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갑’ 대접해줘도 일본 젊은이들이 웃지 않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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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극심한 취업 빙하기죠. 그런데 이웃나라인 일본은 사정이 다른 듯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다를까요.

일단 최근 일본에서 유행하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바로 ‘오와하라’인데요. 한 사람이 여러 기업에 동시에 합격하는 사례도 많다 보니 기업들이 전화나 문자로 다른 기업에 가지 못하도록 내정자를 자꾸 괴롭힌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하늘이 내린 스펙을 지닌 몇몇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합니다. 웬만한 젊은이들이 이런 ‘즐거운’ 괴롭힘을 받는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일부 기업이 입사 내정자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자녀의 입사 확약까지 받아내 논란까지 빚었습니다.

일본 시민들도 이런 현상에 놀라워하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일본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해 보니 진짜 ‘오와하라’란 말이 존재하고 일본인들도 ‘옛날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고 하더군요.더 놀라운 사실도 알려줬습니다. 기업들의 이같은 애정 공세에도 불구하고 취업 내정자의 64%가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고 다른 기업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조사돼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일본에서 어떻게 이런 반전이 일어났을까요.

일단 일본 젊은이들의 취업률이 고공행진 중입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취업 의사가 있는 고교 졸업예정자 중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취업이 결정된 사람의 비율은 무려 90%에 이릅니다. 고교 졸업예정자의 연말 기준 취업률이 90%대에 이른 것은 버블 경제기인 1990년(92.1%) 이후 처음입니다. 25년 만에 버블 경제기의 취업률을 회복한 셈입니다.

대졸 취업률은 더 높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집계한 대졸 예정자의 취업률은 80.4%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대졸 예정자의 12월 기준 취업률은 5년 연속 상승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대졸자 예상 취업률은 무려 97%입니다. 지난해 67%에 불과했던 우리나라와 비교 자체가 안되는 높은 수치입니다.

일본의 이같은 수치는 완전고용도 훨씬 넘은 수준입니다. 일반적으로 완전고용 상태라고 해도 3~4%의 실업률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직장을 옮기거나 여러 개에 합격해 선택해야 하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본 젊은이들은 취업 걱정없는 완전 고용사회에 진입했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취업준비생이 ‘슈퍼갑’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헬조선’ 같은 무시무시한 단어들에 상처받고 있는 한국 젊은이로써는 부러울 따름이죠.

전문가들은 고령화와 저출산의 영향으로 청년 품귀 현상이 벌어진 데다 엔저를 기조로 한 아베노믹스로 수출 실적이 개선된 기업들이 적극적인 채용에 나서면서 인재 쟁탈전이 뜨거워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미 일본은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 4명 중 1명이 노인으로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섰습니다. 경제 성장기에 주로 활동했던 베이비부머들이 대부분 은퇴한 상태죠. 일을 할 수 있는 청년은 일본에서 중요한 자원이지만 현재로써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일본의 취업열기를 설명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더 큰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본은 20년이라는 어머 어마한 장기 불황을 겪어왔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갖가지 부양책을 동원했죠.

문제는 이런 부양책 대부분이 베이비부머들을 향했다는 점입니다. 일자리는 물론 수당도 노년층에 집중됐습니다. 이러다보니 일본 젊은이들은 희망을 잃었습니다. 아무리 일해도 임금 상승률은 제자리이니 굳이 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업친화정책이라고 비정규직을 대폭 늘려놨으니 취업 의욕도 사라졌습니다. 아르바이트나 파트 타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족’이 늘어난 이유도 단순히 경기침체만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경기침체 초기에 내놓은 잘못된 진단이 20년 장기 불황을 가져왔고 젊은이들에게 희망도 빼앗아 버린 셈입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 최근 완전고용에 가까운 취업열기에도 일본이 경기침체에서 빠져나올 것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는 얼마 없습니다. 따라서 이같은 취업열기는 조만간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많습니다.

또 하나 일본에 대해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30대 주부가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글에는 “보육원 떨어졌다, 죽어라 일본”, “장애아를 낳으면 인생은 끝, 죽어라 일본”이라는 과격한 표현이 들어있습니다. 도대체 이 주부가 이같은 분노를 드러낸 이유가 뭘까요.

