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소녀, 자스민을 만나다

“자전거 여행하세요?”

갑작스런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단정하고 또 얌전하게 보이는 한 소녀가 말을 걸어왔다.

“아, 네. 자전거 세계일주 중이에요. 여기 오는 내내 사람도 안 보이고 배도 고프고 해서 일단 도착은 했는데 숙소를 구하려구요. 혹시 주변에 호텔이든 모텔이든 싼 숙소 있나요?”

그녀는 내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말을 붙여왔다.

“저도 자전거에 관심이 많고 취미활동으로 동호회에 가입해 즐겨 타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음, 하지만 숙소 가격은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나를 따라 오세요.”

그녀는 도로 맞은편 호텔로 나를 데려다줬지만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다.

“250페소라. 100페소 정도의 숙소는 없는 건가요?”

“비싸죠? 그렇다면 우리 집으로 갈래요? 우리 집에서 하룻밤 정도 자는 건 괜찮아요.”

“그쪽 집이요? 괜찮아요?”

“물론이죠.”

그녀는 처음 보는 낯선 동양 청년에게 예상치도 못한 제안을 해 왔다. 미국에서는 적지 않게 이런 경우가 있었지만 멕시코에서는 누가 가정집에 초대해 주는 게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더욱이 밤에 만난 이름 모를 소녀가 말이다.

“아니, 처음 만난 낯선 남자를 집에서 재워도 괜찮냔 말이에요?”

그녀는 별걸 가지고 호들갑이라는 투로 웃어넘긴다. 그녀의 이름은 자스민(Jazmín). 열여덟의 학생이다. 자전거가 좋아 자전거 여행도 많이 다니고 집에도 자전거와 각종 장비가 있다고 소개했다

처음 본 이에게 단지 자전거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초대해 준 자스민에 대한 고마움이 콧등을 시큰하게 만든다. 어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며 나눌 수 있는, 내게는 없는 그 마음결이 곱기만 하다. 이들을 만나며 난 사람과 사람이 하늘 아래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는 인연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삶에 대한 존중함을 깨닫는다. 여행에서 얻는 상처를 여행으로 회복하고, 여행에서 얻은 기쁨을 여행에서 나누는 내 개똥철학 여행관이 멕시코에서 정립되어 가는 걸 느낀다. 자스민의 모습이 묘원해질수록 나는 그녀의 향기가 내 안에 오래도록 남아 있기를, 그래서 나 역시 그 향기를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기를 생각해 본다. 내게는 자전거 여행에 중독될 수밖에 없는 참 멋진 만남이다.

한 권의 책, 만 번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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