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
▲‘막말꾼’ 도널드 트럼프가 인디애나주 경선에서 압승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한발 더 다가섰다. ▲트럼프의 질주는 히스패닉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트럼프가 멕시코 불법이민자들을 마약범이나 범죄자, 강간범에 비유하면서 “추방해야 한다”고 공언하면서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에 반대표를 던지기 위해 히스패닉계의 귀화 신청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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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actually happening”(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3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가 인디애나주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압승하자 이런 제목을 달았다. 부동산 재벌로 유명한 트럼프는 2위 주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꺾고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크루즈 의원은 이날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 확정
CNN은 “아직 트럼프가 최종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인 1237명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대선 가도를 막을 장애물은 없다”고 보도했다.(Though Trump has not formally secured the 1,237 delegates he needs to win the nomination, there is no serious opposition left to block his path.)
한국 언론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화 되는 것”아니냐는 보도를 쏟아냈다.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본선에서 경쟁을 벌일 경우, 앞설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다.
정치 전문 여론조사기관인 라스무센이 2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힐러리 전 장관과의 양자 대결에서 41% 대 39%로 앞섰다. 트럼프가 이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힐러리를 이긴 건 처음이다.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첫 추월
트럼프는 당초 정치인이라기 보다는 엔터테이너에 가까웠다. 부동산 사업가로 성공한 그는 1996년 미스 유니버스 협회를 인수해 매년 미스 유니버스, 미스 USA 대회를 열고 있다. 2004년부터는 ‘어프렌티스’라는 NBC 방송의 리얼리티 TV쇼를 진행하면서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두 번 이혼 후 세번째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트럼프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건 2015년 6월 16일이다. 당시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그의 완주를 믿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고, 정치 전문가들은 ‘들러리’로 중도 포기 선언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미풍은 점점 돌풍으로 변했다.
트럼프는 올해 3월 1일 ‘슈퍼화요일’ 경선 때 조지아, 테네시, 버지니아, 앨라배마 등 7개 주에서 승리를 거두며 대세론을 굳혔다. 한달 후인 4월 19일 벌어진 뉴욕주 경선에서도 압승 했다. 이번 인디애나주 경선까지 삼키면서 트럼프는 대통령직에 성큼 다가갔다.
“정치 권력에 배신감 느낀 미국인에 희망”
트럼프는 막말과 돌출행동으로 유명하다. 그는 2015년 7월, 멕시코 불법이민자들을 마약범이나 범죄자, 그리고 강간범에 비유(Mexican immigrants as drug dealers, criminals and rapists)하면서 “이들을 추방해야 한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는 같은 달,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을 향해 “전쟁포로이기 때문에 영웅이 아니다”(He’s not a war hero. He’s a war hero because he was captured)고 깎아내렸다. 올해 1월에는 폭스뉴스의 여성 앵커 메긴 켈리에게 ‘빔보’(bimbo: 섹시한 외모를 가졌지만 머리는 빈 여자)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이런 막말을 하는 트럼프에게 미국 유권자들이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뭘까. 4월 14일자 뉴욕포스트 사설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매체는 이날 ‘트럼프를 지지한다’(The Post endorses Donald Trump)’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가 아직은 불완전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포스트는 하지만 “트럼프가 기존 정치권에 배신감을 느끼는 미국인들에게 최고의 희망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Trump offers the best hope for all Americans who rightly feel betrayed by the political class.)
미국 이민자 사회 ‘패닉’… 히스패닉계 귀화 신청 이어져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추방 공약을 내세우면서 히스패닉계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부 히스패닉들은 귀화 신청까지 서두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6개월간 라틴계 이민자들의 귀화 신청이 14% 늘었다”고 보도했다. NYT는 그러면서 서른 두 살의 빌리가스(Villegas)라는 이름의 멕시코 여성을 사례로 들었다.
이 여성은 미국에서 십여년째 살고 있지만, 시민권을 얻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강력하게 떠오르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NYT는 “빌리가스와 여동생, 그녀의 부모 그리고 시댁 부모가 귀화를 신청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빌리가스는 NYT에 “트럼프에 반대표를 던져 승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허핑턴포스트는 “올해 귀화 신청자는 평년보다 20만명이 더 많은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시민권 신청을 준비 중인 레티카 아길라라는 남성은 허핑턴포스트에 “나는 도둑도, 강간범도 아니다”라며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정직한 노동자일뿐”이라고 말했다.
방위비-한미방위조약-FTA 3가지 시나리오
트럼프가 만약 대통령이 되면 한반도엔 어떤 변화가 올까. 조선일보는 4일 “한·미 관계는 근본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①방위비 증액 ②한미방위조약 부정 ③FTA 재협상 등 3가지다.
트럼프는 2015년 8월 “우리는 한국에 군대를 보내 방어하는데, 우리가 얻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올해 4월엔 “한국은 방위비를 더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한 외교 소식통을 인용 “미국은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 때문에 국방비 감축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고, 이에 따라 주한미군 등 해외 주둔 미군 편제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주한미군의 전면적 감축이나 철수의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트럼프는 “한반도에 전쟁이 나도 미국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 동맹 방위조약을 부정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또 2015년 11월 출간한 ‘불구가 된 미국: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Crippled America: How to Make America Great Again)’란 책에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보호해주고 얻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동북아 관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
이런 발언과 관련, 미국 외교·안보 매체 디플로맷은 “트럼프의 태도는 단지 한·미·일 동맹을 깨는데 그치지 않고, 동북아의 위태로운 관계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한국과 일본은 핵무장에 돌입해 비핵화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당선되면 무효화시키겠다”고도 공언했다. 트럼프 캠프의 좌장 격인 공화당의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앨라배마)은 4월 25일 “FTA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고 맞장구쳤다.
동아일보는 4일 “연방의회 의사록에 따르면, 세션스 의원은 ‘한국에 대한 무역 적자는 280%나 증가했으며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며 “이는 경제 동맹도 크게 흔들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