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세리에] 늑대의 세 송곳니가 더비 승리를 이끌다.

1-4 대승을 거든 AS로마의 선수들 (c) Serie A TIM 공식 Facebook

[청춘스포츠 3기 류동현] 이탈리아의 수도는 모두가 알다시피 ‘로마(Roma)’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면 한국의 수도가 ‘서울특별시’인 것과는 다르게 ‘로마’는 이탈리아 전체의 수도이기도 하면서 ‘라치오’ 주의 주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라치오’와 ‘로마’의 경기는 수도 더비(Derby della Capitale)란 이름으로 불리며 과거 정치적 이유로 인해 유난히도 치열하고 팬들끼리 전투적인 모습을 보인다. 팬들이 극성이라는 세리에A 경기 중에서도 가장 피 튀기는 모습을 보이는 최고이자 최악의 더비 매치다.

오늘 그 두 팀 SS라치오와 AS로마의 경기가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펼쳐졌다. 홈 팀인 라치오는 리그 5경기에서 1승밖에 기록하지 못하는 부진을 기록하며 8위에 위치해있었고 유로파 32강에선 약체라고 평가했던 스파르타 프라하에게 홈에서 0-3이라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반면에 로마는 인테르에게 무승부를 기록하기 전까지 8연승을 기록하며 상당한 상승세를 보여주며 3위에 위치해있었다. 분위기가 상반된 두 팀이 더비 매치로 인해 불타오르고 있었고 서로 반드시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후보 선수들을 다량 투입한 라치오와 상승세의 주역들을 사용한 로마 (c)청춘스포츠

1. 라인업

양 팀 모두 즐겨쓰는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홈 팀 라치오는 다소 의외의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포백이 경기에 제대로 출장하지 못하던 선수들로 구성이 된 것이다. 브라파히트와 파트리치의 양쪽 풀백은 스파르타 프라하와의 충격패 이후 경기에 출장하긴 했지만 팀의 풀백에서 3번째 옵션인 선수들이었으며 중앙 수비수는 데 브라이가 빠진 상황에서 팀의 2번째 3번째 옵션이었던 마우리시오와 젠틸레티가 벤치에 앉고 비세바치가 들어오는 다소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풀백은 부상과 징계로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었지만, 더비 매치에서 중앙수비의 돌발적인 교체는 이해하기에 힘들었으며 스테파노 피올리 감독이 비세바치에게 상대 공격수를 마크하기 위한 특별한 대비책을 준비시켰다고 밖에 이해할 수 없었다. 미드필더는 가장 많이 나오는 파롤로, 빌리아, 카달디의 세 미드필더가 구성이 되었으며 공격수에선 득점이 저조한 조르제비치 대신 시간당 득점이 뛰어난 마트리가 들어가며 기대를 거는 모습이었다.

원정 팀 로마는 최근 상승세를 이끌어나가는 전술 그대로 나왔다. 디에고 페로티가 탑에 위치하며 가짜 9번 역할로 양 측면의 살라와 엘 샤라위의 침투를 도와 공격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였다. 또한 제코도 벤치에 대기하고 있어 가짜 9번이 실패할 시에 고전적 9번 스트라이커 역할을 통한 공격전술또한 가져갈 수 있는 모습을 보였다. 엘 샤라위가 이적 후 최근 7경기 4골이라는 상당한 기록을 남기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 더비 매치에서도 어떤 활약을 할 지 주목받고 있었으며 최근 불붙은 로마의 공격진은 라치오의 후보 선수들로 구성된 수비진을 상대로 어떤 화력을 뽐낼지 궁금하게 했다



