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주민-원주민 갈등, 급기야 해녀-다이버 충돌

월평균 천 명 이상이 제주로 이주하고 있습니다. ‘제주 이주’ 열풍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에 온 이주민과 원주민의 갈등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서귀포시가 귀농 귀촌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더니, 10명 가운데 2명은 지역주민과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10가구 중 1가구는 다른 지역이나 도시로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제주로 이주해 오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벌어지는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 과연 그 원인과 사례는 무엇이고, 해법은 없는지 알아봤습니다.

‘민원으로 시작된 불법건축물 전수조사 ‘

5월 26일 제주시와 우도면은 우도에 있는 상업시설을 조사해 불법건축물 92건을 적발했습니다. 우도 지역 내에 영업하고 있는 펜션과 음식점, 상점 등의 80~90%가 불법 건축물에 해당한다고 봐야 합니다.

불법건축물을 조사하고 행정처분을 하는 문제는 단순히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속사정을 보면 계속된 갈등이 밖으로 터져 나온 결과입니다.

2014년 제주시는 우도 천진항 일대에서 ATV 등을 대여하고 있는 업체 건축물을 강제철거했습니다. 대여업체는 증가하고 있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2009년부터 4회에 걸쳐 불법건축물을 무단 증축했습니다. 대여업체 대표는 행정기관의 자진 철거 명령에 불복하기도 했고, 일부 건물이 철거됐지만 계속 영업을 했습니다.

ATV 대여 업체가 난립하고 사고가 발생하면서 우도 주민들은 2014년 11월 ‘도내 도서지역 내 레저자율사업 중지 신청’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아예 우도에 스쿠터나 오토바이, ATV 등의 영업 자체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도 주민 간의 갈등은 급기야 서로 간의 불법건축물을 고발하고 민원을 제기하는 일로 벌어졌습니다. 결국 제주시와 우도면은 전수조사를 벌였고, 불법건축물에 대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예정입니다.

농촌이나 도서 지역에서의 불법건축물은 항상 존재했습니다. 대지로 허가받은 땅 이외에 텃밭이나 자투리 땅에 외양간도 짓고, 농기구나 농산물 보관용 창고를 허가 없이 증축하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정부도 이런 사정을 감안해 몇 년에 한 번씩 한시적으로 불법건축물을 양성화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지금 우도의 불법건축물 숫자가 섬이나 농촌 지역으로 보기 어려운 현황이라는 점입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펜션이나 식당, 기념품 가게, 스쿠터 대여 업체 등이 워낙 많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지역주민 처지에서 보면 한적한 섬마을에 이주민들이 들어와 급격하게 불법 건축물이 늘어났기 때문에 자신들도 걸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주민은 서로가 불법인데 왜 자신들만 적발하느냐는 반감이 생겼습니다.

우도의 경우는 이주민과 원주민의 갈등 이외에 지역 주민 간의 문제로 봐야 할 부분도 분명 존재합니다. 결국, 이런 갈등의 원인은 우도의 급격한 관광객의 증가와 상업화로 벌어졌다고 봐야 합니다.

‘수십년 도로로 사용했던 땅, 갑자기 사유재산으로 통행 불가’

원래 마을마다 도로로 사용되는 땅들이 있습니다. 이 도로가 사실은 사유지였지만, 새마을사업 등으로 강제 또는 자발적으로 도로로 만들어졌습니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마을 사람끼리는 큰 문제 없이 통행했습니다. 하지만 이주민들이 증가하며 이런 땅들이 매매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유지를 구입한 이주민들이 마을길에 대해 재산권을 행사했기 때문입니다.

원주민 입장에서는 수십 년간 마을길로 통행하던 곳인데 갑자기 사용할 수 없으니 분통이 터집니다. 이주민 입장에서는 돈을 주고 산 엄연한 사유재산을 내놓으라는 요구가 불합리하다고 말합니다. 사유재산과 마을 도로에 관한 주장과 반목은 결국 이주민과 원주민의 갈등으로 이어졌습니다.

