은 중국 측 사서를 통해 알 수 있는 개념이다. 동이족 외에도 서이, 남이 등이 존재하는데 이들이 정확히 어떤 사람들이었으며 어떤 발전 과정을 거쳤는지에 관해 대부분은 미지의 영역이다. 예맥족 역시 예족, 맥족을 통칭하는 용어이지만 예족과 맥족을 분명히 구분 두어서 쓰여진 사료도 많을뿐더러 예맥족의 기원과 성장은 동이족보다 더욱더 모른다. 중국과의 직접적인 접촉 빈도가 매우 낮았기 때문에 사료도 극히 부족하고 사료의 실증성에 있어서도 의심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지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동이족의 분포 범위는 영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사서와 기록들을 통해 한족과 대립했었던 상당수의 이족들이 오늘날 중국 지역에 분포했다는 것이고 이들 상당수는 중국인이 되거나 소수민족이 되기도 하였다. 물론 고조선 같이 국가가 된 경우도 있다.

고조선이 그대로 고구려로 계승되는가? 그렇지도 않다. 만약 그렇다면 단군 신화가 제의 형태로 고구려에 계승되었어야 하는데 고구려는 유화부인과 주몽을 섬긴 나라이다. 또한 고조선이나 동이가 아닌 예맥계열의 부여를 계승하고 있기도 하다. 금와왕과 동명왕의 신화가 겹쳐서 나오는 경우는 있지만 단군신화와 주몽신화가 섞인적이 있던가?

고구려 멸망 이 후 한반도에 등장한 국가 중에 어느 나라가 고조선 계승을 표방했던가. 고려 후기에 들어서야 역사를 고조선에서 고려까지 일원론적으로 계보화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종묘, 사직의 개념으로 조선 전기에 비로소 국가 운영 원리로 정착되지 않았던가. 더구나 조선 중기로 가면 유학사상의 심화로 인해 단군조선이 아니라 기자조선을 정통으로 보는 인식도 발전했고 조선 후기 실학자 안정복은 연맹왕국 단계를 마한정통론으로 해석하기도 하였다.

오늘날과 같은 영토, 주권, 민족의 개념은 만주와 한반도에서 형성된 장구한 과정의 결과물이다.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임의적인 결과물이란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민족을 기준으로 과거 우리와 유관했던 역사를 모두 우리의 과거사라고 쉽사리 규정하고, 선조들이 거주했던 지역을 모두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할 수 있단 말인가. 허술해도 너무나 허술한 세계관이다. 지나친 과잉 민족주의이다. 막말도 서슴없이 한다. 기존 역사학계가 모조리 식민사관으로 물들었다고 주장한다. 대체 역사학계의 어느 학자가 일제시대 식민사학자들의 담론을 반복하고 있단 말인가. 대중교양서 형태로 나온 수많은 재야사학자들이 지적하고 비판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학계에서 통용되지 않는 내용들이다. 심지어 고대 전쟁을 분석하면서 스타크레프트 게임과 비교해서 책을 내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 재야사학자들의 주장은 언제나 일관적이다. 화려한 고대, 광대한 영토, 우리 민족의 웅장했던 과거사. 3가지 말만 되풀이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식의 주장은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역사왜곡과도 같은 방식이다. 자국의 역사, 자국의 이해 관계를 위해 남의 역사, 내 것이라고 쉽사리 규정될 수 없는 역사를 점탈하고 왜곡한다는 점에서 꼭같다.

일제 시대 최남선은 만몽문화론을 주창하며 몽골-만주-조선-일본으로 이어지는 대동아 문명권을 학문적으로 합리화하려고 하였다. 가마쿠라 막부를 창건한 미나모토노 요리토모의 남동생 요시츠네가 몽골로 건너가서 칭기즈칸이 되었다고 주장한 일본 학자도 있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처구니 없어하면서도 환단고기 같은 내용을 보면서 내심 즐거워하는 태도란 대체 무엇인가.

상고사 주장은 지속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의 명분 중 하나가 ‘상고사와 고대사 강화’에 있다. 교육부는 민족의식의 강화를 위해 고대사 분야에 대한 연구를 확대하고 교육의 초점을 논란이 많은 근현대사가 아니라 고대사 부분으로 옮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학사 교과서 파동 때도 드러났지만 독재 미화보다도 친일 미화가 워낙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자랑스러운 고대사를 강조’하면서 친일 프레임을 과잉 민족주의 프레임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광복절 축사에서 ‘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는 환단고기 구절을 인용하기도 하였다.

사실상 역사학계 전체가 집필 거부에 들어간 상황에서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역사학계가 아니라 정치학자, 사회학자 등 다양한 인물들을 포섭해서 교과서를 쓰겠다고 하였다. 더불어 국방부에서도 참여하겠다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직접 언명한 상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환단고기 관련 사람들이 교과서 제작에 참여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는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고 이미 환단고기측에서 엄청난 로비에 들어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1980년 불법으로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 시대에도 대대적인 상고사 강화 프로젝트가 추진되었었다. 역사에 대한 관심을 오늘이 아니라 먼 옛날로 돌리고, 그 때 그 시절의 찬란했던 향수에 묶어둔다면 권력자의 입장에서 이보다 편한 모양이 없기 때문 아닌가. 환단고기를 비롯하여 찬란한 고대에 대한 향수는 SNS를 통해 광범위한 사회 현상이 되고있다. 심각한 학문의 위기, 현대 문명의 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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