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유리 천장’ 두드리기

송정희씨는 1980년대에 수석연구원으로 삼성에 입사하면서 남자 동료들로 구성된 조직이 여성의 존재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리란 걸 알았다. 현재 한국 최대 전화 및 인터넷기업 KT의 수석부사장이 된 송씨는 “마치 내가 얼마나 오래 버티나 두고보자는 식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로부터 30년 넘게 흐른 지금, 여성 대통령까지 배출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남성위주의 사회다. 일하는 여성들이 승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 어려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직장과 가정의 균형을 도모하기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컨설팅기관 맥킨지앤코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근로인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55%로 중국(75%)이나 일본(62%)에 비해 낮다. 코스닥 상장 기업 1,787곳 중 여성이 CEO로 있는 회사는 단 13곳 뿐이라고 온라인리서치업체 CEO스코어는 밝힌다. 한국 정부는 수년동안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대를 위해 노력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지난주 정부는 전체 고용률을 늘리기 위해 힘쓰는 한편 여성이 직장과 가정 경영을 잘 해 나갈 수 있게 지원하는 계획을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사내 보육시설을 갖추도록 기업들에게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 이런 시설에 대한 건축규제를 완화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 직장 여성이 육아휴가를 쓸 수 있는 자녀의 나이를 현재 만 6세 이하에서 만 9세 이하로 확대하는 것 등이다. 정책입안자들은 더 많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경제 성장의 필수요건이라는 데 동의한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 예상치는 약 2% 대다. 낮은 출산율 때문에 한국의 근로인구는 앞으로 몇 년 내에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대선 운동 당시 “여성의 경제 참여 증가는 성장의 핵심 원동력”이라며 “직장-가정 균형은 이제 더이상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닌 나라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경영자 헤드헌팅기업 헤이드릭앤스트러글스가 한국 여성 임원 93명을 상대로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서는 73%가 가정생활과 기업 최고위급 관리직이 요구하는 조건 둘 다를 충족시키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커리어 성공을 방해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긴 근무시간이다. 한국에서는 퇴근 후 어울리는 자리가 업무의 연장, 즉 사업상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여성 임원들이 특히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로 꼽는 것은 정부 조치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화적 요인이다. 김현경 한국타이어 상무는 한국 사회에 뿌리깊은 전통적 성역할은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이 넘기 힘든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여성이 자녀 양육과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은 가까운 시일 내에 바뀔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직도 많은 경우 여성들은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할 때 가정을 우선시한다. 이것이 여성 임원 인재풀이 부족한 주원인의 하나다. 어떤것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얘기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달 열린 OECD 포럼에서 “매년 약 31만명의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두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은 자녀 양육이 이유다”고 설명했다. 송정희 KT 부사장은 자신의 경험상 승진을 추구하는 여성들이 맞닥뜨리는 환경은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전에는 여성들이 가부장적 기업문화를 견뎌야만 했다. “내부 정보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남자 상사들과 담배연기로 가득한 방에 같이 앉아 있어야 했다”는 것. “하지만 2000년 이후 많은 기업들이 성별에 따른 장벽을 없애고 여성 인재를 보유하기 위해 기업문화를 바꿨다.” 송 부사장은 4,000명의 KT 여성 직원 중 가장 직위가 높다. 이처럼 향상됐지만 헤이드릭앤스트러글스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3%가 최고위급 경영진으로 승진하는 것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고, 60%는 여성의 업무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시각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여성에 대한 직장 내 인식 변화와 더불어 한국이 직면한 문제는 자녀 양육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남성들을 장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장려하기 위한 법적 지원은 더디게 이루어졌다. 2008년에 와서야 직원수 300명 이상 민간기업에 남성 직원들의 출산휴가 3일 제공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효된 것이다. 지난 8월 (자녀가 태어났을 때 쓸 수 있는)에는 배우자 출산휴가가 닷새로 늘어났다. 여성들은 최대 90일까지 출산휴가, 그리고 1년까지 유급 육아휴가를 쓸 수 있다. 남성들도 육아휴가를 1년 쓸 수 있긴 하지만 관련법안이 제정된 것이 2001년이기 때문에 실제로 휴가를 쓴 남성 직원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가를 쓴 남성은 전체 육아휴가를 쓴 사람 중 2.8% 뿐이었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돕기 위한 정부의 계획은 환영할 일이지만 한국의 가부장제를 존속시키는 문화∙사회적 힘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지는 미지수다. 조 장관은 “여성 대통령 배출로 유리 천장에 구멍이 생긴 셈이지만 아직은 그저 작은 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Cards you may also be interested in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