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찾아낸 ‘또 박근혜’라는 새로운 화법 대공개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사 편집·보도국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했습니다. 취임 첫해인 2013년 4월 언론사 간담회 이후 3년 만입니다. 총선이 여소야대로 끝나고 임기 말기가 되면서 소통을 통해 남은 임기를 변화하겠다는 큰 뜻(?)을 품고 했던 간담회였습니다. 그런데 아이엠피터는 박근혜 대통령이 했던 말을 풀어도 보고, 문장으로 나눠도 봤지만,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생각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똑똑하지 못하고 이해력이 떨어지니 감히 대통령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다른 정치 전문가는 대통령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리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냥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한 결과물’

딴지일보 정치부장 출신이자 정치 평론가로 불리는 물뚝심송조차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아무리 다시 읽어봐도.. 박근혜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전혀 조율되지 못한 실언”들의 모음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모든 발언이 다 그렇다.’고 밝혔습니다. 저만 다시 읽어본 것이 아니었습니다. 물뚝심송은 대통령의 발언을 ‘그냥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한 결과물 같은 느낌’이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아이엠피터보다 내공이 깊은 정치평론가조차 명확하게 대통령의 의중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도대체 저는 무엇을 봐야 할까요? 고민했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청와대와 언론이 공개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 결과 드디어 찾았습니다.

‘또 박근혜라는 말이 나올 새로운 대통령의 화법’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에서 했던 모두 발언을 보면 ‘또’,’그렇게’,’그런’,’이런’이라는 모호한 단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단어를 중복해서 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 함께하신 자리’라고 해도 됐을 말을 ‘오늘 이 자리가 함께하신 이 자리가’처럼 말을 하기도 합니다.

가장 핵심은 ‘또’라는 말입니다. 짧은 모두 발언에서만 무려 5번이나 나옵니다.

‘또 아무리 애를 써도’

‘또 다른 이제 어려움이 닥치고’

‘또 안보라는게’

‘또 국민의 삶이’

‘즐거운 또 좋은 점심 시간’

‘또 아무리 애를 써도’라는 말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즐거운 또 좋은 점심시간’이라는 말에 와서는 단순히 덧붙이거나 그 밖에라는 의미로 쓴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의 비공개 질의응답 전문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만 따로 뽑아서 ‘또’라는 말이 몇 번 나오나 세어봤습니다. 무려 84번이나 나왔습니다. 평균적으로 질문 하나에 또라는 말이 5번 이상은 나왔고, 어떤 답변에서는 7번이나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런 국정운영’

‘또 여러 가지’

‘또 6.25전쟁도’

‘또 그다음에’

‘또 청년실업 문제’

‘또 통과되면 ‘

‘또 대화하면’

‘또 돈을 벌어봐야 자꾸 세금 내고 남는 것도 없고, 이런 고통에서 자영업자도 살 수 있고 또 전부 그쪽에만 몰리지 않기 때문에 은퇴 후에도 직장을 찾아서 갈 수 있는 사람들 그 나름대로 돈 벌어서 자녀들도 계속 공부시킬 수 있고, 또 노후에 걱정도 덜할 수 있고, 그런 게 아니냐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라는 문장을 보면 굳이 ‘또’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되는데도 자꾸 반복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또 화법’은 질문에 대해 답변은 해야 하지만 준비된 원고나 답변이 정확하지 않아 나오는 말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기는 하는데 생각할 시간이 부족해 말을 질질 끌려고 덧붙이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결론은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하기 힘든 어눌한 화법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억지로 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를 바라지 말라’

박근혜 대통령이 3년 만에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 소통을 했는데 쓸데없이 ‘또 화법’이라는 이상한 얘기를 하느냐고 반박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총선이 끝나고 임기 말기가 되면서 소통을 하겠다면서 왜 굳이 비공개로 했는지 아이엠피터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생방송으로 하면 안 됐나요? 대다수 국민들은 총선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도 듣고 싶고, 임기 말에 어떻게 정국을 운영할지도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비공개로 진행했고, 엠바고를 걸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나(경호상) 국가안보 및 국익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엠바고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단순 질의응답에 무슨 엠바고가 필요했는지 답답합니다. 혹시나 언론사 편집국장이나 보도국장들이 돌아가서 글을 잘 써주리라 믿고, 청와대로 불러 점심을 먹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소통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을 초청해 가진 오찬간담회는 기레기라 불리는 언론사들에는 대통령의 용안을 볼 기회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소통을 생각했던 국민은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를 바라지 말라’는 박 대통령의 굳건한 모습을 확인했던 시간에 불과했습니다.

295명의 생명이 사라지고, 9명이 아직도 가족의 품에 돌아오지 못한 상황에서 돈을 운운하는 대통령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겠습니까?

어쩌면 우리는 몇 년간은 ‘또 박근혜와 같은 대통령’이 나오지 않도록 크게 눈 뜨고 정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를 운영하는 정치블로거, 진보나 좌파보다는 상식적인 사회를 꿈꾸며 제주도에서 에순양과 요돌군의 아빠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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