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세월호 추모

모든 부모의 행복, 모든 인간의 행복

아내가 임신한 가을의 어느 날. 만삭이 된 아내와 함께 공원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몸서리를 쳤다.

아, 아.. 이것이 행복이구나.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

그 후 두 명의 아이가 나오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참으로 어려운 시절도 많았지만 자라가는 아이들을 보며 모질게 흘러가는 시간의 야속함이 너무나도 서러웠다. 부여잡고 싶고, 멈추고만 싶은 순간 순간들. 코끝이 찡해오고 가슴이 아련해지던 순간이 어디 한두번이던가.

오늘은 아이들 어린이집 활동이 끝난 다음, 삼부자가 함께 키즈카페를 갔다. 워낙 자주 가는 곳이기 때문에 특별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함께 놀고, 아이들 좋아하는 우동과 아이스크림도 먹이고, 아이들 뛰노는 모습 보면서 옆에서 책도 읽고.. 일주일 중 이처럼 뿌듯한 시간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현관문으로 가는 사이 아이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검정색 점퍼, 파란색 셔츠. 아장아장이라 부르기에는 어느덧 훌쩍 커버렸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린 아이들인 나의 아들들.

아, 아.. 이것이 행복이구나.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

엄마 가게를 들른 후, 붕어빵을 하나씩 입에 물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 둘째가 말한다.

행복해. 행복해.

응? 뭐라고 했니 너?

오늘 행복하다고.

첫째가 피식 웃으며 화답한다.

응! 행복하다~!

무슨 말을 덧붙이겠는가. 부모는 자식을 보며 행복을 느끼고, 자식은 부모와 마음이 통할 때 기쁨을 느낀다. 세상에 이보다 큰 축복이 어디있겠으며, 이보다 가치 있는 이야기가 어디에 있겠는가. 우리 모두는 자라서 부모가 되고, 모든 부모는 나와 같은 마음이리라.

그 날, 그리고 고통의 시간

2년 전 그날. 부모라면 응당 누리는, 부모라면 누려야만 하는 그 기쁨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 현실. 부득이하게 몇 편의 글은 썼지만 한 번도 제대로 이 사건을 응시할 수 없었다. 제대로 된 글조차 쓸 수 없었다. 단 한 번도 그런 용기를 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온갖 허망한 꼴을 멀리도 아닌 가까운 사람들 가운데서 보았다.

선생님, 짜증나서 저도 폭식투쟁 나가봤어요. 피자하고 치킨 맛있던데요?

부모와 사이가 안좋은 녀석인데 이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다.

선생님, 아무리 그래도 폭력은 나쁜거에요. 저는 세월호 유족이나 관련자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아무리 그래도 폭력은 나쁜거니까요.

시위가 폭력적으로 번진 그 날, 아버지가 경찰 간부인 녀석이 카톡으로 1시간 동안 나를 들볶았다. 결국 우리의 인연은 그날 밤 끊겼다.

배를 인양하는데 1,500억이 든단다. 정말 너무하지 않니?

천안함을 끌어올릴 때도 많은 돈이 들었을 것이고 온갖 참사나 재해 때도 복구 비용으로 이 정도는 들었을텐데 기어코 들어올리지도 않은 이 참혹한 사건 처리 앞에 주변 어르신들은 오직 1,500억을 내뱉을 뿐이다. 당신 자식이 그렇게 갔다면 이런 소리를 할 수조차 있을까.

정부의 무능, 최고 존엄만을 지키고자 하는 권력의 잘못된 방향. 그리고 지속적으로 어처구니없는 여당, 부끄러운 줄 모르는 공무원들.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인 흐름. 시체 장사꾼으로 몰린 유족들. 프란시스코 교황이 왔을 때 잠시 감사했을 뿐 하나님은 어디에 계신건지. 교회는 왜 특별히 이 문제를 외면하는지. 도무지 쳐다볼 수도 없는 주제, 말을 건네기도 어려운 주제.

감당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거리로 나왔고 난생처음 데모를 했어요. 교회에서 이 이야기를 꺼냈는데 결국 그 입 닫으라 였죠. 저희 교회 목사님 훌륭하시고 모범적인 교회로 유명한데도 그렇더라구요.

바이올린을 켜는 한 자매는 이렇게 거리로 나왔다.

국정화 문제로 심용환이라는 이름이 세상에 끌려 나왔을 때 학원 부원장님이 은밀히 말씀하셨다.

