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여행을 하려고 해. 엄마는, 엄마의 여행가방을 꾸려보고 싶어.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여행에는 늘 짐이 많지. 열심히 챙겨도 두서너개쯤 꼭 중요한 걸 빼먹기는 하지만, 가득가득 채워진 그 짐 안엔 정작 엄마의 것은 없어. 생경한 파란 바람이 불면, 너희들의 옷 매무새를 만져주느라, 좋아하던 바람 냄새를 맡지 못했어. 깔깔깔 웃는 너희의 얼굴이 너무 이뻐 푸른 하늘을 바라볼 겨를도 없었어. 너희를 안고 업고 걷느라, 엄마는 들판을 바라보기만 했어. 여행지는 그림엽서처럼 그렇게 풍경으로만 낯설게 남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