이적 후 8경기 5골을 넣고 있는 파라오 엘 샤라위 (c) Serie A TIM 공식 Facebook

2. 로마 3톱의 지독한 왼쪽 측면 공략


로마는 전반부터 라이벌을 밀어붙였다. 가짜 9번 디에고 페로티는 중원으로 내려와 로마의 2선에 위치하며 볼을 돌게 해주었으며 로마의 3선 나잉골란과 프야니치는 빠르게 양 측면의 살라와 엘샤라위에게 볼을 연결하며 라치오의 문전을 위협했다. 라치오는 수비적으로 내려서며 4-5-1의 포메이션으로 상대 공격에 저항을 했으나 로마의 집요한 왼쪽 공격에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로마는 라치오의 오른쪽 수비수 파트리치를 적극 공략했다. 엘 샤라위를 필두로 왼쪽 풀백 디그뉴까지 공격 시엔 왼쪽 미드필더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올라왔으며 페로티까지 왼쪽으로 빠지며 왼쪽에서의 숫자를 순간적으로 3명에서 4명까지 가져가며 집요하게 공략했다. 또 볼을 잃었을 때는 전방에서 라치오의 미드필드를 적극 압박하여 볼을 최대한 앞쪽에서 끊어내며 재차 공격을 노렸다. 그리고 디그뉴의 빠른 크로스를 받으며 엘 샤라위가 헤딩 득점을 올린다.

로마의 장점은 역시 전방의 쓰리톱이었다. 엘 샤라위와 페로티 그리고 살라는 빠른 속도와 좋은 개인 드리블, 볼 키핑까지 보유한 공격수들이었으며 이들이 한 팀이 되자마자 좋은 호흡을 맞춰 유기적인 공격을 통해 팀의 공격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은 로마 팬들에게 더 나아가 세리에A 팬들에게는 무섭고도 놀라운 모습이다. 특히 라치오의 약점이 측면이라는 것을 안 쓰리톱은 팀의 상징인 늑대처럼 정말 지독하게 라치오의 오른쪽을 공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한 번 깨물면 절대 놓지 않는 육식동물의 송곳니 같았다.

득점 이후에도 계속해서 로마의 빠른 공격으로 인해 라치오의 수비진은 계속 시험받지만 프야니치의 슈팅이 골대를 맞는 등의 천운을 통해 겨우겨우 버텨내며 전반전을 마친다. 로마는 거의 7대 3정도의 점유율을 보였으나 잔득 움츠려든 라치오의 수비진을 상대로 아쉽게 추가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경기장 전 지역에서 수적 우세를 가져가게 해준 나잉골란 (c) AS Roma.com


3. 로마의 살림꾼 나잉골란, 프야니치


양 팀의 차이를 가른건 사실 공격수의 수준의 차이도 존재한다. 하지만 더 아쉽게 느껴졌던 건 미드필드의 차이었다. 라치오는 공격진은 부진하나 파롤로, 빌리아, 카달리의 미들진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로마의 미드필드진에겐 오늘 빛을 바래 제대로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그것은 로마의 나잉골란과 프야니치의 존재때문이었다.

나잉골란과 프야니치는 경기장 전 지역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적재적소에 위치해있었으며 양쪽 측면 공격수가 전방에 위치한 4-3-3의 특성상 미드필더가 직접 볼을 전방으로 운반해야한다는 결점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좋은 경기를 펼쳤다. 나잉골란은 상대 미드필드 진의 압박을 쉽게 이겨내고 볼을 쇄도하는 측면 공격수에게 연결하거나 직접 슈팅을 통해 골문을 노렸고 프야니치는 볼 배급과 패스의 연결줄기 역할을 했으며 전진했을 때는 장점인 슈팅을 통해 골대를 2번 맞추는 등(1번은 제코 골의 어시스트)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함께 3미들을 구성한 케이타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볼 수 있지만 나잉골란과 프야니치의 활약은 단연 돋보일 수 밖에 없었다.

팀의 공격을 이끈 노장 클로제, 주축 펠리페 안데르손, 유망주 발데 케이타 (c)sslazio.it


4. 라치오의 승부수! 클로제, 발데 케이타 투입


후반에도 계속해서 로마가 라치오를 압도적으로 밀어붙인다. 하지만 라치오는 후반들어 선수들간 간격을 좁혀 로마 선수들에게 받던 압박을 분산했으며 그에 따라 파롤로와 카달리가 전진할 수 있게 되었다. 전반전 라치오의 공격은 펠리페 안데르손의 개인 드리블을 통해 볼을 전진시키며 공격을 노렸지만 단발적이었고 3선 미드필더가 전진하며 전반보다 공격의 활로가 트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전반전보다 공격을 잘 할 수 있었다는 거지 공격을 제대로 한 것은 아니었다. 라치오와 로마는 서로 턴오버가 많이 나며 서로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여전히 라치오는 득점에 가까운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었다.

