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헤어짐에 대해 고민했다. 그래서 일요일 저녁이나마 술 한잔 하며 얘기를 좀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일지도 모르기에 그 사람 제대로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토요일 밤에 관심없겠지만~ 병원은 잘 다녀왔냐~ 수술은 잘 됐냐~ 물어주길 바란건 내 욕심이었나보라고 톡을 남기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이번주 일요일도 출근을 해야했기에 톡은 아침에 본듯한데...그 사람은 점심 때까지 아무 답장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바쁘냐 톡을 보냈고 그는 그제서야 수술 잘됐냐며 바쁘다고 했다. 1주일 약먹고 병원에 또 오라고 했다니까 재발되지 않게 조심하라고도 했다. 저녁에도 늦게 끝나냐 물으니 힘들고 피곤하다 했다~ 피곤해도 밖에서의 술자리는 피하지 않는 그 이기에 내가 만나자는 말을 못하게 하려는 듯 느껴졌다. "늘 나한테만 바쁘고 피곤한데... 내가 눈치가 없네. 너한테는 내 자리가 이미 없는데 혼자 아닐거라고 생각하면서 혼자 정리 못하고 질척 거려서 미안하다"고 답을 보냈고 그 사람은 읽기는 했지만 또 답은 없었다. 나는 그렇게 이별을 해야겠다 결심했다. 나를 외면한 그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 마시면 안되는 술을 집에서 연거푸 혼자 마시고 그가 퇴근해 자기전 집에서 술 한잔 할 시간에 5분 거리의 그의 집을 찾았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 그 사람 집에 반찬 챙겨주며 가져다 준 빈 그릇들이며 구이용 불판 용기 같은 내 것들을 챙기러 왔다는 핑계로 한 번은 보고 싶었다. 제대로 된 얘기를 하고 싶었다. 벨을 눌렀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TV소리가 나는 것을 보니 그는 집에 있는게 맞는데 그는 문을 열어주지도~ 전화를 받아주지도 않았다. 그리고 톡으로 잠좀 자자며 내일 오라고 짜증이 난다고 했다. 집에 왜 맘대로 찾아왔냐 화를 내고 집에 가라고 했다. 느낌이~ 쌔했다~ 누군가 같이 있나보다. 나 역시 내물건 챙겨서 바로 갈테니 열어달라고 고집을 부렸다. 그렇게 문 밖에 서서 톡으로 계속 간다~ 못간다 실갱이를 벌였다. 그는 계속 쉬고 싶다~ 모든게 짜증난다~ 왜 사람을 힘들게 하냐고 했다. 물건은 내일 준다고 했다. 나는 오늘 이 관계를 정리하고 싶다고~ 니 인생에서 오늘 사라져 줄테니 문 열고 5분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실갱이 벌일 시간에 문 열어주고 챙겨가는게 낫지 않냐고 했다. 누구랑 있으면 전에 니가 나에게 스토커냐고 했듯이 니 스토커라고 하면되지 않겠냐고 했다. 3주나 연락도 안하고 만나주지도 않다가 일주일전 잠깐 얼굴을 보고 화해 아닌 화해를 했을 때, 그냥 스치듯이 "3주 동안 신나게 외박했는지 차가 잘 안보이더라"며 흘려보내듯 얘기한 말에... 그는 "너~ 내 스토커냐~?"라고 했기 때문이다. 같은 아파트라서 출퇴근이나 슈퍼에 갈 때 그 사람 집 베란다와 주차장을 지나치곤하니 그냥 느낀걸 얘기했던건데... 그는 그 때 나를 스토커냐고 했기 때문에 나온 말 이었다. 그러자 그는 집에 사촌 누나가 와 있는데 이런 모습을 보이기 싫다고 가라고 했다. 나는 그럼 빌려준거 받으러 왔다고 하라고 했다. 그리고 사촌 누나는 맞는거냐구~ 4년 동안 다른 가족들은 만나기도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사촌 누나 얘기를 듣거나 뵌적이 한번도 없었으니까... 그제서야 문이 열렸고 연상의 여성이 술상을 앞에 두고 붉어진 얼굴로 어쩔줄 몰라했다. 나는 바로 그릇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연상의 여성은 돌아가신 어머님 쪽 친척 누나라고 오해는 말라고 하셨다 벨을 눌러도 문을 열어주지 않고 전화도 안받는 상황을 다 보셨고 안에서 어떤 얘기를 들으신건지 연신~"고모부랑 누나들은 지금 이 상황 아냐고~ 나쁜놈~"하셨다. 높은 찬장에 있는 그릇들이 손에 닿지 않아 까치발을 들고 다른 것들을 이용해 꺼내는 건을 보시곤 "좀 도와줘라~ 힘들게 꺼내는데~"해도 그는 TV 앞 술상 앞에 그냥 앉아 있었다. 가끔 남친 집에서 식사 하고 사용하려고 두었던 칫솔을 챙기러 화장실에 가보니 늘 거울에 붙어있던 내 칫솔은 없었다. 어디에도... 그리고 양치컵에 못보던 여행용 칫솔이 2개가 꽂혀있는 것을 보고 다른 여자가 다녀갔나보다 하고 너무 화가 났다. 결국 홧김에 내가 사준 옷까지 다 쓸어담았다. 유리그릇들이 많아 무거워 보이니 누나가 들어다 준다고 하셔서 사양하니 남친에게 들어다 주라고 하셨다. 나는 괜찮다고 하고 남친에게 한마디 던졌다. 다른 여자를 집에 들일거면 나랑 완전히 끝내고 그러지 그랬냐구~~ 그리고 집에 와서 쓸어담아온 그의 옷에 얼굴을 묻고 한없이 울었다. 그의 생일선물로 우리 엄마가 사주셨던 옷. 그의 채취가 남아있는 옷. 그리고 밤새 장문의 편지를 써서 월요일 점심 무렵 톡으로 나눠 보냈다. 그는 나에게 커플링은 가지라고 했다. 그동안 잘 해주고 장본거 줄 돈도 있었으니까~ 나는 제대로 된 얘기없이 이렇게 헤어지면 또 질척거리다가 1년전처럼 다시 만나자고 할까봐서 술한잔 하고 제대로 정리하자고 했다. 하지만 그는 왜 술을 마셔야 하냐고 또 피곤하다며 다음에 먹자고 했다. 우리한테는 다음이 없는데... 그는 3주후 근무시간이 바뀔 때 마시자 했다. 싫으면 말라면서... 나는 이 사람한테 완전히 관심밖이었나보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그 사람이 보고 싶고 계속 일을 하다가도 연신 울컥 울음을 쏟아낸다. 조울증 환자처럼 감정 기복도 심하고~ 그사람 집에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나를 만나고 나서 바꾼 것들이고 새로 바꿀 때마다 신혼살림 장만하듯이 마련하기도 한것도 있어서 우리의 추억들이 하나하나 담긴것인데... 다른 사람이 그것들을 쓰고 덥고 베고 할 생각을 하니 너무 속도 상한다. 헤어지자고 한 게 잘 한건지도 아직 모르겠다. 보고 느꼈는데도 아직 잘 했다는 확신이 없다. 첫 이별 때 다음날 바로 톡을 차단했던 그가~ 이번엔 차단하지 않고 두고 있는 것도 자꾸만 의미를 부여하고 싶을말큼... 그 사람의 빈 자리가 나한테만은 너무 크게 느껴진다. 태풍이 몰려온 듯 며칠 째 거세게 부는 바람이 내 마음에 불어오는 거칠고 시린 바람만 같아서 잠이 쉬이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