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에서 생길 수 있는 일 1

히말라야 트레킹 열풍이다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다지만 히말라야 트레킹은 트레커의 컨디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지난 2월 말에 카트만두~건지~ 카트만투~루크라~팍핑~남체~ 쿰정~ 에버레스트 뷰~루크라~카트만두 코스로 네팔에 다녀왔다.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간다면 말 그대로 쉽게 갈 수 있기는 하다. 문제는 그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고산증이 복병이다. 심지어 하이힐을 신고 갈 수 없는 길은 가지도 않고, 3인 이상만 모여도 대화를 불편해하는 에고이스트가 50여 명이나 되는 인원과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선 이유는 엄홍길휴먼재단이 설립한 11번째 휴먼스쿨 준공식이 계기가 됐다. 여기에 강북구청 보건소 의료봉사활동 팀이 가세하면서 일이 커졌다. 속칭 '산동네'에서 호불호가 엇갈리는 엄대장조차 히말라야 산봉우리를 점령하는 것보다 50여 명을 인솔하고 등반하는 게 더 힘들다니 말 다 했다. 트레킹의 '트'자도 모르는 생초짜가 겪은 히말라야 트레킹 고군분투기를 조심스레 투척하니, 그곳에서 생길 수 있는 일들을 참조해 곤란지경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이번에 우리 일행은 어지간한 비행기는 다 타봤다고 자부한다. 우리 국적 항공기, 경비행기, 헬기 등을 번갈아 가며 탔다. 카트만투에서 1시간을 비행해 도착한 네팔리건지. 그곳에는 마을잔치가 벌어졌다. 한껏 성장한 여인네들이 엄홍길 휴먼재단의 11번째 휴먼스쿨이 자신의 마을에 생기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 이렇게 모인 것이다. 이 산속에 이렇게 다양한 컬러의 옷들을 입고 나타나다니.

엄홍길휴먼재단의 11번째 휴먼스쿨

아이들도 이른 아침부터 나와 우리 일행을 기다린 것 같았다. 수줍은 나는 나무 뒤에서 사진을 찍었다. 엄 대장은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단것을 주지 말라고 엄포를 놨다. 아이들 이가 썩는다며. 임시약국에서는 초콜릿이나 사탕 대신에 비타민 정을 주고 있었다. 개교식에 이어 의료봉사활동이 이어졌다. 자신이 낳은 아이의 이름이나 생일을 모르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나이도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연령대가 높고 고질병에 시달리는 이에겐 달리 처방이 없어 구충제와 치약, 칫솔을 주기도 하더라.

네팔 지역에서 이런 시설을 갖춘 학교도 드물단다. 작은 마을의 작은 교실에서 행복한 아이들이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

떠들썩한 준공식을 피해 학교 뒤쪽의 한적한 곳으로 갔더니 이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거의 맨발로 다녔고 운동화를 신은 아이는 드물었다. 같이 간 '못된고양이'의 CEO께서 운동화를 기부해도 신지 않을 것 같고 이왕이면 조리가 더 낫겠다는 것이다. 나도 동의했다. 행복의 기준은 깊이가 아니라 횟수니까. 얼마나 깊고 진하게 행복을 느끼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주, 빈번히 행복을 느끼는 게 더 낫다.

이렇게 축구공을 줘도 무엇을 신고 찰 것인지... 그래도 공을 든 아이들은 기분이 좋다.

진료를 받기 위해 줄은 선 여인들. 머리에 꽂힌 헤어핀조차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약국 지원 업무를 맡은 내 앞으로 몰려든 아이들. 엄 대장의 경고가 준엄하니 단것을 줄 수도 없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즉석에서 보여주니 다들 깜짝 놀란다. 마음 약해서... 어쩔 수 없이 스니커즈나 금화 초콜릿을 쥐어주었다. 그들이 단것을 먹어야 얼마나 먹겠는가.

어마무시한 날 것들

다시 어마무시한 경비행기를 타고 카트만두로 돌아왔다. 이렇게 조종사 뒤켠에 앉으면 날으는 행위에 대한 두려움이 확 덮쳐온다. 20명이 겨우 탈 수 있는 비행기, 서로 어깨가 부딪치고, 머리가 천정에 닿을 수 있는 공간의 답답함은 또 어떻고. 하필이면 우리 일행이 네팔에 있는 동안 매일 경비행기 사고가 나서 한국에서는 애를 태웠다고 한다.

카트만두에서 또다시 경비행기를 타고 루크라 공항으로 출발. 아무리 경비행기라지만 이런 기본은 있다. 다만 네팔은 국제선보다 국내선 수속이 더 길고 복잡하다. 전산화가 전혀 돼 있지 않아 공항 업무가 모두 아날로그다. 당연히 수하물 검색이나 신분 조회가 더 엄격하다. 국내선 공항에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말씀이다. 난 작은 양산을 빼앗겼는데 우리의 영민한 셀파께서 어떻게 찾아서 돌려주었다.