2014년 제주에서는 사실상의 도로를 정리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분쟁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중산간 지역의 땅들이 그리 비싸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주의 땅값이 급상승하면서 땅에 대한 재산상의 이익이 높아졌습니다.

마을 안쪽 농가주택을 구입한 이주민의 경우 평당 수십만 원에 산 땅을 무조건 공시지가 몇만 원에 내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원주민이나 이주민이나 쉽게 양보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은 제주 건축 시장과 부동산 가격 급상승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 중의 하나입니다.

‘다이버의 바다냐, 해녀의 바다냐’

원주민과 이주민의 재산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벌어지는 분쟁을 단순히 정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중에서 서귀포항에서 벌어진 해녀와 스쿠버다이버 간의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5월 26일 서귀포항에서는 바다로 들어가려는 스쿠버다이버를 해녀들이 막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스쿠버다이버들이 바다에 들어가면서 마을 공동어장이 망가졌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경찰과 공무원이 출동해 서로 간의 충돌을 막으려고 했지만, 서로 간의 폭행과 폭언은 고소 고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수십 년간 물질해서 생계를 이어온 해녀들 입장에서는 스쿠버다이버들의 잠수는 결국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감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스쿠버다이버 입장에서는 특정인의 바다가 아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자연을 해녀들이 막는 상황이 비상식적이라고 봤습니다.

도대체 누구의 입장과 주장이 옳을까요? 사실 서로 간의 주장은 모두 타당성이 있습니다. 이런 갈등을 단순히 해녀와 스쿠버다이버 간의 싸움으로 방관해서는 더 큰 문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단순히 법률이나 규범 등의 잣대로 규정하기도 어렵습니다. 특히 언론들이 갈등을 부추기는 한 쪽만의 주장을 보도하는 행태도 경계해야 합니다.

‘제주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 해법은 없는가?’

앞서 제주도의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 사례를 몇 가지 들었습니다. 갈등의 원인은 쉽게 말해 ‘돈’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급격하게 변해가는 제주의 인구 증가와 상업화에 있습니다.

제주 해변 마을은 이미 카페가 점령했습니다. 한적한 마을 안쪽에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과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섰습니다. 한라산 중턱마다 타운하우스와 리조트 분양 등으로 초토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의 개발정책이나 이주민 정책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2015년 6월 이주민 정책이 있느냐는 제주도정 질문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행정시나 읍면동사무소에 이주민 지원센터가 있지만, 제주도민과 마음을 열고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에는 거의 손을 놓고 있는 게 사실이다.이주민 정책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한다’고 답변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주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주도가 제주의 발전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단순히 개발을 통한 관광 산업 육성화가 아닌 제주도민 누구나 행복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불법건축물의 경우 원주민과 이주민을 떠나 정확하고 투명한 건축 행정 절차를 마련하고 시행해야 합니다. 마을길 분쟁의 경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실거래가 계약서 작성을 통한 세금 부과와 정확한 공시지가 결정 등이 사전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해녀와 스쿠버다이버의 갈등 또한 해수부의 마을 어장 사업 조사와 제주도의 해양 레저사업 육성화 등의 정책부터 먼저 살펴보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제주도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이 특이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 다른 농촌 지역에서의 갈등보다 제주의 관심이 높기 때문에 주목받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 갈등이 제주도 전체에 번지고 있으므로 제주도정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제주도가 정책이나 시스템으로 충분히 예방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갈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도는 법이나 조례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할 수 없다는 방관자 입장에서만 서 있습니다.

서울시는 집단 민원 등을 통한 공공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갈등조정담당관이 있습니다. 갈등을 관리하는 매뉴얼도 있습니다. 사람과 사회가 존재하는 한 갈등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과 매뉴얼, 예방책은 정부가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이고, 돈과 재산 때문에 벌어지는 개인적인 갈등이라고 단정 짓는 순간 제주도내 갈등은 해결될 수 없습니다. 원희룡 도정이 터져 나오는 제주도민 간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한, 제주도는 분쟁과 갈등의 섬으로 얼룩질 것입니다.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를 운영하는 정치블로거, 진보나 좌파보다는 상식적인 사회를 꿈꾸며 제주도에서 에순양과 요돌군의 아빠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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