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 인터뷰] 자신을 만나게 해준 실그림 이야기

이번에 만난 실그림* 제제 작가를

자수로 독창적인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다.

*이번 기사 본문에서는 실그림과 자수를 동의어로 사용하고 있다.

확실히 그녀의 작품은

눈길을 끄는 힘이 있었고

이미 많은 SNS 팔로워들이

작품에 공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직접 만나고 나니

그녀의 실그림이 가진 공감의 힘은

독창성 보다 그녀의 삶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어두웠던 삶이 실그림으로

어떻게 치유가 되었는지 알려줬다.

그리고 자신의 밝아진 마음을 실그림으로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알려줬다.

느릿느릿 자신을 치유하며 만든

실그림으로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실그림 제제 박지혜 작가를

만나보자.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실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제제, 박지혜 입니다!

자수를 접한 것은 1년 반 전이고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것은 1년 전 부터입니다.

자수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원래 저는 웹디자인과 웹퍼블리싱을

하는 사람이에요.

1~ 2년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과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찾아다니면서 이것저것 해봤어요.

그림도 그려서 페이지 운영도 해보고~

양모펠트 뜨개질 등등.

그러던 중 만난 것이 자수였어요!

처음 접한 순간 너무 신선하더라고요.

같은 도안인데도 실의 컬러, 종류,

또 스티치 방법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매력.

그 매력에 푹 빠져서 시작하게 되었죠.

책을 사들이고 유튜브의 관련 영상을

찾아 보며 독학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왔어요.

독학으로 쌓은 실력이라고요?

당시 자수에 대한 자료가 적기도 했고

원래 독학에 익숙하기도 했어요.

음악에서 디자인으로 전향 했을 때

빨리 접해보려고 전문학교로 갔는데,

가르쳐 주는 것이 성에 차지 않아서

독학으로 공부해서 취업했어요.

그 경험 때문인지 그림도 자수도

혼자 하게 되더라고요.

웹디자이너로서의 일도 바쁘실텐데

자수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환경이 따라주지 않아서 포기를 했었어요.

그걸 지금에서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자수도 그림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실그림’이라고 부르고 있고요.

디자인도 그림에 대한 욕구로 시작했던 것

같은데 일로서 대하니 마음이 공허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그림을 그리는 거였나봐요.

이미 그림도 그리셨잖아요.

‘실그림’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어릴 때를 돌아보면,

기껏 노력해서 얻은 작은 결실은

잘한 게 아니었고

무조건 1등, 100점을 맞아야

칭찬 받을 수 있는 게 너무 싫었어요.

완벽하지 않은 것을 극도로

싫어하게 되었죠.

그래서 과거엔 잘 할 자신이 없으면

시도도 안했어요. 살짝 강박증도 있었죠.

그래서 어두워졌고 우울했어요.

외면 받는 것에 대한 불안이 컸어요.

제가 몸도 약하고 예민한 타입이라

더 힘들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그냥 연필로 그림을 그릴 땐

감정표현을 격렬하게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실그림을 시작하고는

많이 밝아지고 부드러워졌어요 .

진짜 저를 찾은 것 같아요.

차근히, 천천히, 온전히 내가 원해서.

누가 시켜서, 누가 지켜 봐서가 아니라

스스로 나아가고 있어요.

내모습 그대로 보여줄 용기가 생겼어요.

이렇듯 실그림은 저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어요.

그리고 연필로 슥슥 그리는 것도 좋은데

실그림은 그 그림을 자수로 옮기는 것이라

성취감도 크고 다가오는 느낌도 달라요!

잔인한 그림을 그리셨다니 믿기지 않아요.

억울한 감정을 많이 갖고 살았어요.

몸이 약해서 무슨 일을 하든 더뎠죠.

항상 욕심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았어요.

부정적 감정이 그림으로 표출되는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지금도 가끔 그런 감정이 들어요.

다른 분들이 해나가시는 것을 보면

조바심이 나곤 해요.

그렇지만 더이상 잔인한 그림은

안그려지더라고요.

마음에 온기가 돌아서 그런가봐요~

실그림이 작가님께 어떻게 도움이 됐나요?

사실 실그림을 접을까 생각한 적이

있어요. 의욕을 가지고 클래스를

운영하다가 몸에 무리가 와서

심하게 앓게 되었거든요.

길에서 쓰러지기도 하고 온갖 통증에

무기력증과 슬럼프에 시달렸죠.

하지만 실그림을 놓으면 못 살겠더라고요

아픔에 시달리며 스스로 많이 돌아봤어요.

여전히 남들과 비교하며 열등감에 휩싸이고

불안함과 초조함을 갖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욕심 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다 각각의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그들이 그들의 시간을 살듯 저도

제 시간을 살거에요. 천천히, 차근히.

이제 몸은 좀 나으신거죠?

꾸준히 치료를 받고 많이 호전됐어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클래스도 재개하고

활동 범위도 늘려갈 생각이에요.

앞으론 디자인 일보다

실그림에 중점을 두고싶어요.

작업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주로 메모를 많이 하고 있어요.

다양한 이미지들을 보고 리뷰(?!)를 메모하고

그것으로 상상을 하면서 작품 구상을 하죠.

하지만 갑자기 영감이 떠오를 때도 있고

한가지 주제를 정하고 시안을 그려나가기도 해요.

요즘은 ‘그림을 통해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

이라는 주제로 실그림을 표현하고 있어요.

실그림에 제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싶어요.

작가로서의 고집이 있나요?

자수 특유의 고전적인 이미지를

좋아하지 않아요.

예쁘긴 하지만 답답하고

진부해서 싫더라고요.

‘자수’라는 단어가 주는 고정관념의

틀에 갇히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나는 실로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 작가다’ 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해나가고 있어요.

최근 팝 아티스트 ‘더 잭’ 작가님의

전시에도 참여하셨죠?

네! ‘더 잭’ 작가님의 캐릭터로

여러 개성있는 작가분들의 스타일로

풀어내는 콜라보 전시였어요.

전시도 처음이고, 콜라보도 처음이라

모든게 어리둥절 했어요.

신선한 경험이고, 아쉬움도

많이 남았어요.

다양한 색으로 표현한 작가분들의

작품들을 보고 다음엔 저도

제 색을 충분히 녹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실그림 제제는 무엇을 하실건가요?

수업 문의를 많이 받는 터라

관련해서 진행할 것 같아요.

출판 제의들도 들어와서

기획하고 있긴 한데,

잘 될 지 모르겠어요(웃음)

개인 전시를 해보고 싶은데

언젠간 기회가 오겠죠.

그때까지 열심히 작품 크기를

키워가면서 해나갈거에요!

마지막으로 미지 매거진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일상에 치이다 보면

취미가 없는 경우도 흔하잖아요.

저는 그런 분에게 자수를 추천하고 싶어요.

자수를 하면서 저는 스스로를 마주했거든요.

몸도 많이 아프고, 사람한테 데이고

미래에 대한 불안에 절망적인 시간을 보내던

저에게 자수가 큰 위안을 줬어요.

그래서 자수가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도 따뜻함과 위안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본인을 마주할 수단으로서 한 번쯤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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