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향수 - 샤갈(Chagall)의 <나와 마을(I and My Village)>

초현실주의 작품이나 몽환적인 작품을 좋아하다보니 샤갈의 몽환적인 색채며 분위기는 바라만 보고 있어도 흐뭇해집니다.

샤갈의 <나와 마을>이라는 작품은 김춘수 시인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혹은 카페 이름이었나요?

<샤갈의 마을에 눈이 내리면> 같은 것으로 더 유명한 것 같네요.

샤갈은 굉장히 프랑스적인 이름인데요.. 원래 유태계 러시아인입니다.

그의 고향도 당연히 러시아죠.. 샤갈의 본명은 모이세 세갈인데.. 러시아 내에서의 반유태적 경향때문에 유태스럽지 않은 이름으로 고친 것이 샤갈이라고 하네요. (소심한 변화)

(작품 정보 : <I and the Village>, Marc Chagall, 1911년, MoMA)

암소와 마주보고 사랑에 빠진 듯한 시선..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어린 시절 암소의 젖을 짜는 여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내 목에 걸린 십자가 목걸이와 암소 목에 걸린 목걸이는 둘 사이의 연대감으로 읽히구요.. 암소의 코에서 시작되는 대각선과 내 얼굴이 만드는 오른쪽 대각선은 화면 전체를 X자로 갈라 놓고 있는데요.. 얼핏 대립구도 보일수 있는 구도의 중심에는 암소의 코가 있어 암소의 코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처럼 화면 전체로 번져나가는 듯한

구도는 그런 대립을 희석시키는 듯 합니다.

소용돌이의 팔은 자연스럽게 나와 암소 사이의 고향길로 이어져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는 농부와 남편을 맞이하는 부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정겨운 풍경이죠? 얼마나 반가웠으면 아내가 거꾸로 뒤집어 질 정도겠어요? ㅎㅎㅎㅎ

이 작품은 샤갈이 고향을 그리워하나 돌아갈 수 없는 진한 아쉬움을 승화시킨 작품으로 해석되는데요..

샤갈은 러시아 내에서의 인종 차별을 극복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내몰리며 디아스포라의 삶을 경험했어요. 파리로.. 독일로.. 미국으로.. 탈출과 망명으로 이어진 불안한 삶 속에서 고향을 그리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이렇게 몽환적으로 표현한 거죠.

말이 나온 김에 김춘수 시인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을 한번 감상하시죠..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정맥을 어루만지면서

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삼월에 눈이 오면

샤갈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네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하지만 저는 샤갈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김춘수 님의 시보다 우리 정서에 가까운 정지용 시인의 <향수>가 더 와닿더군요.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 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저는 서울토박이로 나고 자라서는 빌딩숲에서 했기 때문에 서울이 고향이라는 생각도..

고향에 대한 애잔한 감정도 거의 없어요. 오히려 몇 년간 생활했던 캐나다의 풍광이 고향이라는 단어를 들을때 떠오르는 아련함이 있습니다. 내 가족, 친구들과 함께 즐거웠던 추억과 함께 떠오르는 고향이 보통의 고향일텐데 저에게 이런 심상으로 자리잡은 고향 이미지는 좀 안타깝네요.

해설피(뉘엿뉘엿 기우는 저녁 햇살의 순우리말) 금빛 게으른 울음이 들려오는 곳이 서울 한복판이 아니라 캐나다의 목가적(사실 거기도 소도시였기에 그렇게 목가적이진 않지만요 ㅎㅎ) 풍광과 더 어울리는 건 어쩔수 없네요. 일단 고향하면 좀 친환경적이고 여유가 있는 시공간이니깐요.

여러분들의 고향은 안녕하신가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장소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시공간으로 확대시키면 의미가 더 깊이있게 다가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유년 시절과 같이 아득한 과거나 바로 엊그제 있었던 일들까지.. 그것이 그립다면 향수의 대상이 됩니다.

그리움을 후회의 감정과 혼동하면 안될거 같습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의 의미를 남겨두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충실해야 하겠습니다. 저에 대해 스스로 다짐하는 말입니다 ㅎㅎ

여러분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화가나 작품이 있으신가요? 저의 취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White 혜연 컬렉션에는 그런 작품들을 공유할까 합니다. 댓글에 적어주세요~

- 혜연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