55분 라치오의 스테파니 피올리 감독은 마트리를 빼고 클로제를 투입하고 칸드레바 대신 발데 케이타를 투입하며 공격 패턴을 다르게 하고 더 유효한 공겨글 이끄려고 노력한다. 라치오는 이전보다 라인을 올리고 3선 미드필드 또한 공격적으로 압박을 시행했고 발데 케이타의 개인 드리블을 통해 보다 유효한 공격을 만든다. 라치오가 공격적으로 팀을 변모시키는 과정에서 엘 샤라위를 대신해 들어온 제코의 추가득점이 터지며 라치오가 더욱 불리해지지만, 라치오는 공격의 고삐를 다시 당긴다.

발데 케이타는 반대 측면의 펠리페 안데르손과 함께 빠른 드리블과 직접 돌파를 통해 라치오의 공격을 이끈다. 특히 발데 케이타는 조커 카드로서는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데 양쪽 측면을 좌우 가리지 않고 로마의 수비진을 허문다. 단순히 드리블만이 좋은 것이 아니라 드리블을 통해 미드필더와 클로제가 자리잡을 시간을 번 다음 클로제를 향해 크로스를 올리고 클로제는 그 공을 중앙으로 떨궈 파롤로의 만회골을 이끄는 등 유효한 장면을 많이 만들어냈으며 계속해서 공격의 주도권을 가지고 로마를 공격한다.

결승골과 추가골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끈 제코와 페로티 (c) AS Roma.com


5. 찻잔 속의 돌풍으로 끝나버린 라치오의 날개짓


라치오의 공격은 매서웠다. 흐름은 완벽히 라치오에게 넘어갔으며 1-2의 스코어는 언제 2-2 , 더 나아가 역전까지 갈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발데 케이타의 날개짓으로 시작한 이 돌풍은 찻잔 속의 돌풍으로 끝나고 말았다. 82분 코너킥 상황에서 로마의 새로운 왕자 알레산드로 플로렌치가 중거리 슛을 통해 추가 득점을 올렸으며 87분에는 전방 압박을 통해 볼을 탈취한 디에고 페로티가 빠르게 쇄기 골을 기록하며 라치오의 흐름을 끝장내버린다.

라치오의 수비진은 정말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경기 내내 왼쪽 수비수 파트리치는 로마의 공략 대상으로 공격당했으며 첫 골은 비세바치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제대로 걸지 못해 쉽게 실점을 한 것이었으며 호에트는 94분 무리한 태클로 두번째 옐로카드를 받으며 퇴장당하고 만다. 물론 미드필드 진이 수비진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4실점이란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피올리 감독은 주전급 선수들을 배제하고 후보 선수들을 선발로 내세운 자신의 선택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좋은 활약을 펼치며 승리를 이끈 네 선수 엘 샤라위, 제코, 플로렌치, 페로티 (c)AS Roma.com

6. 상승세의 로마


로마는 수도 더비에서도 승리했을 뿐만 아니라 2002년 3월의 경기 이후 오랜만에 더비에서 3점차 이상으로 대승을 거두며 팬들을 기쁘게 했다. 또 나폴리와의 승점차를 4점으로 좁히며 리그에서 더욱 기대도 품게 했다. 스팔레티 부임 이후 로마는 페로티와 엘 샤라위를 영입하며 최근 리그 10경기에서 9승 1무를 거두며 미친 승률을 보여주고 있으며 경기력 면에서도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좋은 모습은 위에서 설명했던 엘 샤라위-페로티-살라의 쓰리 톱에 있다. 페로티는 가짜 9번으로 아랫 선으로 내려와 2선의 자리를 메워주고 엘 샤라위와 살라는 전방의 측면에 위치하여 상대의 뒷공간을 노리는 플레이를 한다. 단순한 플레이지만 두 선수는 볼 키핑이 워낙 좋고 드리블이 좋아 직접 볼을 처리하거나 팀 동료들이 공격을 위해 올라올 수 있을 만한 시간을 충분히 벌어줄 수 있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는 것은 거의 당연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의 이 쓰리톱은 과연 내년 유럽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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