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원이 ‘곡성’으로 얻은 것

스무 살에 연기가 하고 싶어 무작정 연극판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무대를 밀양으로 옮겨 7년 여간 극단 연희단거리패에서 코믹캐릭터를 섭렵했다. 무대에선 웃겼지만 현실은 고됐다. 순탄치 않은 세월 꿈 하나를 믿고 달려왔다. 영화, 드라마, 단역, 조연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경험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홍진 감독이 영화 ‘곡성’ 주연 자리를 내밀었다. 배우 곽도원은 연기인생 14년 만에 당당히 주연배우로 이름을 올렸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긴장이 된다. 이러면 안 되는데 마음가짐이 남달라서 진정이 안 된다. 영화진흥위원회 예매율 집계자료를 매일 보고 있다. 개봉해도 매일 쳐다보고 앉아있겠지.”

-첫 주연작인데 기대하는 반응이 있나.

“물론 긍정적인 반응들이다. 무서운 영화가 절대 아니니까 오해 없으면 좋겠다. 15세 관람가다. 나홍진 감독의 전작을 보고 무서울거다는 예상을 하시는 것 같다. 그냥 긴장감이 있는 영화다. (나)홍진이는 우리 영화 코미디라고 한다. 하하”

-15세 관람가라서 천만관객 기대도 살짝 있을 텐데.

“아니다. 영화에 웃음코드가 있지만 대중적이진 않아서 모르겠다. 시나리오 읽었을 때는 ‘이거 무조건 19세네’ 했는데 본 촬영에선 15세를 지향하면서 찍었다. 아무래도 많이 봐주셨으면 한다.”

-시나리오랑 많이 달라졌나.

“아무래도 편집이 많이 됐다. 조단역 배우들 중에 상처받고 돌아가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 내가 그 기분을 너무나 잘 안다. 전체적인 면에서는 홍진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볼 땐 몰랐는데 영상으로 보니 내가 어마어마한 사람과 작업했구나 싶다.”

-나 감독과는 ‘황해’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술자리에서 홍진이가 ‘곡성’ 시나리오를 건네면서 어떤지 봐달라더라. ‘왜 이걸 나한테 봐달라고 하지?’ 속으로 생각했다. 그냥 이걸 찍나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다시 홍진이를 만났다. 홍진이가 주연 종구를 하라고 하더라. 워낙 배우를 디테일하게 캐스팅하는 감독이라 믿겨지지 않았다. 진짜냐고 계속 물었다.”

-주연과 조연의 차이가 있나.

“작품 분석할 양이 많아졌을 뿐이지 똑같다. 다만 힘을 빼야한다는 걸 배웠다. 조연은 씬을 훔쳐가야 하는 거고 주연은 이끌어 가는 거다. 이번에 영화 보면서 확실히 이해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몰랐다.”

-종구는 굉장히 평범하고 흔한 캐릭터다.

“영화 촬영 전에 살을 좀 뺄까 했는데, 나 감독이 빼지 말라더라. 주위의 흔한 경찰이자 가장이고 딸바보 캐릭터라서 있는 그대로 연기했다.”

-현실은 미혼인데.

“6개월 동안 딸 효진이를 가상으로 키우면서 많은 걸 느꼈다. 나는 어떤 일에 죽을 듯이 헌신해본 적이 없다. 극중 종구는 딸을 위해 정말 헌신한다. 가상이지만 아버지가 되어 보니 우리 아버지가 생각이 많이 났다. 그 양반이 우리 삼남매를 이렇게 키웠구나.”

-주인공은 이렇게 평범한데 전체적인 흐름은 심오하다.

“해석에 따라 다양하게 보여질 수 있는 영화다. 그래서 나감독이 짠 플롯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보는 사람들이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극중 황정민, 천우희, 쿠니무라 준까지 각자 한마디씩 하면서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헷갈리게 한다.”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을 소개해 달라.

“사전지식이 있으면 조금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허주라는 말이 나오는데 무속인들이 내림굿을 받다가 헛귀신이 들어오는 경우를 일컫는다. 신이 내린 건 알겠는데 어떤 신인지도 모르겠고 아주 사단나는 상황인 거지.”

-연기하면서 행복했던 기억은 뭔가.

“세트장 첫 느낌. 스태프가 싹 빠진 채로 외지인 집, 종구 집을 살폈다. 마당부터 방까지 쭉 거닐었다. 영화에서 이런 경험을 갖는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단역일 때는 눈치보며 몰래 해야 하고, 역할이 커져도 유난떤다는 느낌에 조심스러우니까.”

-나 감독의 배려가 남달랐던 것 같다.

“엄청난 감독이다. 분장팀이나 의상팀에 배우 컨디션을 먼저 확인한다. 전날 술을 몇 병 마셨는지까지 알아낸다. 컨디션이 좋은 배우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최상의 컨디션이니까 연기할 맛도 난다. 배우 입장에선 너무나 감사하다.”

-대외적으론 나 감독이 집요하다고 소문났다.

“목표를 정하면 끝이다. 타협 없이 목표를 향해 간다. 치열하게 촬영하고 퇴근을 병원으로 한다. 일주일 동안 병원 출퇴근을 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의상 피팅도 이틀 했다. 종구 옷이 경찰복이랑 후줄근한 점퍼들인데 말야. ‘황해’ 때 하정우 의상 피팅은 5일 했다더라.”

-그래서 나 감독과 또 작품 해볼 생각은.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건방지다는 주위의 말이 나올 때 다시 홍진이를 찾아가 단역이라도 시켜달라고 할거다. 진심이다. 내가 알고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하더라도 홍진이를 만나면 정말 엄청난 결과들이 나온다.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배우는 것들이 정말 많다.”

-주변에선 곽도원이 나 감독의 페르소나가 아니냐는 말을 하던데.

“이제 주연으로는 처음인데 페르소나라니 영광이다. 홍진이는 정말 대한민국에만 있기 아깝다.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넓은 무대에서 연출하면 좋을 것 같다. 같이 작업을 했다는 것만으로 진심으로 기분 좋다.”

사진=임민환기자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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