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여행기_나무가 사는 도시

세상의 수많은 고민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는 것에 문제의 근원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건강을 생각해 커피를 줄이자니 일의 효율이 떨어지고, 이 남자를 잡자니 저 남자가 아쉽고, 높은 구두를 신으면 종아리는 길어보이지만 두 발은 끔찍한 고문을 견뎌야 하고....

'자연친화적인 도시'

라는, 시장후보가 선거홍보용 현수막에 새길법한 단어도 그렇다. 과연 후보 본인은 저 말의 실현을 광화문 대로변에 떨어지는 시든 나뭇잎 한 장의 무게만큼이라도 믿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아파트 분양 광고면이나 뉴스 기사에 주기적으로 오르내리는 제목들을 검토해 이 정도 단어면 그럭저럭 쓸만하다는 판단하에 한 줄 더 넣으라고 시킨걸까.

어찌됐든, 카페에서는 개인 텀블러 대신 꼭 종이컵으로 테이크아웃하고, 식목일에는 이 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꿈꾸며 나무 한구르 심는 대신, 어디 놀러갈데 없을까~ 검색질이나 하는 사람으로서 도시에게는 미안하지만 자연친화적인 생태계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바.... 자연과 도시의 공존은 나부터가 실천하지 못하는 구호였다.

비뚤어진 생태계 속에 살면서 삐딱한 시선을 갖게 된 나에게 나무가 우거진 도로 한복판은 아파트 분양 광고의 실사판처럼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포토샾에서 녹색 잉크를 택해 쓱쓱 칠하고 날아갈 듯한 폰트로 입력한 '꿈의 도시!' '녹색혁명!' ... 뭐 이런 광고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랄까? 마침 2층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터라 동물원을 누비는 관광버스에 앉아 있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아침이라고 햇살은 쏟아지고, 후광 만난 나무는 제대로 빛 발하고...

'저건 진짜 비싸겠다.'

나라에서 비싸게 수입해 심었다는 나무들의 이름보다 가격을 더 궁금해하고 있는데 가는 길이 회사인 친구는 그냥 매일 다니는 출근길이라 익숙한 표정이다. 쯧쯧. 많이 봐둬라. 서울오면 시들시들 은행잎이 아련할 지경이니.

애초에 천연자원이라고는 캐낼게 없는 싱가포르다. 캐나다의 에메랄드빛 호수나 제주도의 기암절벽, 아바타의 배경이 됐다는 장가계의 기이한 돌산 등 자연이 만들어낸 압도적인 풍경 같은 건 기대할게 없다. 대신 도시인으로서 매일 매일 만나고픈 '현실적인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로 치면 명동 시내 한복판에서 울창하게 자란 나무에 몰려든 새떼의 울음소리를 듣기도 했으니... 럭셔리한 루이비통 매장을 지나며 끼룩거리는 새들의 날개짓에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비둘기나 참새, 까치 등이 아닌 조류가 시내 한복판에 있는 광경을 처음 봤다. 이름은 알 길 없지만 철새들의 서식지에나 몰려들 듯한 새떼들이 마치 이곳이 이번 계절을 지낼 매우 적절한 장소라는 듯,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었다.

니들이 루이비통 신상을 구경하러 온 건 아닐테고. 그저 살 만하니 날아온 거겠지. 그럼 난 이만 가던 길 간다. 원래 도시인은 그런거야. 시내에서 새떼들을 만나도 3초이상 봐줄 시간이 없어. 서울에서 또 만나게 되면 그땐 오래 오래 봐줄께. 아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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