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대 슈퍼맨’은 실패하고 ‘시빌 워’는 성공한 것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최종관객수 225만 명,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개봉 6일 만에 400만 명 돌파.

긴말 필요 없이 수치만 봐도 명백하게 드러난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국내 흥행에 실패했고, ‘시빌 워’는 천만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DC가 자존심을 구긴 가운데, 마블을 좋아하는 팬들의 충성도는 더욱 견고해졌다.

영화의 운명을 가른 흥행과 참패 사이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 이유 있는 싸움 vs 이유가 모호한 싸움

슈퍼히어로 무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 단연 캐릭터의 매력이다. 히어로 캐릭터의 능력치가 얼마나 뛰어나고 매력적이냐에 따라 인기도 천차만별이다. 이때 인기 있는 히어로들이 떼로 뭉쳐 나온다면 관객들의 관심은 수직으로 상승한다.

두 영화는 ‘히어로가 여러 명 등장한다’라는 흥미를 끌 수 있는 기본적인 요소를 갖췄다. 그리고 갈등의 시발점도 비슷하다. 도시에서 벌어지는 대전투로 인해 무고한 시민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히어로들도 이를 자각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두 영화의 운명이 갈린다.

‘시빌 워’에서는 어벤져스를 규제하기 위해 ‘슈퍼히어로 등록제’ 법안이 발의되고, 히어로들이 117개국이 동의한 소코비아 협정에 사인해야 하는 상황과 맞닥뜨린다. 수트와 방패를 반납한 채 UN 산하 기구로 소속돼 필요한 경우에만 활동해야 한다. 자율적인 활동이 억압받게 된 것이다.

법안에 반대하는 캡틴 아메리카 팀과 찬성하는 아이언맨 팀이 대립하게 되는데, 여기서 재밌는 점은 ‘찬성파와 반대파 리더가 바뀐 것 아닌가?’하는 점이다.

정의로운 모범생 대표 스티브 로저스, 구속받기 싫어하는 자유로운 억만장자 토니 스타크이기에 왜 지금의 상황이 됐는지 곱씹어보면 꽤 흥미롭다.

앞서 ‘아이언맨2’에서 국회 청문회에 참석한 토니 스타크는 정부가 아이언맨 수트를 내놓으라고 하자 “수트와 나는 한 몸이다. 몸을 함부로 굴릴 수 없다”며 단칼에 거절한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법안 찬성파 리더가 됐으니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는 ‘아이언맨’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를 거치며 주인공들이 겪은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토니 스타크와 스티브 로저스의 생각과 신념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법안 등록을 넘어서 ‘신념vs신념’의 대립이기 때문에 관객을 향해 더 많은 질문을 던지며 생각할 것들을 만든다. 단순히 돈만 써서 CG와 스케일로만 승부하는 히어로들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축적된 스토리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작품들이 공유하고 있는 공통적인 세계관을 일컫는 말)의 탄탄한 세계관을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받아들이게끔 한몫하고 있다. 그래서 ‘시빌 워’는 이해할 수 있는, 이유 있는 싸움이 된다.

반면 ‘배트맨 대 슈퍼맨’은 많은 매력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왜 싸우는지, 왜 이토록 갈등하는지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

하늘에서 벌어진 슈퍼맨과 조드 장군의 전투를 땅에서 지켜보는 배트맨의 모습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배트맨은 “(절대 권력을 쥔) 놈은 인류를 파괴할 힘을 가졌다. 적일 가능성이 단 1%라도 있다면 없애야 한다”며 슈퍼맨을 주시한다. 그러면서 두 히어로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물론 ‘배트맨 대 슈퍼맨’을 시작으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DC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아이언맨1’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MCU를 동일 선상에 두고 비교하긴 무리가 있지만, 아무런 세계관의 공유 없이 몇 가지 상황과 설정만으로 배트맨과 슈퍼맨의 싸움을 이해시킬 순 없었던 것이다. 기대치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는 순간이었다.

# 제목은 배트맨과 슈퍼맨 대결인데 현실은..

이어 두 영화는 ‘히어로끼리 붙는다’라는 콘셉트가 같았으나, 결과는 달랐다.

우선 ‘시빌 워’는 히어로 군단과 악당의 싸움이라는 전형적인 공식에서 벗어났다. 그들끼리 대립하는 내부의 균열을 다루는 흔치 않은 설정이었다. 악당 캐릭터는 없었지만, 새 멤버 앤트맨, 블랙 팬서, 스파이더맨이 합류하면서 마치 ‘어벤져스2.5’를 보는 것 같은 규모와 볼거리를 제공했다. 캐릭터의 붕괴도 없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배트맨과 슈퍼맨의 싸움인 줄 알았으나, ‘마사’라는 똑같은 엄마 이름 아래 갈등은 눈 녹듯 사라지고, 힘을 합쳐 악당 둠스데이와 전투를 벌인다. 결국, 마지막은 악당과 대결하는 익숙한 구조를 답습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 죽일 듯 싸우던 배트맨과 슈퍼맨이 갑자기 화해하면서 캐릭터의 일관성도 무너졌다.

# 유머가 필요해

또한, ‘시빌 워’는 액션 장면에도 유머가 있다. 말 많은 스파이더맨과 찌질하지만 밉지 않은 앤트맨이 그렇다. 그러나 ‘배트맨 대 슈퍼맨’은 DC 코믹스 만화 특유의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졌다.

원작 만화 팬들은 싱크로율 면에서 높은 만족도를 느낄 수도 있지만, 대중적으로 어필하는 것은 실패했다. 이미 MCU의 유쾌한 히어로에 친숙한 관객들은 낯설고 어색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이번 대결의 승자는 무게추가 마블 쪽으로 기운 것 같다. ‘시빌 워’를 통해 히어로 캐릭터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노련함을 과시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MCU에 맞서야 하는 DC의 조급함이 드러났지만, 그럼에도 ‘저스티스 리그’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등은 여전히 매력적인 캐릭터니까.

‘시빌 워’로 MCU 3단계의 서막을 알린 마블과 본격적으로 추격에 나선 DC의 히어로 무비 대결은 앞으로 더 흥미진진해질 것 같은 느낌이다.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하수정기자 ykhsj00@news-a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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