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프로파일] 지구에서 가장 저평가 받는 남자, '디에고 시메오네'

시메오네는 아직 성공에 목 말라있다 (c)AT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청춘스포츠 3기 이종현] 해마다 최고의 선수가 레알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도착한다. 또 바르셀로나는 역사상 최고의 팀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 번도 달성하기 힘든 트레블 2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실제로 상당히 근접해있다.

마드리드에 있는 한 남자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라는 조금은 비정상적인 존재들과 싸우고 있다. 완다 그룹이 구단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조금은 살림살이가 나아졌지만 지금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 성서의 이야기처럼 이 남자도 기적을 만들고 있다. 그의 이름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장 '디에고 시메오네(Diego Simeone)'다.

아틀레티코는 시메오네 감독의 등장 전후로 나뉜다 (c)FIFA

감독 시메오네의 등장

감독 시메오네만큼 선수 시메오네도 우리에게 친숙하다. 시메오네는 선수시절 하드워커의 전형이었는데 아스널의 파이터형 미드필더 코클랭의 터프함은 그에 비하면 애교수준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인터밀란, 라치오 그리고 아르헨티나 국가대표에서도 그는 늘 한결같았다. 열정적이었으며 때론 거칠었다.

축구계의 열정남 시메오네가 돌아왔다. 선수 생활을 하기도 했던 아틀레티코의 수장으로 돌아온 것은 2011년 12월이었다. 당시 아틀레티코는 리그 11위, 유로파리그 출전도 어려웠던 그저 그런 팀이었다. 물론 지금은 모두가 알고 있듯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다투는 강팀이 됐다.

시메오네가 부임하기 이전 15년간 아틀레티코는 단 2개의 트로피를 획득하는데 그쳤다. 반면 그가 부임한 이후 5년 동안 아틀레티코는 무려 5개(2012: 유로파리그, UEFA 슈퍼컵, 2013: 코파 델 레이, 2014: 라 리가, 스페인 슈퍼컵)의 타이틀을 수집했다. 이적시장에서 매년 1000억이 넘는 이적료를 쓰는 거대 클럽 사이에서 낸 성과여서 더욱 가치 있다. '어차피 우승은 레바뮌(유럽 축구의 3대장; 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인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자신들의 존재감을 키워 나갔다. 2014년에는 결승까지 올랐으나 지역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에게 아쉽게 패배하기도 했다.

디에고 고딘은 시메오네를 만나 최고의 수비수가 되었다. (c)AT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3줄 수비'

현대축구에서 압박은 필수다. 모든 팀이 압박을 하고 수비를 단단히 한다. 페널티 에어리어 외각에서의 슈팅은 이제 경기 중에서 금기시 되고 있다. 이른바 '제라드, 스콜스의 중거리 슈팅 스페셜 영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귀한 영상이 될 것이다. 이게 다 실점 때문이다. 볼을 빼앗기면 역습을 허용하게 된다. 모든 선수(심지어 중앙수비도)가 빠른 현대 축구에서 역습만큼 위험한 게 없다. 이렇게 현대 감독들이 무서워하는 압박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막는지가 팀의 성적을 좌우할 중요한 열쇠다.

시메오네는 이렇듯 항상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경기장 위에서 자신만의 방식을 구축했다. 시메오네 축구의 핵심은 4-4-2 포메이션의 3줄 수비와 조직력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가 30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2016.03.21 기준) 단 14골만 내줬다. 리그 최소실점이다. 3줄 수비로 단단해진 방패를 세우고 간간이 날카로운 역습을 구사한다. 단순하지만 조직력을 겸비한 플레이는 아틀레티코가 현재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유이다.

3줄 수비의 핵심은 우루과이 대표팀 수비수이기도 한 디에고 고딘이다. 그는 만능형 수비수다. 공중 볼 경합에도 능하고 실수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고딘을 축으로 한 아틀레티코의 수비는 단단하다. 가비와 코케가 구성하는 미드필더는 끊임없는 움직임은 가져간다. 공격을 하다가도 빠르게 3줄 수비로 전환한다. 한 마리의 생물체가 움직이듯 이질감이 없다.

