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2015년 4월 8일이었다 ⇨ 유승민 의원과 박근혜 대통령의 ‘인연과 악연’

Fact

▲한때 ‘친박 핵심’이었던 유승민 의원이 23일 밤,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대구 동을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시대착오적인 정치 보복”이라며 “권력은 나를 버렸지만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인연’에서 ‘악연’으로 변화한 두 사람의 4년 세월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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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8일. 이 날은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의 사이가 ‘인연’에서 ‘악연’으로 바뀌게 된 결정적인 날이다.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은 이날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면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중부담-중복지”라고 반박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교섭단체 연설이 결정적

유승민 의원은 “이 연설문을 쓰면서 2012년 새누리당의 대선 공약집을 다시 읽었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지만, 새누리당의 공약이었다”면서 “공약 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 이 점 반성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날 “양극화 해소를 시대의 과제로 제시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통찰을 높이 평가한다”는 말도 했다.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소속 정당 대통령의 공약을 뒤집고, 야당 출신 전 대통령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야권은 “신선한 충격”이라며 이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일종의 ‘반기’로 평가했다.

유 의원의 ‘반기’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교섭단체 연설이 있은 지 50일 뒤인 2015년 5월 29일,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강하게 반대했던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에는 ‘정부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청와대는 “삼권분립 위반 등 위헌의 소지가 있다”면서 “국회법 개정안은 절대 안된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원내대표였던 유 의원은 “청와대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웠다.

국회법 개정안 통과… 대통령 “배신의 정치” 언급

그러자 ‘친박 좌장’으로 꼽히는 서청원 의원이 ‘유승민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친박계 의원들은 ‘유승민 의원의 원내대표직 사퇴’를 공개 촉구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당선된 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놓고 정가에서는 “유승민을 겨냥한 말”이라고 해석했다.

그러자 유승민 의원은 다음날 곧바로 “박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의 사과는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았고, 청와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승민 의원은 열흘 뒤인 2015년 7월 8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삼고초려 영입한 ‘친박 핵심’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의원의 사이가 처음부터 멀었던 건 아니다. 2005년 1월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비례대표 초선이었던 유승민 의원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유 의원은 처음엔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삼고초려로, 유 의원이 비서실장 자리를 수용했다고 알려졌다. 자타가 공인하는 ‘친박 핵심’으로 유 의원이 떠오르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였다.

유승민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정책메시지총괄단장을 맡으며, 박근혜 후보의 공약과 연설문을 총괄했다. 유 의원은 이후 2011년 친박계의 지원을 업고, 한나라당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정치인 유승민’의 체급을 키운 1등 공신이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이었던 셈이다.

유승민 “박근혜 위원장에 한계 느낀다”

두터웠던 두 사람의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2012년, 19대 총선 무렵부터다. 총선을 석달 앞둔 그해 2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변경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새 당명에 정체성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승민 의원은 그해 4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며 “박 위원장과 대화할 때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나아가 “(앞으로) 박 위원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도울 기회는 없을 것이다”라며 “어차피 내가 쓴소리를 하니, 박 위원장도 나를 싫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해 7월 꾸려진 박근혜 대통령 후보 경선 캠프에 유 의원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렇게 벌어지기 시작한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난해 6월 “배신의 정치”로 곪아 터졌고, 10개월 뒤인 2016년 3월 23일, 유 의원의 탈당으로 이어지게 됐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유승민 의원은 23일 밤 10시 46분 “새누리당이 공천에 대해 지금 이 순간까지 보여준 모습은 정의도 민주주의도, 상식과 원칙도 아닌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 보복”이라며 “저의 오랜 정든 집을 잠시 떠나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권력은 나를 버렸지만 국민만 보고 나아가겠다.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헌법 1조 2항을 인용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강하게 비난한 것이다. 유 의원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날은 2015년 4월 8일이었다 ⇨ 유승민 의원과 박근혜 대통령의 ‘인연과 악연’ / 팩트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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