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en Camino #11. 난 기술을 잘다루는 한국인!

31/05/2014 (Day 4) Pamplona -> Punta de leina

렝카는 책을 뒤적뒤적하더니 이제 곧 알베르게가 나올거라고, 1.5km 만 걸어가면 나온다는 말로 우리를 힘이 나게 했다.

기본적으로 4시간 이상은 걷다보니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오늘은 좀 더 빨리 걸었다. 어제 잠을 못자서 좀 쉬려고 했으니까.

하염없이 길을 걷다가 만난 낙서. "당신은 지금 바스크국에 있어요" XX스페인...

바르셀로나가 있는 까탈루냐와 바스크는 스페인을 먹여살리고 있는 나라. 이들은 현재 자신들의 세금이 다른 동네를 배불린다는 것에 아주 기분이 나빠져있다. 게다가 원래 통일이 되기전에도 다른나라였다보니 분리독립운동이 거세기도 하다. 언어도 살짝 다른 언어를 쓰고 있고 말이다. 예를 들면 까탈루냐의 경우 프랑스어와 스페인어가 다소 섞인 카탈루냐어를 쓴다.

저 문구를 보니까 정말 바스크를 걷고 있단 생각이 확 드네. 하지만.. 이들이 독립하면 이렇게 맘편히 걸을수도 없을거다. 그 점에서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알베르게를 도착하고 나서는 기봉과 나 렝카 모두 같은 도미토리를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알베르게에 담요가 있다. 드디어 뭔가를 덮고 잘 수 있음에 감사.

얼마나 그립던지.. 그동안 추워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오늘은 꿀잠 예약이다.

렝카는 너무 피곤해 잠을 자고 나는 동료들을 기다렸다. 비올레타도 도착하고 곧이어 마르타도 도착해서 얼추 비슷한 시간에 친구들이 모였다. 비올레타가 긴급히 와이파이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 생겨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나는 아랫층에 와이파이 신호가 잡히는 걸 감지했었다.

그래서 그녀의 와이파이 신호를 아래서 끌어왔다. (아래서 잡아서 윗층으로 당겨오면 신호의 세기는 줄어들지만 임시방편으로 사용할 수 있다).

"와아.. 이거 어떻게 한거야?" 라고 묻는 비올레타.

나는 간단하게 대답해줬다.

"응 난 한국사람이라 가능해" 우린 기술에 있어서는 대단한 민족이라는걸 우회적으로 잘난체했다. 다들 웃어넘어간다.

그런데 그 옆에 있는 한 미국인 아줌마가 가만히 내 얘기를 듣더니 말을 걸어온다.

"그럼 나 좀 도와줄 수 있어요?"

(사진은 알베르게 앞 풍경)

미국인 아줌마는 어제 묵었던 알베르게에 전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사연인 즉슨 같이 다니던 친구가 여권을 잃어버려 까미노를 지속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는데, 그 전에 있던 알베르게에 혹시 여권이 발견되진 않았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내 핸드폰으로 와이파이를 끌어와 스카이프를 시도했다. 다행히 스카이프 크레딧도 남아있었다. 근데 문제는 내가 스페인어를 하지 못한다는게 문제. 근데, 생각해보니 비올레타가 멕시코 출신이라 스페인어가 가능하다.

"비올레타! 내가 아까 도와줬으니까 나 좀 도와줘! 스페인어가 필요해!"

이윽고 스페인어로 긴 통화가 이어졌다. 하지만 알베르게에서는 여권이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

"하는 수 없네.. 그럼 재발급 받으러 마드리드에 다녀와야겠어요..."

까미노에서는 특히 미국인들의 여권을 노리는 범죄들이 많이 벌어진다고 했다. 아마도 밀입국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돈을 많이 쳐준다고.. 그래서 소매치기를 늘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고마워요. 정말 큰 도움이 되었네요. 한국인인게 뻥은 아니었네요?ㅋㅋ"

카렌이 고마움의 인사를 하면서 한번 더 한국사람은 기술에 강하다! 라는 말을 강조했다. 어쩌다보니 나는 기술에 강한 한국애가 되었다.

