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의 '고소 드립'과 언론의 두 얼굴

<뉴스타파>가 제기한 '나경원 딸 성신여대 부정입학' 보도의 후폭풍이 한창이던 지난 19일 오후, 나경원 의원은 '강남4구' 동작을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고 있었다.

몇 시간 후, 장애인 언론 <비마이너>는 '[나경원 의원님께 보내는 편지] 속상하시죠? 저희도 속상합니다' 라는 서간문 형식의 기사를 게재했다.

"편지가 길었습니다. 때때로 고위 공직자분들이 '장애인'을 '면책 수단'으로, '방패'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어 제가 예민한 탓입니다. 그런데 책임져야 할 것은 책임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하니 나경원 의원님, 뉴스타파 보도가 잘못됐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사실관계를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그것은 특혜가 맞습니다."

<비마이너> 역시 나경원 의원의 제대로 된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의 시각에서 나경원 의원이 낸 반박문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동시에 그간 '장애인을 둔 부모'의 입장을 강조했던 나경원 의원의 행보를 요목조목 비판했다.

<비마이너>는 특히 나 의원의 해명 중 "'특혜'와 '배려'는 다릅니다. 장애인은 사회의 배려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입니다"라는 대목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나 의원님의 행보는 장애 차별을 없애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실질적인 활동이 아닌 "사진 찍히기 좋은 행사만 찾아가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서 '나경원', '장애'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봤습니다. 발의한 법안이 몇 개 발견됩니다. 17대 국회에선 6개, 18대에선 2개, 이번 19대에선 아예 없으시네요. 고작 법안 발의 가지고 의원 실적을 평가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법안 발의 외에 의원님이 장애인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저는 아직 들은 바가 없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참여하는 스페셜올림픽 위원장과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 등 장애인 체육활동 증진에 힘쓰고 있다고 말씀하시겠지만, 실질적인 장애인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사진 찍히기 좋은 행사'에만 찾아가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나경원 의원님, 장애인인 내 딸만 차별받지 않으면 되나요?

잘 알려진 대로, 2011년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섰던 나경원 의원은 용산구 후암동 소재의 한 중증장애아동시설에서 12세의 장애아동을 발가벗긴 채 목욕을 시키는 장면을 언론에 버젓이 노출시킨 바 있다.

당시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잿밥에 관심을 두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인권마저 짓밟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나 의원측은 당시 "아마 현장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면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장애인 인권'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었다.

"제 삶에 있어 특히 장애인의 인권에 대해서 저만큼 생각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논란이 벌어져 안타깝습니다."

이 같은 과거 나 의원의 행보와 '스탠스'에 특히 더 주목해 온 <비마이너>는 이번 의혹의 근저에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기 위함'이 아니라 '장애인인 내 딸만' 차별받지 않기 위한 활동은 아니었는지"에 대해 따져 물었다. 수차례 '장애인을 둔 엄마'의 입장을 강조했으며, 이번 논란에서도 납득할 만한 해명은 온데간데없이 엄마의 입장만을 반복한 나 의원을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이다.

"나 의원님은 언론에서 종종 장애자녀를 기르는 어머니의 고충에 대해 말했습니다. 당신 자녀가 한 사립 초등학교로부터 입학거부를 당한 일이 '생애 가장 모욕적인 순간'이라고 하셨지요. 그런데 의원님께서 '생애 가장 모욕적인 순간'이라고 하셨던 그 일이 대다수 장애부모에겐 일상적으로 일어납니다. 학교에서 쫓겨나는 건 예사이고, 밥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도 쫓겨나고, 공연 보러 간 극장에서도, 버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거리에서도, 그 모멸적 시선을 견디며 한평생 살아갑니다.

당시 의원님이 그 문제를 해결한 방법은 교육청에 본인이 '판사'라는 신분을 밝혀 징계가 이뤄지도록 하는 거였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법과 제도를 바꿔야겠다는 각성이 이뤄졌고, 장애인인 딸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정치 입문의 계기가 되었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렇게 장애인이 받는 차별의 문제가 한 개인의 비운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임에 공감하셨다면, 나 의원님은 국회의원으로서 마땅히 그 일을 하셨어야 합니다. 그런데 국회의원으로 살아오신 지난 12년의 행적을 되짚어 보니, 그것은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기 위함'이 아니라 '장애인인 내 딸만' 차별받지 않기 위한 활동은 아니었는지 물음이 듭니다."

'고소 드립' 내세운 나경원 의원

이렇게 장애인 언론이 나서서 돌직구를 날리기에 앞서, 논란이 불거진 18일 이후 나경원 의원은 적극적인 언론플레이에 나섰고, 주류 언론은 침묵하거나 나 의원을 두둔했으며, 다수의 매체들은 '나경원', '뉴스타파', '이병우'와 같은 키워드로 어뷰징 장사에 열을 올렸다.

먼저, 나 의원 측은 18일 오후 각 언론사에 "언론사들은 이 점을 양지하셔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하에 보도에 신중을 기해주시기를 바랍니다"라며 아래와 같은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판사 출신인 나경원 의원이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빌미로 언론들을 겁박했다고 보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나경원 의원은 뉴스타파가 보도한 '나경원 의원 딸, 대학 부정 입학 의혹' 제하의 기사와 관련하여, 뉴스타파 황일송 기자를 상대로 한 형사고소장을 2016.3.18. 오후 8시 30분경 접수했으며,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의 민사소송도 곧 접수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나경원 의원은 18일 오후 <오마이뉴스>에도 직접 전화를 걸어 와 "성신여대에 확인한 결과 딸이 입학한 이듬해에도 장애인 전형 입학생이 있었다"라며 "성신여대에서도 관련 증거 자료를 언론에 공개할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20일 오후까지 나 의원이나 성신여대 측은 침묵으로 일관하는 중이다(관련기사: 딸 뒤에 숨은 나경원 의원, 해명을 하시라).

각 매체들의 검색어 장사는 둘째치더라도, 지상파 3사를 비롯한 주류 언론의 침묵과 '나경원 편들기'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지상파 3사는 성신여대와의 특혜 의혹까지 걸린 사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비롯한 일간지 역시 나 의원의 반박만을 싣는데 그쳤다. <뉴스타파>가 과거 권은희, 노영민 등 야당 의원들의 의혹에 관한 특종을 내자 그대로 '받아쓰기' 보도로 속칭 '물타기'를 시도했던 행태와는 전혀 다른 입장을 견지한 것이다.

Boycott Samsung! 일베충은 그냥가라. 2013.12~2015.05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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