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업 10년만에 스타트업에서 재벌로…명과 암
카카오가 3월 기준으로 총 자산이 5조원이 넘어 창업 10년만에 스타트업에서 재벌 반열에 오를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매년 4월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는 기업을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한다.
카카오의 재벌 등극은 기업 순위가 고착화되며 고인물로 평가를 받았던 한국 재계에 상징적인 의미를 주고 있다. 카카오는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세계 최정상 기업으로 올라선 구글의 기업문화, 성장 스토리와도 유사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카카오톡 기반으로 브랜드이미지 확보.. 다음, 로엔 인수 합병 통해 양적 성장 이뤄
카카오는(전신 아이위랩) 2006년 벤처기업으로 시작됐다. 한게임, NHN 등을 탄생시키며 IT업계의 마이더스의 손이라 불리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블로그 사업을 위해 창업한 것이 모태다. 2010년 3월 모바일 기반의 메신저 ‘카카오톡’을 출시, 같은 해 사명도 카카오로 변경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카카오톡은 국민 모바일 메신저가 되며 카카오는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이후 카카오는 카카토톡을 기반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카카오 스토리, 카카오 게임하기 서비스 등을 연달아 오픈 하며 수익 기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PC기반 서비스가 전무한 카카오는 모바일 환경 적응에 실패했다고 평가 받는 '다음(Daum)'과 합병을 했다.
카카오는 다음과의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카카오택시로 대표되는 O2O(온오프연계) 서비스 사업과 콘텐츠 사업을 위한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카카오 페이-카카오뱅크 등의 핀테크 사업 확장으로 2016년 총 자산 규모가 5조를 넘어서고 계열사가 약 40여개에 달하는 그룹으로 우뚝 섰다.
한편, 구글은 1998년 인터넷 검색 서비스 기업으로 시작, 메일 서비스와 지도 서비스를 출시해 인지도를 올렸고 안드로이드와 유뷰브 등을 인수하며 세계 최대 인터넷 서비스 기업으로 올라섰다. 구글의 이런 성장에는 수평적 문화가 한몫을 했다고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도 설립 초기부터 직위-직급이 없고 서로 이름을 부르는 등 한국에서는 굉장히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수평적 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카카오 대기업 지정.. 그룹 위상 확보 동시에 신규 사업 걸림돌
오는 4월 공정위에서 카카오를 대기업 진단으로 지정한다면 이는 한국 경제에 상징적인 사건과도 같다. 인터넷 서비스기업으로서 처음으로 재벌 반열에 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가 총액 기준이 아닌 자산 규모를 따지는 재계 순위에는 삼성, LG, 현대, LG, 롯데, 한화, 한진, 포스코 등의 기업들이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이들 기업 대부분이 1950~1980년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성장한 기업이다. 최근 STX, 웅진, 미레에셋 등을 제외하고는 신흥 대기업으로서 재벌로 진입한 기업은 전무하다. 특히 IMF 사태 이후 재계 순위는 더욱 고착화 되었다. 이는 한국경제가 그만큼 탄력성을 잃고 성장 동력이 꺼져가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그만큼 카카오의 재벌 진입은 한국 경제가 제조업 중심의 기존 산업을 넘어 인터넷 기반의 융복합 서비스 산업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 공정위에서 정식 통보를 받지 못해 4월부터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는지 100% 확실한 것은 아니다”며 “카카오가 재벌로 올라선다면 그룹의 위상도 올라가는 한편 향후 한국 경제의 기반이 될 스타트업 들에게 미래와 비전을 제시해 주는 거울이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 입장에서는 대기업 진단으로 지정되는 것이 꼭 반가운 일만은 아닐 수 있다. 대기업 진단으로 시정되면 상호출자 제한, 일감몰아주기 제한, 하도급 문제 등 국내 재벌 기업이 받는 30여개의 추가 규제를 받게 된다.
또한 카카오가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인터넷준비은행 사업도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이다. 상업과 금융을 분리시키는 ‘금산분리법’에 의해 카카오가 한창 준비 중인 ‘카카오 뱅크’의 대주주 지위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카카오 측은 이미 충분히 예상해왔던 일이고 현행법 내에서 이미 예비 인가를 받았기에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국회에서는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은행법 개정안(상호출자제한기업도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50%까지 확보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라 카카오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