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른 둘, 은퇴하기에는 이른데...
두산 노경은이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구단은 만류했지만 "새 인생을 찾겠다"는 본인의 뜻이 확고해
결국 노경은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노경은을 잘 아는 두산 관계자는
“10년만에 기량이 만개했다가 뚜렷한 부상이나 이유도 없이 다시 난타를 당하면서
본인이 굉장히 힘들어한 것 같다.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구속에 비해 볼끝이 살아나지 않아 답답해했다.
폼도 바꿔보고 이것저것 다해봤는데도 3년간 큰 변화가 없자
본인이 굉장히 답답해한 것 같다”고 은퇴를 선언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아래 기사 전문입니다.
[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 두산 우완투수 노경은(32)이 10일 전격적으로 임의탈퇴 공시됐다. 두산 베어스는 10일 현역 은퇴 의사를 밝힌 투수 노경은의 결정을 받아들여 KBO에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노경은은 올시즌 팀의 제5선발로 출발했다. 3경기에 선발 출전해 총 9.2이닝을 던져 2패 방어율 11.17을 기록한 뒤 지난 22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선발로 부진하긴 했지만 구위도 괜찮은데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팀에 보탬이 될 선수인데 1군에서 말소된 뒤 불과 20일도 지나지 않아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해 구단과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노경은이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한 배경은 무엇일까.
두산 김승호 운영부장은 스포츠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노경은이 지난 달 22일 2군으로 내려가자마자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은퇴의사를 피력한 뒤엔 이천 베어스파크에도 안 나왔다.그 동안 세 차례 정도 더 만나 강력히 만류했지만 본인이 은퇴를 하겠다는 의사가 너무 확고했다”며 “본인은 ‘야구를 그만두고 인생의 전환점을 찾고 싶다’고 했는데 ‘그럼 1년 정도 쉬면서 천천히 마음을 정리해보자’고 했다”고 임의탈퇴 공시를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임의탈퇴로 공시되면 이후 1년간은 프로야구선수로 재등록할 수 없다.
노경은은 지난 2003년 성남고를 졸업하고 두산 1차지명선수로 입단했다. 최고구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가 장기인 선수인데 마운드에 서면 여린 성격때문에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2005~2006년 군복무를 한 뒤 다시 팀에 합류했지만 여전히 불펜에서의 구위와 실전 마운드에 섰을 때의 공이 달랐다. 하지만 2011년 불펜투수로 62.2이닝을 던지며 5구원승 2패 3세이브로 가능성을 보인뒤 이듬해 선발로 전환해 드디어 잠재능력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노경은은 2012년 12승6패 방어율 2.53이라는 괄목상대할 성적을 올렸고, 그 다음해에도 방어율 3.84에 10승10패의 성적으로 2년연속 선발 두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기량을 만개했다.하지만 이듬해 컨디션 난조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기용으로 인해 3승15패에 9점대 방어율로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김태형 감독 부임이후엔 팀의 마무리로 낙점 받으며 야심차게 시즌을 준비했지만 2015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 턱뼈 미세골절 부상을 당해 시즌 합류가 늦어졌고, 갑작스럽게 모친상까지 당하는 불운이 겹치며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시즌 후반 팀의 롱맨 역할을 하며 제몫을 다했고, 포스트시즌에선 알토란 활약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올시즌엔 스프링캠프부터 선발전환을 위해 튼실하게 훈련했다. 투구폼도 일부 수정하며 제구력과 구위를 살리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결과 팀의 제5선발로 낙점을 받고 시즌을 시작했는데 막상 개막 이후 실전경기에서는 괜찮은 구위에도 불구하고 맞아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4월 7일 NC전에서 2.2이닝동안 9안타를 맞고 6실점한 뒤 물러났고, 13일 한화전에서 4이닝 2실점으로 이전 경기보다 회복하는듯 보였지만 10안타를 허용해 여전히 피안타율이 높았다. 그리고 21일 kt전에서 또다시 3이닝 동안 8안타 1홈런으로 4실점한 뒤 2군행을 통보받았다.
노경은을 잘 아는 두산 관계자는 “10년만에 기량을 만개했다가 뚜렷한 부상이나 이유도 없이 다시 난타를 당하면서 본인이 굉장히 힘들어한 것 같다.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구속에 비해 볼끝이 살아나지 않아 답답해했다. 폼도 바꿔보고 이것저것 다해봤는데도 3년간 큰 변화가 없자 본인이 굉장히 답답해한 것 같다”고 은퇴를 선언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린 성격이지만 한 번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쉽게 안 바꾸는 성격인데다 힘든 과정에서 마음을 잡아줄 사람도 없어 더 힘들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경은의 나이는 이제 갓 서른 둘로 아직 한창 야구를 잘 할 수 있는 나이다. 은퇴를 선언하기엔 너무도 아쉬운 때라 구단관계자들 및 주변사람들 모두 안타까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