루크라 공항이다. 여기서부터 히말라야 트레킹이 시작된다. 공항마저도 해발 2000m에 있다고 한다. 경비행기와 헬기들이 수시로 오간다. 우리 일행은 인원이 많지만 대부분 대여섯 명 단위나 2명이 셀파들과 함께 등반한다.


야크들의 수난시대

야크들이 우리 짐을 산으로 옮긴다. 대부분 야크 무리들이 먼저 출발하면 트레커들이 뒤를 이어 출발한다. 야크 양쪽으로 짐을 싣기 때문에 캐리어를 가져가면 곤란하다. 카고백이라 해서 가벼운 방수용 천으로 만든 백을 대부분의 여행사에서 나눠준다. 눈이나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짐을 넣을 때는 비닐을 둘러주는 게 좋다.

야크들은 여행자의 짐도 실어나르지만 고산족들의 생활용품도 날라야 한다. 사진에 보이는 야크들은 달고 있지 않지만 대부분 목에 커다란 방울을 달고 있다. 나는 이들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목에 단 쇠방울이 무거워 보여 그게 더 신경 쓰였다. 후에 카트만두 슈퍼마켓에 가보니 네팔 기념품으로 야크 치즈를 많이 구입하더라. 좀 리치한 느낌이었는데 샐러드 위에 뿌리는 토핑용으로 적당한 듯했다. 이 외에도 실크 카펫, 히말라야 치약과 립밤, 에센스, 캐시미어 등이 인기 있단다.

현지인들은 대부분 여행자들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구경은 하되, 새로울 것 없는... 심지어 한 미국인은 셀파 한 명과 함께 혼자서 등반하고 있었다. 미주리에서 왔다는데 나이도 있어 보이지만 기운이 넘치더라. 모자도 있고. 그래도 가장 많은 건 역시 커플.

길가에 있는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로지를 겸하고 있는데 팍핑 근처에 있는 이곳에서 의외로 김치볶음밥을 주더라. 원래는 우리 팀의 셀파들이 거의 한국인 입맛에 맞게 요리를 내온다. 누구는 히말라야 트레킹 가서 오히려 살이 쪄서 온다는데 내 경우에는 지대가 높아서인지 입맛이 없고, 식사를 하더라도 포만감이 들게 먹으ㄹ면 산을 오르는데 부담스러웠다. 절로 체중이 빠지더라.

햇빛이 강렬한 데도 옷을 벗으면 또 선선하다. 이때 엄 대장의 잔소리가 시작된다. 우리는 이틀 전부터 씻지 못했다. 세수도 안 했다. 목에 뭔가를 두르지 않고 모자를 쓰지 않으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처음엔 좀 지나친 것 아닌가 했으나 충분히 그럴 만했다. 고산지대에서는 보온이 필수다. 더워서 땀이 나도 마찬가지다. 특히 머리는 단단히 감싸야 한다. 어쩌다 머리 부분에 물을 묻혔더니 두피가 확 땅기고 아팠다. 고산증은 체력이나 체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한다. 매일 혈관확장제를 먹었음에도 두통에 시달렸고, 산으로 올라가면 갈수록 얼굴이 붓고 식욕이 떨어졌다. '산사나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건강한 사람도 스러지는 판국이나 고산증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높다는 다리를 지나면 황홀한 전경이 펼쳐진다. 어느 누구도 자연의 웅장함 앞에서는 숙연해지고 만다. 팍핑에 도착하자마자 의료팀이 분주해진다. 오지에 사는 사람들은 아무리 먼곳이라도 절로 사발통문이 퍼지나 보다. 한평생 의사라곤 구경하기 힘든 곳이라서 그런지 우리가 묵는 로지 입구에 마을 주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야외 수술실

며칠 전에 말에 부딪혔다는 이 남자. 곁에 서 있는 부인이 밤새 업고 산길을 달려왔다고 한다. 오른팔이 심각하게 곪아 있는 상태라 노블클래식의원 정경재 외과의께서 급하게 임시로 야외 수술을 집도했다. 이 마을에 의사가 온 것도 우리 일행이 처음이라는데 응급수술까지 받은 이 남자는 행운아임에 틀림없다. 수술을 마치고 나니 약사의 지루한 통역이 남았다. 손짓 발짓 동원해 반드시 내일 아침에 다시 이곳에 환자를 데리고 와야 하며, 약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우리는 장하고 기특한 부인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녀는 사태의 심각성을 잘 이해했는지 이른 아침부터 남편과 함께 로지 마당을 지키고 있었다.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생길 수 있는 일 2>가 계속된다

남체에서는 로지 침대 위에 슬리핑 백을 깔고 자도 밤새 덜덜 떨었다. 양치질만 하고 3일을 씻지 않고 버틴 셈이다. 최고로 높은 고산족 마을이라는 남체는 마을이 크다. 밤 사이 눈이 오는가 했더니 아침에 일어나 보니 설원이다. 아직 빙글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서 사진을 많이 올리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말도 많은데 깝깝하시겠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생길 수 있는 일 2>를 올리겠다. '투 비 컨티뉴드'입니다요~. http://me2.do/5VnCLc1l

바다에서 시선을 거두고
Follow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