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거의 미학(미니멀리즘)

현대사회에서 ‘옷’이란 이제 기능성에 의거하는 물건이 아니다. 이제는 기능성을 넘어 멋으로 그리고 아름다움으로 더 나아가 예술로 소비되어진다. 현재만이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필연 디자이너는 구시대에도 존재하였다. 왕실왕족들의 고귀함을 자아내는 예복과 엄격한 규율로 다스려지는 군복은 과거에도 디자이너들이 존재했음을 알려주고 옷에 패션(Fashion)을 불어 넣어주는 좋은 근거로 남는다.

과거에 옷이란 계급의 상징이었다. 고귀한 옷을 천한 사람이 입을 수는 없었다. 옷이 사람을 구별하였다. 고귀한 신분은 화려함을 두르고 다녔고 천한 신분은 가난을 두르고 다녔다. 가난한 사람들의 옷은 대개 천쪼가리다. 찢어지고 구멍나고 멀쩡한게 하나도 없다. 그러나 한가지 대변되는 장점은 천민들이 입던 옷은 활동과 편의에 중점을 두었다. 그렇기에 굉장히 기능적이었다.

오늘날의 예복으로 구분짓는 많은 옷들이 있다. 투 버튼 블레이져부터 턱시도, 여성들의 경우에는 여러 형태의 드레스가 존재한다. 이러한 옷 전부는 활동하기에 굉장히 불편하다. 비즈니스룩으로 입고 다니는 수트의 경우도 그러하다. 소재를 활용해 편리함을 극대화 했다고는 하나 현실은 퇴근해서 빨리 벗어던지고 싶은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옷들은 평상복으로 맞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편히 녹아드는 옷들은 긴장감을 쏙 뺀 물건들이다. 여기에는 괜한 실루엣과 쓸데없는 디테일을 중시하지 않는다. 천한 대중들이 입던 옷들은 대게 그랬다. 멋에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시원하고 따뜻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래서 굉장히 심플하다. 편하다.

옷에 미학을 논하는 건 끝이 없다. 장식의 화룡정점부터 해체주의의 미학까지 그 깊이는 수천년이 지나도 헤아릴 수 없다. 유능하고 감각적인 디자이너들이 해마다 쏟아져 나온다. 그때마다 옷이 가진 가능성이 팽창한다. 미래의 옷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하지만 주목해야 할 건 미래를 수 놓는 저 멀치에서 빛나는 화려한 옷들이기 보다는 일상에서 입는 옷들이다. 꾸뛰르룰 논하기 전에 당장 현실성있는 옷 말이다. 어차피 사람은 스스로 한정짓는 범위에서 행동한다. 제 아무리 화려한 인생을 살고 있어도 혼자 있을 때 만큼은 이미지를 벗기 마련이다. 긴장을 풀고 삶의 여유로움에 묻을 수 있는 옷을 찾는다. 모두가 다 대중인 셈이다.(디자이너 조르지아 아르마니도 이것저것 꾸미기 보다는 편하게 추리닝에 모자눌러쓰는걸 즐긴다고 한다.)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 질 샌더(JIL SANDER)

화려한 패션쇼를 마치고 환희에 젖은 디자이너들의 존재에 환멸을 느낀 디자이너들이 몇 있다. 이들이 향한 패션이란 끝자락에 도달한 건 결국 ‘소거’였다. 세세한 디테일을 무시하고 심플함에 주력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옷이 결국 본래의 기능을 완연히 수행한다고 믿는다.

질 샌더, 캘빈 클라인, 헬무트 랭, 장 뚜이뚜 등. 여러 디자이너들이 심플함이 목적인 ‘미니멀리즘'을 택했다. 그들의 디자인은 트렌드를 쫒지 않는다. 철저한 실용성과 기능성에 중점을 둔다. 옷이 거북스럽지 않다는건 바로 이 이유다. 심플하니 군더더기 없다.

나는 매일 몇 번씩이고 옷장을 확인한다. 안봐도 뻔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보게되는건 옷장이 지닌 마력이다. 분명 많은 옷들이 있지만 유독 손이가는 옷들이 있다. 사실 생각해보면 옷의 가짓 수가 많은거에 비해 내가 입는 옷들은 대게 한정적이었다. 늘 옷이 부족하다고 느끼는건 이런 이유다. 결국 나도 이미지에 살고 이미지에 죽는다. 멋지게 보이려고 그만 화려한 선택을 해버린다. 그러나 결국 얼마 안되어 질리고 만다. 모두 옷장행이다. 글을 쓰며 또 다시 교훈을 얻는다. 옷을 사고 후회할때마다 들었던 생각이다. 결국은 ‘소거’다.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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