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동원 집회' KBS·MBC는 ‘침묵’

기사승인 2016.04.22  21:39:27 [비평] 야당이 진상규명 요구하고 청와대까지 해명했는데도… 보수성향 단체들이 탈북자들을 일당 2만원을 주고 친정부 집회에 동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의 폭식 집회, 역사교과서 반대한 김제동 퇴출 촉구 집회, 박원순 서울시장 사퇴 촉구 집회, 옥새파동 김무성 규탄 집회에 탈북자들이 동원됐다는 거였다. 어버이연합 것으로 보이는 차명계좌 거래 내역이 공개되면서 자금 출처 의혹이 제기됐다. 전경련이 이 계좌에 1억2000만원을 입금했다는 보도로 논란은 확대됐다. ‘청와대’, ‘국정원’ 등 굵직굵직한 이름들이 등장하면서 야당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공영방송 KBS와 MBC은 침묵했다.

JTBC <뉴스룸>은 21일 또 다시 보수성향 단체들의 ‘기획·동원시위’와 관련한 단독 기사들을 쏟아냈다. JTBC는 <‘전경련 뒷돈’ 일파만파…또 다른 ‘우회 통로’ 의혹> 리포트를 통해 사단법인 ‘비전코리아’를 통해 우회지원된 것이 아니냐는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JTBC는 “어버이연합의 차명계좌로 추정되는 선교재단과의 거래가 중단되고 한 달여 뒤인 2015년 2월 어버이연합 사무실과 같은 곳을 주소지로 하는 사단법인 비전코리아가 설립됐다”며 “어떤 간판도 눈에 띄지 않고 사무실 전화조차 등록돼 있지 않다. 심지어 등기부상 이사로 등록된 사람들조차 이 단체의 실체를 모른다”고 보도했다.

