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는 전 세계 고객사들에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그런데 화웨이가 자체 하드웨어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화웨이는 최근 몇 년 새 R&D 지출을 늘렸다. 지난해에는 그룹이 벌어들인 총 수익의 약 13%를 R&D에 투자했다. 화웨이는 하드웨어 제조를 자체적으로 하는 편은 아니다. 제조 물량의 절반 이상을 협력업체에 외주를 맡긴다. 세계 곳곳에 포진한 화웨이 인력의 50%가량은 R&D 담당이다. 또한 화웨이에 몸담고 있는 엔지니어 대부분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연구한다. 상하이에 있는 화웨이 R&D 센터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1만 명 이상은 무선 네트워크 기술의 다양한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이 고민하는 화두를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볼까? 기지국 출력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이동통신사들을 낮은 비용으로 쉽게 3G에서 4G LTE 이동시킬 수 있는 방안은? 이동통신사들이 부가요금을 내는 고객들에게 더 나은 접속 환경을 제공하려면 필요한 기술은? 상하이 푸동지구에 있는 R&D 센터는 0.5km에 달하는 매우 규모가 큰 단지다. 총 면적이 무려 27만7,000m²에 달한다. 언뜻 보기에는 일반적인 사무용 빌딩과 다를 게 없다. 그런데 내부로 들어가보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책상 사이에 복잡한 설계 도면과 차트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지하 1층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는 섹션별로 다양한 음식을 구비해놨다. 중국 선전시에 있는 본사보다 R&D 센터 카페테리아에서 더 훌륭한 식사를 제공한다고 어느 직원은 살짝 귀띔했다. 화웨이는 연구개발비에 투자할 수 있을 만큼 탄탄한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순이익이 32% 증가했다. 최근 화웨이의 성장 속도는 경쟁사인 스웨덴의 에릭슨과 프랑스의 알카텔-루슨트를 훌쩍 앞질렀다. 유럽 이동통신사들은 앞으로 몇 년 사이에 유럽 통신 장비업체들이 화웨이 연구개발 투자 수준을 따라가지 못해, 화웨이가 고급 통신방비를 제공하는 몇 안 되는 기업의 위치로 떠오를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