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en Camino #9. 바람의 언덕에 서다

31/05/2014 DAY 4 (Pamplona -> Punta de Reina)

시간이 참 빨리 흐른다 싶은게.. 어느새 5월의 마지막이다. 4월 마지막주에 여행을 시작했는데 아직까지는 잘 여행하고 있음에 감사하다.

이른 아침의 팜플로냐는 적막함이 도시 전체에 퍼져있다. 어제까지만해도 축제분위기에 시끌벅적했는데..

새벽 아침 공기를 벗삼아 하염없이 걷는다. 앞선 순례자를 따라서 들어가다가 순례자를 먼저 보내고.. 잠시 빵가게에 들러 보카디요를 해먹을 바게트 빵을 하나 산다. 가격은 50센트 정말 저렴한 가격에다 sol 어쩌구하는 보카디요 만들기 좋은 바게트를 추천받아 샀다.

반으로 잘라주세요라는 말도 안했는데, 반으로 잘라줄까 점원이 먼저 물어본다.

아마 나처럼 순례객이 많아서 보카디요를 해먹을거라는 걸.. 미리 인지했나보다.

도시를 빠져나오는 길. 눈 앞에 초원이 펼쳐지는 길이 보이면 확연히 도시를 벗어나는 느낌이 든다. 이 길에서 일본 아저씨 한 분을 만났다. 처음에는 영어로 얘기하시는데 내가 일본어로 응대하니 "일본인?"이라고 묻는다.

"아니요~ 한국사람이에요~" 라고 늘 그랬듯이 응대.

그러면서 내게 팁을 주신다.

"아아~ 이쪽으로 가면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학교 스탬프를 받을 수 있어요"

라고 했다. 네바라주의 대학교. 네바라 대학교였는데 아침에 교정을 들러 스탬프를 받는 느낌이 꽤나 색다르다. 법대 건물 옆에는 깔끔하게 조성된 건물 안에서 수위 아저씨로 보이는 분이 스탬프를 찍어준다.

"아저씨, 여기 한번 돌아보고 가도 되요?"

라고 물으니

"웃음으로 그러라고 대답한다"

오랜만에 교정에 들렀다. 학교를 벗어나 영국에 체류한지 2년. 간만에 학교에 가니 느낌이 색다르다.

9시 수업이 대부분이었던지라. 늘 청소해주는 아저씨한테 믹스커피 한잔씩 뽑아 드렸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학교에 오니 학교에 가고 싶어졌다.

다시 교정을 떠나 초원길로 접어든다. Pamplona 에서 Punta de reina(여왕의 다리)로 가는 길은 아름답기로 정평이 난 길이다. 첫날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 나폴레옹길의 멋진 경치, 피레네의 장엄함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이날 모든 걸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초원 사진 9장이 있습니다. 넘겨보세요!)

Punta de reina으로 가는 길은 높은 언덕이 하나 있기는 하지만 넓은 평원이 대부분이라 초원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길이다. 미리 담아 온 여행 음악을 들으며 걷는 길. 밀로 이뤄진 평원과 고요함.

이보다 행복할 순 없었다.

(길에는 조그마한 마을도 있다 사진 5장 포함 - 넘겨보세요!)

오르막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어제 만났던 이탈리아의 마르타도 만날 수 있었다. 늘 나만보면 로이! 라고 좋아하던 그녀는 나뿐만 아니라 모두와 쿵짝이 잘 맞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어제 마신 술이 과해서 오늘 늦게 출발한다더니, 어째 나보다 더 빨리 왔네.

"나 먼저 올라가 있을테니 위에서 보자~"하고 먼저 올라섰다. 올라가는 도중에는 또 하나의 반가운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둘쨋날 화장실 앞에서 만난 이탈리아 친구 파비오였다.

"이야! 오랜만이네!!"

보자마자 부둥켜 안은 둘. 너무나 반가웠다. 마침 마르타랑 같이 길을 걷고 있었던 것.

파비오는 내게 다른 친구들의 행방을 물었지만.. 사비나를 비롯한 나의 패밀리는 나와 하루씩 뒤쳐지고 있을 것 같다라는 추측밖에 할 수 없었다.

바람의 언덕이라고 부르는 곳에 다다르니 바람이 아주 심하게 분다. 그럼에도 나는 몇권의 서적을 통해 이 곳의 존재를 알고 있긴 했었다. 솔직히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내가 진짜 까미노에 있다니 하는 그런 맘이랄까.

바람의 언덕은 내가 정말 오고 싶었던 까미노 장소 중 하나였다.

이곳에는 각 나라의 수도가 이곳에서 얼마나 걸리는 지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다. 그 중에서는 서울도 있었다.

"나. 정말 잘하고 있는거지?" 라고 내게 물어봤다.

27살이면 이제 모두가 취업을 준비한다고 난리인데.. 나는 도피의 목적도 아니고, 외국에서 사람들을 사귈만큼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그런 갈망이 있었더랬다. 영어를 배우고 싶은데 돈은 없고 그래서 선택하게 된 워킹홀리데이. 그리고 여행.

그냥 꿈만 꾸고 있었는데 실제로 난 그 꿈을 이뤄서 그곳에 있다. 비록 남들처럼 이 시기에 이런걸 해야한다는 그런 레파토리를 한참 벗어나긴 했고,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늘..

뭐랄까.. 내가 제대로 된 길을 걷고 있나하는 의심은 늘 들었더랬다.

이 까미노, 어떻게 보면 인생의 반을 맞이한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했다. 하지만 일찍 내가 이 길을 걷고자 했던건 20대를 치열하게 살아왔던 나에 대한 선물이자, 더 큰 그림을 그려 30대를 잘 보내기 위한 시간을 내게 선물해주고 싶었던 것일지도...

그래. 나 여기 정말 잘 왔다.

(마르타와 파비오 친구들과 함께 찍은 인증샷. 그리고 바람의 언덕)

(전)빙글 관광청장입니다. 청정 클린 여행커뮤니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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