혹자는 시메오네의 축구를 훑어보곤 '수비력이 뛰어난 팀'이라고 얘기한다. 맞는 소리다. 약간 보태자면 수비력‘도’ 뛰어난 팀이다. 그들이 우승하고 지금 좋은 성적을 내는 가장 큰 이유는 수비가 맞다. 이번 시즌 라 리가 첫 11경기에서 단 3실점만 했다. 이것은 그 어떤 라 리가 팀들도 성취하지 못했던 기록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선수와 감독 간의 관계 그리고 조직력과 같은 요소들도 그들의 성공을 지탱하고 있다.

선수단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는 시메오네 (c)AT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엄격한 규율과 일에 대한 열정

시메오네는 경기 중 좀처럼 자리에 앉질 않는다. 이제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검은 양복 차림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노려본다. 터치라인에서 선수들과 호흡을 공유하고 때론 상대편에게 으르렁거리기도 한다. 마치 ‘물러서지 않으면 다쳐도 몰라’하는 모습으로. 그렇지만 그의 강렬한 울림은 경기장 내 선수들이 90분 내내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게 만든다.

시메오네의 열정은 그의 스쿼드를 강하게 했다. 이것은 그의 성미다. 그가 선수시절 전형적인 하드워커였다는 점은 이 사실을 설명한다. 아틀레티코에서, 인터밀란, 라치오 그리고 아르헨티나 국가대표에서까지 그는 한결같았다. 홈경기에서는 더욱 강하게 서포터들에게 호응을 유도한다. 그의 열정이 발산되는 모습이다.

아틀레티코 선수들은 때때로 골을 넣고 사이드라인으로 달려간다. 감독과 골에 대한 기쁨을 나누기 위해서다. 그리 낯선 장면이 아니지만 시메오네에겐 이런 일은 자주 있다. 한·일 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16강을 확정짓는 통렬한 왼발 슛을 성공시킨 박지성이 히딩크 품에 안겼다. 존경과 감사의 마음 때문이었다. 시메오네 역시 그의 선수들로부터 자주 존경 받고 있다.

소시에다드의 유망주에서 아틀레티코의 에이스가 된 그리즈만 (c)AT마드리드 페이스북

탁월한 선수 육성

시메오네는 선수 육성에도 능하다. 대표적인 선수는 '그리즈만'이다. 그리즈만은 2014년 아틀레트코로 입단했다.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뛰어난 유망주였던 그는 아틀레티코로 온 이후 능력을 만개했다. 시메오네는 그리즈만을 공격지역 어느 곳에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만능 공격수로 만들었다. 그리즈만은 이제 최전방 공격수로 마무리 능력도 갖추면서 적극적인 수비도 할 줄 아는 선수가 됐다. 심지어 역습에서도 주축 역할을 한다. 시메오네를 만난 그리즈만은 확실히 월드클래스 선수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즈만은 최근 물오른 기량으로 이적설이 무성한 가운데 “시메오네가 있는 한 아틀레티코를 떠나지 않겠다”며 스승에 대한 신뢰를 나타낸 바 있다.

'미란다'와 '고딘' 역시 시메오네의 작품이다. 두 선수가 시메오네를 만나기 전에는 아틀레티코가 현재와 같은 위상을 차지하기 전의 아틀레티코에서 뛸 수 있는 정도의 선수였다. 결코 지금의 아틀레티코 위용에 걸맞은 클래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메오네의 수비전술의 중추가 된 두 선수는 팀과 함께 빠르게 성장했다. 스피드와 공중 볼 싸움 안정적인 수비력까지 일취월장한 두 선수는 현재 유럽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수비수가 됐다.

현재 첼시에서 활약 중인 '디에고 코스타'도 시메오네의 손을 거치면서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했다. 애초 잠재력은 있었으나 수차례 임대를 전전해야 했던 그는 시메오네를 만나 잠재력을 폭발하기 시작했다. 팔카오가 AS 모나코로 이적하는 외적인 영향도 있었으나 시메오네가 코스타의 성미를 활용한 플레이를 통해 라 리가 우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이루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게 했다. 최전방에서 빠른 역습의 시발점이 되었고, 공을 지탱하고 치명적인 마무리 능력이 만개 한 건 시메오네와 아틀레티코의 플레이 방식 덕분이었다.

중원의 '가비' 역시 시메오네의 영향을 받은 선수다. 본래 아틀레티코의 유스 출신이었던 가비는 아틀레티코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 했다. 결국 2007년 레알 사라고사로 이적했고 자신의 기량을 쌓을 수 있었다. 2011년 아틀레티코의 부름을 받은 가비는 시메오네 체제에서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고 주장까지 맡게 됐다. 아틀레티코에서의 가비는 바르사의 차비와 비견할만한 선수이다. 그는 중원에서 공수 템포와 밸런스를 잡아 아틀레티코라는 거대한 생물을 움직이는 핵심자원이다.