저희 학원 어떤 선생님이 세월호 문제를 두고 정말 적극적으로 활동하십니다. 덕택에 국정원 요시찰자가 되시기도 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열심히 하고 계세요. 그런데 그 선생님께서 심선생님 걱정 정말 많이 하시더라구요.

우리 학원은 끝내 나와의 의리를 지켰고 나보다 앞서 세월호 문제에 천착했던 그 선생님은 이미 모진 풍파를 겪고 계셨던 것이다.

하나님은 왜 악을 허용하시는가

세월호 사건을 도대체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그때 그 순간 하나님은 도대체 무엇을 하셨으며 왜 이 사건을 방조한 무리들에 대해 응징하지 않으시는가.

서푼 해석은 금물. 신을 위한 변명을 내가 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하나가 움직였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어요. 먹고 살기에 바빴으니까. 다들 뭔가 이상하다 정도였죠.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충격을 받은 거에요.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라니. 그리고 세월호 사건이 터졌죠. 이래서는 안된다는 강렬한 문제의식이 공유되고 결국 함께 연대하기 시작했어요. 이 흐름이 국정화, 위안부 문제까지 이어온 거구요.

독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여성 활동가를 통해 들을 수 있던 해외 교포들의 동향이었다. 먹고 살기에 바빴고 적응하기에 바빴던 사람들이 깨어난 것이다. 그리고 연대하며 범세계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주에서, 파리에서 그들의 양심이 눈을 떴고, 이 나라를 향한 사랑이 눈을 떴고, 죄악을 향한 양심이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2000년대 이 후 진보 교회의 의미는 많이 사라졌어요. 그리고 오히려 보수 진영에 속한 많은 목회자와 교회가 세월호 문제에 대해 적극 응대하기 시작했죠. 실제로 세월호 사건 당시에 이 문제와 함께했던 기독교인들을 보면 대부분 보수 기독교인들이에요. 30대 이 하의 젊은 목회자들이 노력을 주도했구요. 정말 중요한 변화였던거죠.

아카데미 연구원과의 대화였다. 과거 진보 진영의 교회를 폄하하고자 함은 결코 아닐터. 대형 교회 목회자를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괘변들이 속출할 때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 자리를 지키며 분투한 그 현장에는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젊은 목회자들과 신앙인들이 차고 넘쳤던 것이다. 며칠 전 4대 신학교에서 100여명의 신학생들이 세월호 추모 예배를 공동으로 주관하기도 했다. 이런 적이 내 생애 동안 단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규모는 작더라도 혁명적인 변화가 시작된 것임에 분명하다.

그 날의 비극, 그 날의 죽음. 그것은 해석할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암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 분명한 것이 발생했다.

그 사건이, 그 아픔이, 그 비극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역사의 노를 젓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움직일 수 없는 것들이 움직이고, 변할 수 없는 것들이 변하는 기적.

나에게 하나님은 언제나 의심이다. 언제나 간절함이며 미래이다. 그 날의 죽음은 감당할 수도 없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묻고 또 묻겠다. 이 변화들, 이 가치들, 이 이야기들 계속 이루어질 수 있냐고. 더욱 큰 덩어리가 되어 시대와 역사가 변할 수 있냐고.

전태일의 죽음이 노동 문제의 새벽이 되었고, YH사건 당시 4층에서 내던져져 죽었던 김경숙의 죽음이 유신 붕괴의 첫 사건이 되었고, 김학순 할머니의 모진 고통이 고백되었을 때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듯, 새월호의 아픔이 오늘 우리의 역사에 새로운 미래가 될 것이라는, 되야만 한다는, 반드시 그럴 것이며 그래야만 한다는..

책임을 다하겠다

갑자기 이 문제에 얼굴을 들이 밀 생각은 없다. 그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그토록 노력한 분들, 함께한 분들이 계신데 너무 뜬금없는 일이다.

다만 분명히 고백하는 것은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부여 받은 사명, 그리고 죽음 앞에선 나의 양심 앞에 기어코 떳떳해지겠다.

또한 혼자하지 않겠다. 역사의 여명 앞에 어깨를 맞대며, 허리춤을 부여잡고 다소 다른 사람들이더라도 함께 가겠다. 지쳐 있다면 끌고라도 가겠고, 맞서는 무리 앞에서는 대단한 의지와 능력으로 힘껏 분쇄하며 역사의 새 날로 나아가겠다. 그것만이 내가 해야 하는 유일한 길이며, 하나님 앞에 대답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다.

가자. 함께 가자. 함께 보고 함께 울며 함께 이루어서 그래서 함께 돌아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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