이글을 작성한 여성은 도쿄에 사는 30대 전반의 사무직으로 곧 한 살이 되는 아이 1명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면서 현재 1년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여성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소동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것을 계기로 보육원 대기 아동 문제가 해결되는 쪽으로 가면 좋겠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또 격한 표현을 쓴데 대해 “정중한 표현을 썼다면 이 정도로 파문을 일으켰을까하는 생각도 있다”면서 아이를 맡길 보육원을 계속 찾아보고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글을 본 많은 일본 주부들이 시위에 나섰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이 글에 동조하는 주부들이 많다는 방증이죠. 특히 일본 국회의사당 앞에는 “내가 썼다”는 피켓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이글에 찬성하는 서명 동참자가 수만명에 달합니다. 특히 일본도 7월 참의원 서거를 앞두고 있는데 정치 쟁점화될 분위기라고 합니다.

왜 이런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을까요.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일본에서 보육원 시설 부족으로 입소를 대기 중인 아동은 지난해 4월 현재 2만3000여명에 이릅니다. 최근 교도통신이 보육원 대기 아동이 많은 도쿄도 23구와 지바시 등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려 3만명의 아동이 보육소에 입소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아베 정권은 2017년까지 보육시설 수용규모를 50만명정도 늘린다는 목표를 지난해 제시한 바 있지만, 당장 벌어지고 있는 보육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죠.

그런데도 아베 총리는 지난달 29일 민주당 국회의원으로부터 “보육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는 30대 주부의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이냐는 질문을 답은 뒤 “익명이기 때문에 정말 그런 일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아베 총리의 이런 태도에 대해 민주당 등 야당들은 공세를 강화해 가고 있습니다.

일본 여성들의 분노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일본에서는 ‘마타하라’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기업이 임신하거나 육아에 힘쓰는 워킹맘에게 가하는 미묘한 폭력 또는 차별을 의미하는 뜻입니다. 회사에서는 육아휴직과 산후조리를 ‘민폐’로 보고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한다는 풍토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특히 경영개선을 가장한 마타하라도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최근 마타하라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자 임신한 여직원들에 ‘능력 부족’을 이유로 해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에서 워킹맘들은 “인사고과에서 한 번도 지적받아 본 적 없는 ‘능력 부족’을 이유로 해고당했다. 회사에 임신사실을 알린 지 일주일 만의 일”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율이 늘어나고 일본 사회가 활기차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듯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펴본 일본의 모습은 어떤가요. 묘하게 우리나라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조만간 우리에게 닥칠 암울한 미래이기도 하고요. 젊은이들과 여성이 희망을 잃는 사회에서는 남성도 희망을 챙길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젊은이와 여성에게만 투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지적도 있을 듯합니다. 현재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국가 중의 하나인 독일의 사례를 참조할 만합니다. 독일도 2009년 대학등록금 논쟁이 뜨겁게 진행됐습니다. 대학 재정이 악화되자 35년만에 등록금 부활을 논의한 거죠. 그러자 대학생들이 강의실은 물론 도로와 철도, 법원과 의회를 점거했습니다. 무려 27만 명의 대학생이 거리를 뛰쳐나왔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기성세대들의 반응입니다. 강의실은 강의 목적일 때만 쓸 수 있다고 대학당국이 폐쇄에 나서자 교수들이 자청해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필리버스터처럼 말이죠. 기성세대들도 ‘앞으로 우리의 노후와 복지를 떠맡게 될 대학생들이 수업료를 내야 한다면 우리도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라며 젊은이들의 교육을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고 나섰습니다. 정치인들도 일제히 등록금 폐지 공약을 내놨죠.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교육부 장관은 ‘빈부와 상관없이 공부할 기회를 균등하게 주어서 훌륭한 인재를 많이 배출해야 국가가 번성한다. 이를 막는 모든 장애물은 제거되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우리도 우리의 노후를 스스로 해결할지 젊은이들에게 맡길지 선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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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팟캐스트 경제브리핑 불편한진실(http://www.podbbang.com/ch/9344)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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