감독계의 포르투, 거상 시메오네 ⓒ 청춘스포츠

시메오네의 결단과 유연성

아틀레티코의 수비는 탄탄하다. 시메오네의 겉모습은 야수같이 거칠다. 그래서 오해가 생긴다. 아틀레티코는 투박하다고. 물론 그들의 단면만 본 것에서 온 오해다. 시메오네는 자신에게 온 위기를 넘길 줄 안다. 기본적으로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지만 때론 4-3-3 그리고 4-4-1-1 포메이션을 변칙적으로 사용한다.

그리즈만과 카라스코, 코레아와 두 명의 토레스(올리비에, 페르난도)는 서로 상이한 스타일의 선수들이다. 기본적으로 수비와 중앙 미드필더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공격조합에선 그리즈만을 축으로 상대에 따라 다양한 선수를 활용한다. 측면 미드필더 역시 중앙 미드필더 성향의 코케와 사울 니게스를 투입하며 변칙 플레이를 구사한다. 아틀레티코와 시메오네는 결코 경직되지 않았다. 오히려 유연하다면 유연하다. 이전 아일랜드 대표팀과 리버풀의 공격수였고 현재는 스페인에서 유명한 저널리스트인 미첼 로빈슨(Michael Robinson)은 시메오네의 전술적 유연성에 대해 칭찬한 바 있다.

시메오네는 경기장 외부에서도 막히지 않았다. 적절하게 선수를 판매할 줄도 안다. 팀의 주축 선수가 떠나도 빠르게 선수단은 재정비한다. 그가 둔하다면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시메오네가 아틀레티코로 도착한 이후 매 시즌 넉넉지 못한 자원으로 최대의 성과를 이끌어냈다. 주축선수들이 내줘야했지만 시메오네는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한 시즌 반짝 성공이 아닌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시메오네의 결단과 유연성이 아틀레티코에게 성적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하고 있다.

비센테 칼데론에서 선수들 그리고 감독은 하나가 되었다 ⓒ AT마드리드 인스타그램

시메오네와 아틀레티코의 믿음이라는 철학

시메오네는 구단의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팀을 맡았다. 특히 주변에는 이적시장마다 몇 배나 되는 규모의 이적자금을 사용하는 팀들이 있었다. 시메오네는 성공을 원했기에 물리적인 차이를 좁힐 수 있을 무언인가가 필요했다. 그것은 '믿음'이라는 무형의 요소였다.

물리적인 자본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지만 그것 역시 한계가 있다. 그러나 무형의 요소인 믿음은 능력만 있다면 감독이 선수들 간의 무한히 쌓을 수 있는 보물이다. 시메오네는 자신의 열정과 결단력 그리고 유연성 어쩌면 절박함까지 더해서 선수들과 원 팀이 되는 과정을 공유했다. 시메오네를 칭송하고 그에 대한 존경을 나타내는 선수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팀의 에이스 그리즈만과 주장 가비, 수비의 핵 고딘과 후안 프란이 그런 선수들이다. 자신의 꿈을 위해 떠난 투란 역시 시메오네에 대한 존경을 나타낸 바 있다.

아틀레티코의 홈 구장 비센테 칼데론을 찾은 팬들도 시메오네와 선수단의 믿음을 알아봤고 시메오네의 열정을 지지하고 있다. 매 경기 비센테 칼데론의 열기는 대단하다. 시메오네는 터치라인에 서서 두 팔을 오르내리며 호응을 유도한다. 비센테 칼데론의 팬들 역시 자신들이 선수들에게 힘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점점 더 믿고 있다. 그리고 이 행위들은 아틀레티코 선수들와 비센테 칼데론 묶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그 자체를 하나의 존재로 만들고 있다.

시메오네는 부족한 현실을 안주하지 않고 아틀레티코만의 철학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그의 행동이 팀의 성공을 이끌고 있다. 그가 엄청난 일을 하고 있음에도 펩 과르디올라와 무리뉴 같은 스타 감독들에 의해,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같은 메머드 구단에 의해 과소 평가받고 있다. 어쩌면 무형의 가치로 성공을 거두는 그의 방식이 아이러니하게 자신을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 받는 감독으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픽= 청춘스포츠 이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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