선교재단 뒤이은 의혹 ‘비전코리아’…전경련은 돈 주고 청와대·국정원은? JTBC는 ‘배후’에 대한 보도를 이어갔다. 시사저널은 <[단독] 어버이연합 “청와대가 보수집회 지시했다”> 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만든 상황이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어버이연합 측에 한일 위안부협상과 관련한 청와대 지지집회를 열어달라고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요청한 걸로 드러났다. 이를 증언한 어버이연합 소속 인사는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 소속 허 아무개 행정관을 지목하기도 했다. 시사저널은 또한 22일(오늘)은 <[단독] “청와대 행정관이 집회 열라고 문자 보냈다”>등의 기사로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JTBC는 <끊이지 않는 증언…배후설 논란에 청와대 “사실 아냐”> 리포트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고 전하며 “이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취재팀이 지난 3주 동안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도 어버이연합과 탈북자연대 측 관계자들은 수시로 이런 얘기를 해왔다”고 했다. <[단독] 유우성 사건에도 연관?…“자료 모아 국정원에 전달”> 리포트에서는 “국정원이 유 씨의 간첩 혐의 증거를 수집할 당시 탈북자 단체가 나섰는데, 이때 어버이연합이 그 활동비를 댔다는 진술이 나왔다”며 국정원과의 연관성 의혹을 새롭게 제기했다. 이 밖에도 <“돈 나오는 곳 안다”…MBC 녹취록에도 ‘지원’ 의혹> 보도를 통해 폴리뷰가 전경련 산하 자유경제원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 역시 제기했다. JTBC는 보수성향 단체들에 대한 ‘정부지원’의 문제로 관점을 확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유령법인’ 비전코리아…정부, 3500만원 지원 배정>와 <정부 돈 받으며 정권 옹호?…변질된 민간단체 지원금> 리포트를 통해 손석희 앵커는 “비전코리아는 취재 결과 사무실이라는 곳에 간판도 없고 직원 한명도 없었다”며 “사실상 유령법인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그런데, 올 초 정부는 이 유령법인 단체에 3500만 원 지원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손석희 앵커는 “정부가 민간단체 지원하는 걸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정부와 성향이 비슷한 단체에는 지원이 쏠리고 이 단체들이 정부를 옹호하는 활동을 이어간다면 어떨까. 시민사회계에서는 특히 이명박 정부 이후 정부의 지원금이 이런 식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JTBC에 따르면, 2000년 제정된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은 정부가 민간단체에 돈을 지원하는 근거가 됐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정부의 ‘입맛’에 맞는 단체를 관리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지원 대상에 ‘국가안보’ 부문이 별도로 신설됐고 59곳 가운데 35곳이 보수 혹은 친정부 인사들이 장으로 있는 단체들이 지원 대상이 됐다. 지원을 받은 단체들은 친정부 관련 행사들을 주로 개최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는 2013년부터 3년간 3억2700만원의 지원을 받았다. 국정화에 찬성한 단체 17곳이 가져간 지원금은 총 14억6000만원에 달했다. 정부가 직접 집회 개최를 요청하지 않았더라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다른 매체들 또한 이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에 매달리는 모양새다. 한겨레는 <“전경련 돈 추선희 차명계좌 입금되면 기다렸다는 듯 보수단체로 빠져나가”> 기사를 통해 “2006년 출범한 어버이연합이 2014년 이전부터 전경련 등 외부자금 지원을 받아 탈북단체와 극우·보수 성향 단체 및 언론을 정기적으로 관리해온 것 아니냐”며 입출금 내용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한겨레는“2014~2015년 보수 성향 인터넷매체 등을 운영하는 인사가 대기업들을 다니며 ‘왜 보수단체에 기부를 안 하냐’고 했다고 한다”는 대기업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기업들 또한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차명계좌 입금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 <어버이연합 집회…청·전경련 배후설> 기사를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전경련, 어버이연합 돈 지원에 靑 관여했는지 밝혀라>를 통해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의 한 행정관이 올해 초 어버이연합 관계자에게 한·일 위안부 합의 체결에 대한 지지 집회를 열어 달라고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게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관제 집회를 유도했다는 얘기가 된다”며 “청와대와 국정원은 의혹을 공식 부인했지만 청와대 행정관이 어버이연합 측과 접촉했는지, 또 집회와 관련한 부탁이 있었는지 철저하게 자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또한 전경련을 향해 “조속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전경련은 ‘(의혹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했다. 이런 비상식적 해명을 누가 납득하겠는가. 전경련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의심만 키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TV조선도 보도…공영방송의 침묵이 길어진다 조선일보는 종편 TV조선을 통해서도 관련 사안을 보도했다. 21일 TV조선 <뉴스쇼판>은 <“전경련, 어버이연합에 자금 지원 의혹”…파문>, <시위의 대가? 노인 무료급식비?>, <야 “어버이연합 배후설, 철저히 수사”…청 “사실 아니다”> 리포트 등을 방송했다. 물론, <“진보도 탈북자 동원한다…진보는 5만원”> 이란 제목의 리포트 역시도 나왔다. TV조선은 해당 리포트에서 “탈북자들이 보수 단체 집회 뿐 아니라 진보 단체 행사에도 일당을 받고 동원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며 “보수 단체한테는 2만원, 진보 단체한테는 5만원을 받았다는 건데 보수와 진보 가리지 않고 각종 행사에 돈을 주고 탈북자들을 동원됐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TV조선의 이러한 보도는 사실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어버이연합이 탈북자 단체를 통해 집회 참가 인원을 동원한 것은 위의 언론 보도를 통해 충분한 정황을 포착할 수 있다. 그러나 진보성향의 단체들이 주도한 집회에 탈북자들이 대가를 받고 동원됐다는 보도에는 '주장'만 있을 뿐 근거가 없다. 어쨌든 조선일보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이번 사안에 대해 공영방송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문제다. 시사저널이 이 문제를 첫 보도 했던 18일 이후, 지상파는 꾸준히 침묵했다. 처음으로 침묵을 깬 것은 SBS였다. SBS는 21일 <8뉴스>에서 <전경련, 어버이연합에 뒷돈 지원?…의혹 일파만파> 리포트를 통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종교단체계좌를 통해서 보수성향 단체인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며 “검찰 수사가 임박했지만, 전경련은 아직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하면서도 해당 리포트를 중·후반부에 배치하는 소극적 태도는 문제로 지적될만 하다. 보수단체들의 관제시위 관련 사건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들은 연일 해당 관련 논평을 내고 있다. 급기야 ‘국정조사’ 주장까지 나왔다. 경실련은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배후설’을 부인했고 시사저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조선일보조차 보도할 수 밖에 없었던 사안에 공영방송 KBS와 MBC가 침묵한다. 청와대의 해명까지 나온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보다. KBS는 한 술 더 떴다. KBS <뉴스9>가 중요한 사건을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KBS라디오 <황정민의 FM대행진> ‘간추린 모닝뉴스’에서 타 언론매체들의 보도를 인용해 해당 사건을 전한 기자가 돌연 교체된 것이다. 과연, 공영방송에 주어진 보도권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요즘이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미디어스 http://m.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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