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3.23

누군가와 관계를 진행해 가다보면 '당신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라는 감정의 파산 상태에 빠져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와 같은 괴로운 의문에 직면하지 않고서 어찌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 사람을 알 수 없다는 깨달음은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난 후에야 찾아오는 법이죠. 따라서 누군가가 이해되지 않아 괴로워진다는 건 그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는 의미에 다름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로부터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요'라는 말을 들었다면 비로소 외로움을 면하게 되었다고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요.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다른 언어를 나의 언어로 번역해내는 작업과 비슷한 것 같아요. 아무리 성실한 번역이라 한들, "번역을 거치면 작품의 흠은 늘어나고 아름다움은 훼손되기 마련(볼테르)"이고, 아무리 섬세한 번역이라 한들, "번역이란 양탄자를 거꾸로 뒤집어 놓는 일에 불과해서, 모든 무늬는 다 드러나지만 본래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없기 마련 (세르반테스)"입니다. 그러니 '그 사람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라고 꼭 한탄할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나는 이미 그를 읽고 있으며, 어쩌면 한 세계가 저편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니 말이죠.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일인칭 현재형'으로 쓸 수 없는 유일한 동사는 오해하다라고 합니다.  즉, 과거형으로 (나는)  너를 오해 했어.라고 쓰거나, 이인칭 서술형으로 (너는 나를) 오해하는구나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나는)  지금 널 오해하는 중이야.라는 말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죠.

Your Loves Whore Wolf Alice https://youtu.be/nzxwUv8rP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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