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20).

짧게 그의 도시를 둘러보고 공항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고, 짐을 보내고 우물쭈물 시간이 흐른다. 이제 열 몇시간 후면 지금 내 앞의 그 처럼, 나도 나의 현실에 도착할 것이다. 나는 내 안에 펼쳐진 검은 백조의 날개를 조심히 거둬들인다. ( 이미지는 unsplash.com , by Milada Vigerova )

이제 당분간 못 만나겠네. - ... 그러네요. 잘 가요. - 건강히 지내세요. 상투적이다 못해, 서로에게 매정하게 느껴지는 인삿말. 나와 그는 서로를 바로 바라보지도 못한 채 그대로 출국심사대 앞에 서 있다. ( 이미지는 unsplash.com , by Milada Vigerova )

나도 지금 갈까요? - 네? 지금 그냥 자기랑 같이 한국으로 갈까요? 그냥 가서 여기 오기 전에 하던 직장 다시 다니면서. 크지 않은 그의 눈이 순간 그렁그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떤 대답을 듣고 싶은걸까 나의 반응 따위를 고려하며 내 뱉은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학위 잘 마치시고, 그때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요. 가요. 가버려요. 보고싶고 그런 일 없겠지. 그는 웃은 채 찡그린 채 내 등을 떠밀듯 나를 출국장 앞으로 데려갔다. ( 이미지는 unsplash.com , by Matthew Smith )

파도에 휩쓸리듯이 사람들에 밀려 나는 간단한 유럽의 출국심사를 받고 면세구역으로 들어왔다. 뒤를 돌아보아야 할까? 그는 아직 그 자리에 있을까? 아무도 없으면 내 마음은 어떻게 되는 걸까? 혹시 아직도 그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면 그건 어떤 의미일까? ( 이미지는 unsplash.com , by Christopher Campbell )

사람들은 뒤를 돌아보아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손인사를 보내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며 꽤 한참. 나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서 있지 않아도 나의 자존감은 훼손되지 않을 거라는 일종의 자기 최면이 충분히 될 때까지 뒤를 돌아보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갈 수록 뒤를 돌아 보아 그가 있는 것을 확인할 확률은 낮아질 걸 알면서도 꽤 한참. 천천히. 뒤를 돌아. 출국장 환송 인파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그는 그 자리에 그대로. 출국장 펜스에 기대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오른손을 흔들고 웃는지 우는지 모를 표정을 지으며 있다가 어서 들어가라는 손짓을 하더니 곧 자리에서 떠났다. 나는 그가 뒤를 돌것 같을 때에 재빨리 먼저 뒤를 돌았다. 마음 속 뜨거운 그 무언가가 눈에서 흘러내리기 전에. ( 이미지는 unsplash.com , by Stas Svechnikov )

여행 ・ 맛집탐방 ・ 사랑과연애
그리움
Follow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