미국 아주머니와 나는 뒤늦은 통성명을 했다. 이름은 카렌, 알래스카에서 중학교 교사라고. 그래서 그런지 말하는 것부터 뭔가 좀 다르단 느낌을 받긴 했다. 뭔가 고상하다랄까... 나를 배려하면서 말하는 느낌이 들어 참 좋았다. (내 여행기를 봤던 사람들은 알겠지만.. 젊은 미국애들의 거만한 태도와 말투가 정말 별로였던 사람인지라...)

앞으로 자주 인사하자며 서로 악수를 청했다.

시간이 흘러 친구들 대부분이 도착해 교각이 예쁘다는 Punta de reina를 보며 일광욕을 하기로 했다. 근처 슈퍼에 들러 오늘 파스타를 만들어먹기로 하고 재료를 이것저것, 그리고 감자칩. 일광욕을 위한 산미구엘 맥주 몇병을 사들고 간다.

마침 햇살도 딱 좋다.

한껏 씐난 친구들 ㅋㅋ

듣던대로 Punta de Reina의 교각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일상을 즐기는 스페인 사람들. 그들의 아이들.. 한데 모여 일광욕을 즐기니 뭔가 평온한 하루를 보내는 것 같다. 감자칩을 펼쳐놓고 이야기를 나눈다.

시간을 보내며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다 (이 일기는 지금 포스팅의 원본이다 - 사진은 아주 안습이라 자동 모자이크 처리!)

일광욕을 하고 있으니 리짜가 누군가와 함께 온다. 브렌과 리짜가 소개시켜 준 의문의 친구는 작년에 까미노를 걸었던 스페인 친구라고 했다. 이번에도 몇구간을 걷기로 했기에 함께 왔다고. 얼마나 멋진 우정인지 모르겠다. 나도 이런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날 저녁, 우리는 모두 모여 마르타가 해 준 제대로 된 파스타를 맛봤다. 이탈리아 사람이 해주는 파스터는 뭔가 다르더라. 다들 파스타를 맛보면서 "정통 이탈리아!"를 외쳤다.

그리고 기봉이도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줬다. 한국 이름은 부르기가 어렵기에 'Ki'로 부르기로. 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니 앞으로 어떤 여정이 펼쳐질 지 기대된다. 새로운 패밀리가 생긴 느낌.

그날의 파스타,

그리고 그날의 일광욕은 정말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슬슬 잠이 들 것 같아 도미토리로 올라갔다. 옆 침대에 새로운 얼굴이 있다. "안녕~?"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친구였는데, 갑자기 내게 카미노에 온 목적을 물어봐서 20대를 갈무리하고 싶고, 정작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그 시간을 만들러 왔다고 이야기 했다. 그랬더니 자신의 미션도 얘기해줬다.

"사실.. 내 친구의 와이프가 사고로 사망했는데 그 재를 가지고 까미노를 걷고 있어. 피니스테레에(스페인의 세상의 끝이라고 부르는 곳) 도착하면 그곳에 뿌리려고.."

그는 이미 프랑스 리옹부터 거의 800km를 걸었다고 했다. 피니스테레까지 가면 총 1600km를 걷는 셈이다.

나는 어떤 격려의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너의 길에 행운을 빌어"라는 말만 살포시 할 수 밖에.

까미노는 오늘도 여러 고민과 여러 사연을 가진 사람위로 흐른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후 론이 당시 나에 대해서 쓴 글을 론의 페북에서 발견했다. (증거!) 그래 난 허풍쟁이 아니라니깐!

빙글 관광청장입니다. 청정 클린 여행커뮤니티는 계속됩니다~ 스타트업을 돕는 엑셀러레이터사 매니저고요, 취미로 http://monotraveler.com 을 운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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