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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양희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에서
인생 공부중
사랑 공부만큼
사람을 그토록 설레게 하고
그토록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요.
지하철을 타면 해보는 별난 상상.
앉아 있는 사람들 머리 위에
각자 어디까지 가는지
작은 전광판이라도 하나씩 달려있으면
그 사람 앞에 가 서 있을 텐데 하는.
한 번뿐인 인생 길지도 않은데
사람 잘못 만나서 얼마나 고생들 하는지
사람 머리 위에도
우리 만남 시작되면 어디까지 갈지
'만남의 유통기한' 표시라도 있었으면.
이 사람 만나면 행복할까.
저 사람이 내 짝일까.
한 번뿐인 내 인생을
대체 누구와 함께 하기로
결정해야 할까.
요즘은
물건 소비하듯 재테크하듯
만남도 안전하게 '어장 관리'를 한다지만
그것은 결국 진실이 드러났을 때
서로에게 큰 상처만 안겨줄 따름입니다.
결국 정직하고 진실한 것이
그래도 옳다 싶어 최선을 다해보지만
나의 최선이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상처를 입고 나서야
비로소 무언가를 깨닫는다
-김난도,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정말 어려운 공부입니다.
사랑공부는
사람을 배우는 공부이고
삶을 배우는 공부이니까요.
그래서 우리의 인생이라는 책은
대부분 눈물로 써집니다.
인생은 한 편의 이야기이고
만남은 두 이야기가 연결되는 것이고
사랑은
각자 써왔던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함께 앞으로의 이야기를 쓰는 것입니다.
사랑하기에 알고 싶고
사랑할수록 더 알고 싶지만
사람은 사람을 다 알지 못합니다.
만약 다 알았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그건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중요한 문장에 밑줄을 그었는데
마지막 장에 가서 보니
모든 줄마다 밑줄이 그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이겠는가
-프레드 크레독(Fred B. Craddock)
우리의 앎이란 언제나
제한된 앎입니다.
오랜 시간을 통해
조금씩 천천히 알게 된
그것이 진정한 앎입니다.
더 잘 알고 싶어
더 잘 해보고 싶어
기가막힌 강연도 무릎을 치며 들어보고
혀를 내두르는 전문서적에 밑줄도 긋지만
사람은
그 어떤 강연도
그 어떤 책들도
짚어주지 못하는 점들을
무수히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 책에 의하면..'
'그 노래가사처럼 말야..'
'그 분 말씀 들어보니..'
너는 이럴 것이다, 답을 맞춰보는 내게
그 사람은 고개를 저으며 멀어져갑니다.
잘 몰라 실수하고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매일 지구 곳곳에서 벌어집니다.
사랑처럼, 민감한데 공식은 없고
위험천만한 투자가 또 있을까요.
소중한 당신
그러니까 사랑입니다.
잘 몰라도
아니, 잘 모르니까
사랑하는 겁니다.
사람, 다 알지 못합니다.
아니, 죽을 때까지도 거의 모를 겁니다.
그래서 우린 사랑하는 겁니다.
사전조사, 손익계산 후에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인격과 인격으로, 전존재로 만나는 겁니다.
바보같지요.
사랑은 똑똑한 사람도
바보로 만들어줍니다.
쩔쩔매며 서툴게 배워가면서
우린 인생의 책을 써나갑니다.
인생은 짧습니다.
우리가 쓸 수 있는 페이지는
생각만큼 많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일
사랑만 하려 해도 짧은 시간입니다.
계산을 멈추고
검토와 검증을 멈추고
사랑해야겠습니다.
나와 함께 하나의 연필을 잡고
하나의 이야기를 써나갈 그 사람을
괜찮아요.
잘 못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배우는 거니까.
그렇게 서툴게
사랑과 사람을
그리고 삶을 배우는 당신
지금 충분히
아름다우니까.
#감성변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