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에 몰두하는 동안에는 두 생각이 언제나 다툰다. 내가 지금 하는 그 무언가 때문에 다른 것에 그만큼 소홀해지지 않을까 싶은 것과, 지금 그것에 더욱 몰입해서 끝마쳐야 다른 것에 눈을 돌릴 수 있겠다 싶은 것이다. A를 바라보고 있다고 하여 B에 대해 잊고 있는 건 아니다. 내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 당신이 했던 이야기 중 하나가 여전히 생생하다. 바쁘고 정신없도록 일처리를 한껏 하고 난 뒤 잠깐의 여유가 생겼을 때 마침 나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해 있으면 그게 좋으면서도 그렇게 비현실적인 것처럼 아득하다고 말이다. 이번 주의 나도 그랬다. 그동안 겪었던 것 중 가장 많은 전화를 걸거나 받았고, 이메일을 주고 받았으며, 글을 쓰다 못해 생산해냈다. 그런 순간들을 지나보내고 맞이한 당신의 메시지, 그리고 마침내 당신의 얼굴. 그 표정을 대하는 순간 마치 한 주 간의 보상처럼 모든 게 아득하게 희미해진다. 일을 하는 동안에는 당신에 대한 생각이 언제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당신의 눈을 들여다보는 동안에는 일에 대한 생각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다. 당신은 그러니까, 내 모든 생각에 속속들이 뿌리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