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약간? 어긋나버린. -2

동현이 학교에서 처음 잠이 깼을때의 상황은 주로 세 가지야.


아침 조례 전에 친구들끼리의 수다가 시끄러워서 눈이 떠지거나, 점심 먹기 전이거나, 아니면 특별한 케이스거나.


첫번째의 상황으로 잠을 깨면, 약간 심기가 불편해진데.


부스스 일어나기엔 뭔가 눈치 보이고, 그냥 안 깬 척 이렇게 누워있기에는 다리와 팔이 저려오기 때문이라나.


엎드린 상태로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게 조금조금씩 저린 팔다리를 움직이다 보면, 어느샌가 선생님이 들어와 수업을 시작해.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금씩 자세를 바궈, 결국엔 편한 자세를 찾아 점심때까지 엎드려서 수업을 들어.


어느샌가 일어나 있는 동현이를 보며 약간 놀란 아이들도 있었어.


그렇게 잠이 깨어 선선히 듣는 수업은 그리 지루하지 않다고 느끼기도 해.


다른 아이들은 모르겠지만, 연실히 잠만 퍼 자대는 동현에겐, 오랜만의 수업은 알지 못했던 것들을 계속 알려주는 신선한 학습이거든.


머릿속에 지식이 들어오는 것을 만족해하고, 분명 처음 들어보는 내용인데도 쏙쏙 이해하는 자신을 보며 천재라는 생각과, 역시 학교는 공부하러 오는 거야! 하며 스스로에게 학교 생활 점수를 94점이나 주네.



'이렇게 나처럼 열심히 공부를 해야지. 띵까띵가 잠을 자거나 친구들과 놀려고 오는 곳이 아니야. 아. 나같은 사람들을 따로 칭하는 말이 있었던 거 같기도 하다. -솔로 퍼펙트 스터디어- 라고 하던가.'



솔로 ..뭐는 처음 들어보지만. 각설하고, 점심때까지 잔다는 동현의 모습을 보고 왜 선생님들이 동현에게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 라고 생각이 드는 사람들은 없어? 그 사람들을 위해 이 이야기를 들려줄게.




동현이 학교에 입학했을 때, 고등학교에서 이런 짓을 벌인 지 1년하고 1학기가 지나기 전, 자고 있던 동현에게 선생님이 다가와서 훈계를 했던 적이 있었어.


자꾸 퍼 잘 거냐고. 자기같은 애 처음 봤다고. 그럴거면 나가라고 가지각색의 욕을 하셨지.


학교에서 선생님의 명령은 절대적이기에 동현은 군말없이 나갔어. 뛰쳐 나갔지. 창문 밖으로. 팔다리가 부러졌고, 구급차가 왔고, 신문까지도 실렸어.


그가 붕대를 감고 학교에 오자, 그 선생님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하더라.


그 사건 이후로 선생님들은 동현을 건들지 않았어. 일석이조로 주변의 아이들도 동현을 피했다니까.


아이들의 텃새가 있었긴 했지. 의자를 옥상까지 가져다 놓고 겨우겨우 찾으러 가면 옥상 문을 잠근다던가, 책상을 혐오의 단어들로 낙서를 해놓는다던가, 몰래 가방을 쓰레기통에 넣는다던가.


그런 짓을 해도 언제나 그대로 무표정한 동현을 보고 질린 듯 아이들은 제 풀에 지쳐서 떨어져 나갈 뿐이었지만.


그렇게 동현의 진정한 학교생활은 시작됬으며, 파란만장할 뻔했던 1학년이었던 동현은 안정적으로 2학년으로 올라오게 된거야.


아마, 지금의 2학년도 별 일 없지 않을까. 이대로라면.




'괴상한 꿈. 시덥잖은 과거 이야긴데, 도대체 누구의 나레이션이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악몽에 허겁지겁 잠이 깬 동현이었다. 그건 그렇고, 오랜만의 아침 수업이다.


그의 2학년 1학기가 시작된 후엔 점심때까지 깬 일이 별로 없었는데, 오늘따라 호르몬 분비가 활발한지 잠이 오질 않는다. 왠지 불안해진다.


가는날이 장날이라던가, 때마침 이동수업이다. 동현이 제일 싫어하는 수업중 하나인데, 이 교실을 나가서 학생들이 부글부글한 복도를 걷는다는 그에게는 정말 고역이기 때문이다.


누가 모를 줄 아는건 너무 안일한 생각. 학교에서 동현이란 놈의 이미지는 그 스스로가가 더 알고있다.



'내가 복도에 까리하게 등장한 것을 본 아이들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 납시었소, 하며 수근대겠지. 친한 친구랑 어제 있었던 이야기 하는 척, 나를 깔보기 시작하면서 옅은 비웃음의 미소를 짓고 나를 흘긋 쳐다보면서.'


오늘따라 불만이 많아지는 동현이다.


'그리곤 여우같이 모른척하며 나에게 슬쩍 다가와 발을 걸던가, 어깨를 툭 부딪히던가, 방해될 좋은 행동들을 하고 간다.'


'이 얼마나 악한 사회의 모습인가? 그런 사회의 희생양인 나는 얼마나 불쌍한가? 그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피라미드 계층사회의 맨 바닥을 상징하듯이 눈을 나의 신발까지 내리깔고 다녀야 하는데.'


'어쩌다가 실수해서 누구랑 눈 마주치기라도 하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마 즉석에서 내 눈알 뽑기 대작전이 실시될 지도 모른다.'


'평소같았으면 종이 치고 나서, 복도에 있는 학생들이 자기 반으로 돌아갔을때 교실에서 나오는데, 오늘따라 먼저 나가 걷고싶다. 나의 육감이 경고한다.'



이봐, 오늘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평소의 너가 아니라굿! 하고 그의 오장육부가 말해줘도, 기어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슬금슬금 교실 밖으로 나서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온 복도의 광경은, 동현이 평소에 보는 아무도 없을 때의 복도와 딴판이었다. 여러 학생들이 걷거나 뛰어다니고, 즐거운 표정으로 친구와 떠들고 있었다.



'괜찮아, 이제까지 잘 해왔잖아. 그냥 평소처럼, 쓰레기입니다. 지나갈게요.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하면서 걸어가면 되. '


'오로지 바닥에서 이동하는 헤진 나의 신발만 보면서, 나의 발소리 외엔 아무것도 듣지 말자.'


'나에게 연필을 던지든, 지우개를 던지든, 그대들의 핸드폰으로 나를 찍든 말든, 나는 그저 나만 보고 걸으면 되는 것이다. 누구와도 부딪히기 않게 조심히.'


'특별히 신경써서, 복도 구석에 딱 붙어서, 저기, 저는 장님이니까, 저를 보시면 스스로 비켜주세요. 저는 앞을 보지 못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혹시나 저를 보지 못하고 부딪히면 안되니까요.'


'나와 접촉했다는 소문에 퍼지기 싫으시잖아요. 그게 당신 인생의 엄청난 치욕이 될것이니까. 그렇죠? 아, 이젠 방향을 꺾을 차례군요. 조심하세요, 회전하겠습니다.'


'쾅! 아이쿠! 부딪혀 버렸네? 저는 분명 안전하게 꺾었는데? 아니, 지금 들리는 이 비명소리는 뭐죠?'



동현은 이 상황을 깨닫는데 오래 걸렸다.


하지만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렇다. 그는 지금, 어떤 누군가와 부딪혀 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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