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

징비록

-징비록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

2016.04.16.

정혜인

《징비록》은 임진왜란이 일어난 뒤, 유성룡이 그 시기에 있었던 일들을 기록한 책이다. 유성룡은 서문에서 “《시경》에 ‘내가 지난 일의 잘못을 징계해서 후에 환란이 없도록 조심한다’라는 말이 있으니, 이야말로 《징비록》을 저술한 까닭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징비록을 작성한 의도를 정확하게 밝혔다. 그가 징비하려는 항목들은 책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그가 꾸준히 언급하고 있는 당시 조선의 문제는 약 네 가지이다. 먼저, 임진왜란을 통해 드러났던 조선의 가장 큰 문제는 철저하지 않은 대비였다. 임진왜란이 발생하기 직전까지도 조선의 대부분의 군사들은 적군이 어떤 무기를 사용하고, 어떤 전술을 사용할지 정확히 예측하지도 않으면서 적군의 군사력을 만만히 여겼다. 이로 인해 전쟁 발발 직후, 조선은 혼란에 빠지며 순식간에 영토의 대부분을 일본에게 내어주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유성룡도 일본의 군사력을 만만히 보아서는 안 된다는 말을 여러 번 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큰 관심을 부르는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당시에는 높은 직책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자신의 의무보다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상당했다. 군사를 지휘해야 하는 직책에 있으면서도, 군대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않아 문제들이 발생했다. 전시 상황에서도 제대로 훈련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했다. 이 문제는 인재를 등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일 철저한 심사를 거쳐 인재를 등용했다면, 적어도 누군가를 지휘해야 하는 직책에 있는 사람들이 무책임한 행동을 일삼는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조선은 명나라에 의존적이었다. 조선은 명나라의 힘을 빌려야 했기 때문에 명나라가 행패를 부려도 그것에 대항할 수 없었다. 명나라에 의해 전쟁이 길어진 부분도 있으나, 조선은 이를 알았더라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른 나라에 의존하면 전쟁이 일어났을 때, 전쟁 당국보다 다른 나라가 더 큰 주도권을 잡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태도는 조선의 자주성을 퇴화시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조선은 지도자의 리더십 부재라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선조는 이리저리 도망을 다니기 바빴다. 아마 선조는 왕이 적군에게 붙잡히면, 그것이야말로 나라가 망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왕만 피신하고 백성들을 무방비한 상태로 두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행동이다. 왕은 적군에게 맞서서 나라와 자신을 지켜야 하는 것이지, 자신의 몸만 피신시키면 안 됐다.

위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징비록》을 보고 난 뒤, 우리는 《징비록》이 보여주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보아야 한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이전의 일을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전에 만들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것이다. 유성룡도 앞으로의 조선에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에서 《징비록》을 작성한 것이다. 유성룡이 징비한 내용들을 바라보고 현재를 바라보면, 현재 우리나라도 당시 조선과 똑같은 문제를 떠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문제가 일어나기 전까지 대비를 하지 않아, 대처가 상당히 지연되고, 지도자 중에는 자신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리더십이 있는 지도자 또한 없고, 미국이라는 다른 나라에 많은 부분들을 의지하고 있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기술이 발전했을 뿐, 조선이 떠안고 있던 본질적인 문제들은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조선과 현재의 우리나라를 한탄하고, 그런 시대에 태어난 자신을 가엽게 여길 것이 아니라, 이 문제들이 ‘나의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을 비판하는 것은 잘 하지만, 자신에게는 한없이 너그럽다. 나라의 문제도 남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나라의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자 나의 문제이며, 나에게서 비롯된 문제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만 19세가 넘은 사람들은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유권자로 자신이 원하는 사람에게 투표할 수 있다. 옛날처럼 나라의 지도자들끼리 모여 다음 지도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주인인 사람들이 직접 뽑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인재를 지도자로 등용시키는 것은 나라의 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너무 많은 부분에서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비판하기 전에, 나는 그런 식으로 다른 무언가에 많이 의지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않았던 조선의 몇몇 지도자들을 보고 나의 몫을 다해야 한다는 깨달을 수 있다. 지도자의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일 뿐,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지도자의 역할 만큼이나 지도자를 따르는 사람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도자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했을 때에는 그것을 충분히 밀어주고 도와주어야 하며, 만일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면, 그것을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이는 어떤 지도자들을 따르고 있는 모든 부류의 사람들에 해당되는 것이다. 나라의 지도자를 따른 국민도, 회사를 다니는 직원들도, 학교를 다니며 선생님을 따르는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나라도, 회사도, 학교도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징비록》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이 책을 쓴 유성룡의 관점과 태도라고 생각한다. 유성룡은 비판적 태도를 가지고 삶을 살았다. 그가 나라의 실태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비판한 것은 나라와 일부 사람들을 깎아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나라,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유성룡은 현실을 직시하며, 자신과 사람들과 나라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문제의 단기적인 개선이 아니라, 장기적인 개선을 위해서 노력했다는 점에서 본받을 만하다. 《징비록》이라는 책을 작성했다는 것 자체가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가 끝난 뒤의 사람들에게도 조선 시대의 문제점이 그대로 알려지기를 원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사람들은 현재의 문제를 직시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현실에 있는 문제를 보는 순간, 자신이 너무 초라해지고 자신의 삶이 비참하게 느껴질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에 발붙이고 살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후세의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많은 사람들처럼 여러 문제들을 한탄하기만 하고 개선하지는 않으며, 이상 속에서만 살아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당장은 유성룡이 《징비록》을 작성해낸 것처럼 큰 일을 계획하고 마무리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자신의 사소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부터 차근차근 노력해가야 한다.

[출처] 징비록 :징비록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 -정혜인 (숲나학교) |작성자 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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