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코 데 고야, <운명의 세 여신>, 1821~23년, 유화, 프라도 미술관 오늘 소개하는 그림의 장르는 <무서운 그림>.. 오랜만에 업뎃하는 이쪽 콜렌셕인데요. 인간의 어두운 면을 많이 묘사한 스페인의 대가 고야의 작품 중의 하나랍니다. 이 그림이 눈에 들어온 것은 나가노 교코 교수의 <명화의 거짓말 - 신화편>에 소개되어 있기도 하지만 애정이웃 중의 한 분인 빅쏘 언니의 포스팅.. 오딜롱 르동의 <다윗과 골리앗>에 대한 포스팅을 보면서.. 우리들 소시민을 다윗에 비유해서 풀어낸 내용도 좋았지만 르동 작품 특유의 색감에 빠져서 한참을 보고 있다가.. 이 작품의 색감이 연상되면서 포스팅하게 됐어요. 그 작품이 어떤 거냐구요? 아래 작품이에요~
이제 원래 소개하려면 고야의 작품으로 돌아갈께요. 시간도 장소도 알수 없는 4차원의 꿈속 같은 공간을 추한 세 명의 노파와 손이 뒤로 결박당한 것 같은 체념한 표정의 한 남자가 공중부양을 하고 있어요. 그것참 묘하게 두둥실 공중에 떠 있다는 느낌이 들죠? 고야의 작품 중에 제법 많은 작품이 이처럼 묘한 공중부양, 상승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는데요. 20세기 이전 미술사에서 흔하지 않은 표현임은 분명합니다. 그로테스크하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한.. 알쏭달쏭한 매력이 최고죠! 작품에 등장하는 세 명의 노파는 바로 운명의 세 여신.. 모이라이(Moirai)라고 한답니다. 운명을 모이라(Moira)라고 하는데 이것의 복수형(plural)이라고 하네요. 셋이서 모여서 운명을 관장하기 때문에 모이라고 하는지 ㅎㅎㅎ 세 여신은 자매 관계이고.. 각각 아트로포스, 라케시스, 클로토라는 이름이 있다는데.. 그리스 신화에서 부각되는 캐릭터는 전혀 아니죠. 세 자매는 운명의 실을 잣고, 길이를 재고, 마지막에 가위로 자르는 세가지 업무를 나눠서 담당하고 있는데요. 위 작품에도 각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죠. 아마 전면에 부각된 사내는 그 운명에 따라 이리 끌려온 듯 한데.. 그 표정이 참... 될대로 되라의 표정인듯 하죠? 개인적으로 재밌는 것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네 인물이 저마다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서로에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는 점이죠. 세 자매가 서로 상의를 해가며 정해도 될까말까한 중대사를 그까이꺼~~ 각자 쓱쓱 정해 버리고 맙니다. 이 땅의 인간들의 운명이 부조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 다 이렇게 정해진 운명이기 때문이라는 거겠죠? 고야가 이 작품을 그린 것은 그가 귀머거리가 되고 칩거하여 완성한 "귀머거리의 집" 안에 그린 black paintings 14점 연작 중의 하나입니다. <자기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죠. 대가의 만년 작품으로 자기 안에 침잠하여 부조리함과 그로테스크함을 표현주의적으로 그려낸 작품들. 그 가운데 하나인 이 작품.. 묘하게 무서운 그림 맞죠..? - 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