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만날 상황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

만약 당신의 남자친구가 "지금 누굴 만날 상황이 아냐..."라고 말을 한다면 일단 두 가지를 따져보자. 어떻게 만났는지, 그리고 만난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만약 지인이 연결되지 않은 만남(어플, 무도회장, 즉석만남)에다가 만난 지 3달 이내에 그런 말을 들었다면 그건 더 볼 것도 없이 "막상 만나보니 너 별로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 소개할 S양과 같이 지인이 연결되어있고 3달 이상 진지한 관계를 맺었다면 그 말은 "내가 너무 힘들어서 널 책임지기 힘들것 같아..."라는 SOS 구조요청 신호다!

남자 입장에서 여자친구는 행복한 짐이다.

친구의 소개로 만나 일 년 정도 만났어요. 그동안 이런저런 일로 티격태격하긴 했지만 큰소리 낸 적도 없고 서로 가족을 소개하며 먼 미래가 아닌 몇 년 이내로의 결혼도 준비하고 있었죠... 그러다 몇 달 전 일이 터졌어요... 오빠가 회식자리에서 술을 먹다 평소 사이가 안 좋던 직장상사와 시비가 붙어서 싸움이 났는데 어찌하다 보니 합의금도 엄청 물게 되고 이것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죠. 첨엔 괜찮은 척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던 오빠가 돈도 문제도 그렇고 장래문제로 너무 많이 고민을 하더라고요... 며칠 동안 연락 두절되더니 자기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제게 헤어지자고 하더라고요...

남자에게 있어서 '일', '친구', '여자친구' 중 상황이 나빠지면 가장 먼저 손을 놓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100명 중 99명은 여자친구의 손을 놓을 것이다. 여자친구를 덜 사랑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여자친구를 더 사랑하기 때문에 남자들은 자신의 상황이 나빠지면 제일 먼저 여자친구와 이별을 택한다.

S양 입장에서는 "힘들 땐 서로 위로해줘야지!"라고 속 편한 소리를 할지 모르겠지만 평생 남자는 자고로 의젓해야 하고, 책임감이 강해야 하며, 여자를 보호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교육을 받은 남자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여자친구를 위해 무엇인가 해줄 수 없고 자신이 짐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사형선고만큼이나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S양의 마음이 무엇이든, 어떤 다짐을 했든 남자친구 입장에서 S양은 짐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자신의 일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버거운데 S양이 여자친구라는 사실만으로도 견길수 없는 미안함과 부담감을 느끼고 심할 경우 "난 이제 끝났어..."라는 자괴감까지 들 수 있다.

분명 남자친구에게 있어서 S양은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이면서도 배려를 해주고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스러운 존재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그러니 "이럴 땐 서로 위로를 해줘야지!"라며 다가가지 마라, 그런 모습조차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부담이고 고통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말로 설득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라.

오빠가 헤어지자고 하면서 그러더라고요... 요즘 금전적으로 힘이 든다고... 너무 미안하다고... 본인이 해줄게 없다고... 저는 그게 무슨 문제냐고 당분간 제가 데이트 비용을 조금 더 부담하면 되는 거고 데이트를 좀 줄이면 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오빠는 그럴 수 없다며 끝내 헤어지자고 하더라고요...

S양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될 거다. "아니... 내가 더 내겠다는데!!! 대체 뭐가 문제야!?"하겠지만 생각해봐라... 그러면 여자친구가 남자친구한테 "요즘 힘들어? 그러면 내가 다 낼께~"이런다고 어떤 남자가 "아잉~ 우리 자기 멋져! 내가 나중에 다 갚을게!"라며 신나 하겠는가?

생각해봐라, 남자친구가 헤어지자는 건 자신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에 대해 힘들어하며 S양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헤어지자는 상황이다. 남자친구의 자존감은 이미 바닥을 치고 있을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는 어떠한 말도 위로가 되기는커녕 동정으로 느껴지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여자친구를 위해 많은걸 해줘야 하고 배려해줘야 하는데 자신이 여자친구에게 배려를 받는다는 게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거다. 그러니 S양이 아무리 말로 설득하려 해 봐도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아니야... 괜찮아..."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론 "그렇게 해서는 네가 행복할 수 없는 거잖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때 필요한 건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오빠 앞으로 내가 더 부담할게! 헤어지지 말자!"라고 말을 할게 아니라. 일단"알았어..."라고 대답을 하고 회사로 찾아가 비타민 음료라도 건네고 "힘내! 비실아!"하고 쿨하게 돌아서 보자. 이 사소한 행동에 남자친구는 많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매달리지 말고 고민상담을 해라.

제가 계속 매 달리는 건 안될 것 같고... 저는 남자친구를 믿는데... 자꾸 안 된다고만 하는 남자친구가 야속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저는 이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남자친구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굴까? 앞서 말했지만 애인은 절대 아니다. 여자친구는 자기가 챙겨지고 배려를 해줘야 하는데 자기는 그것을 해줄 수 없지 않은가? 지금 남자친구에게 필요한 건 애인이 아니라 친구다. 그러니 당분간은 여자친구가 아닌 친구가 되어주자.

"오빠, 나 도저히 헤어질 수가 없어... 헤어지지 말자...! 한 번만 만나줘..."라고 하면 100% 만나줄리가 없으니 "오빠 나 요즘 일 때문에 고민 있는데 상담 좀 해주면 안 될까?" 라며 고민상담을 요청해보자. 남자친구는 당신을 위해 흔쾌히 시간을 낼 것이고 당신은 소주 한 병에 오징어 한 마리를 사들고 남자친구를 근처 공원으로 끌고 가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지어낸 고민을 털어놓는 거다.

이때 "다시 만나자...", "내가 잘할게...", "오빠를 못 잊겠어..."는 금지어다. 철저히 재회에 관련된 말은 배제한 채 겉도는 대화라도 상관없으니 남자친구가 부담스럽지 않게 S양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가는 거다.

남자친구도 바보는 아니다. 여자친구가 아닌 친구가 되려는 S양의 노력을 보며 처음에는 "이러지 마..." 하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S양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굳게 닫아놓았던 마음의 문을 열어 보여줄 것이다. 힘내라 S양아 지금은 S양이 힘내서 남자친구에게 힘이 되어줄 차례다.

술에 취하면 다른 사람들이 어떤 시그널을 주고 받는지 관찰하는 괴짜. <사랑을 공부하다.>, <이게연애다>저자 입니다. 블로그 '평범남, 사랑을 공부하다.'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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