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한 번씩만 안고 갈게8

형수님이 챙겨다 주신 형의 정장을 꺼내 입었다. 역시 소매 바지의 길이나 허리 어깨의 통이나 내 몸에 맞는 곳은 하나가 없었다. 한참을 낑낑거리며 단추를 채우고 소매를 최대한 당겨 내리고서는 거울 앞에 가 서 보았다. 주워 입어도 몸에 맞지 않는 것은 입지 않을 터인데.. 소매를 한참이나 벗어난 내 손이 꾹 눌려 삐져나온 마요네즈 같이 먹을 게 없는 접시 같은 허벅지에 누렇게 펴져 있었다.

아버지의 정장을 빌려 입고 갔던 친구 아버님의 장례식이 생각이 났다. 고등학교 졸업식을 앞둔 갓 20살의 겨울이었다. 친구가 얘기했었다. 아버지들의 정장을 빌려 입고 온 8명의 친구들의 모습이 너무나 웃겼다고 그래서 지금도 가끔 그 모습이 생각난다고… 그때 우리는 어렸고 그 일은 너무 빨랐다.

한 달 후에 있었던 대학의 입학식에는 다들 그럴 듯하게 제 몸에 맞춘 새 정장을 입었다 했다. 최근에 나를 빼고 마지막으로 남았던 총각 친구가 결혼할 때는 다들 얼굴마저 정장에 익숙한 아저씨의 것들을 하고 있었다 했다. 몇몇 친구의 얘기 주제에는 딸 그리고 탈모약은 빠지지가 않는다 했다. 나는 핑계를 만들어 가지 않았다. 어찌됐든 나만 너무 방심하고 살았나 보다 싶다.

살다보면 때에 맞춰 입어야 할 옷들이 있다. 허나 나에게는 그런 옷 하나가 없다. 모양은 갖추지 못하고서 너무 자라내기만 했다 싶어 마음이 불편했다.

이런 꼴을 보면 엄마가 관에서라도 벌떡 일어나겠군. 없이 살아도 옷은 잘 입히려고 그렇게 애를 쓰셨는데.. 대학시절 옷을 사라는 엄마의 성화에 못 견뎌 밥을 굶고 셔츠를 샀던 기억도 났다.

“왜 돈 없어?”

없다 하면 엄마의 빚이 또 늘 것을 알았기에

“있다.”

했다. 그러자 매일같이 샀냐고 샀냐고 검사 전화를 하셨었다. 징그러웠지.

그런 엄마가 이런 내 꼴을 보면 참.. 팔뚝을 꽉 조인 정장 소매에 검지를 겨우 꽂아 힘껏 잡아 내리며 생각했다. 내가 너무 느린 걸까.

생각해보면 엄마는 늘 조급해 하셨었다. 나의 마음 나의 준비보다는 세상 일에는 때가 있다며 졸업하기가 무섭게 취직을 그리고 차를 결혼을 강조하셨다.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 드린 것은 없다. 할 말도 없다.

임시로 난 국어 교과 기간제 교사 자리에 지원해서 합격을 했었을 때 “임용 되었다고 해도 되지?” 라며 엄마는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정장이라도 하나 사야지? 내가 하나 사줄게. 너도 돈 모아 하나 사라. 두 개는 있어야 번갈아 입고 다니지.”

하시던 어머니는 정장 하나를 못 사주시고 입원을 하셨다. 그리고 나도 정장을 끝내 사질 못했다. 몇 개월이 안돼 계약한 학기가 끝났고 난 새로운 계약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W 상석.

P jay mantri, SARAH BABINEAU.

일상 블록으로 소설 쌓기_쌓다 무너뜨리고 그러나 결국은 쌓고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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