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발견

페테르 파울 루벤스, <영아 학살(The Massacre of the Innocents)>

패널에 유채, 142×182.1cm, 1609~1611년

추정가 400만~600만 파운드(약 70억~105억 원)

낙찰가 4950만 6648파운드(약 898억 원)

소더비 런던 2002. 7 [Lot 00006]

미술품이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는 일이 해외 토픽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가치를 알지 못하고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작품인데 알고 보니, 믿을 수 없을 만큼 유명한 대가의 작품이었다거나, 벼룩시장에서 자그마한 종이에 그려진 작품 하나를 저렴한 값에 구입해 소장하고 있었는데, 그 작품이 역사적으로 유명한 대가의 작품이라는 식의 이야기는 몇 번을 들어도 우리를 흥분시킨다. 내게 찾아온 행운이 아님에도 이러한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늘 우리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1 ː 루벤스의 <영아 학살>

2002년 7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는 루벤스의 작품이 4950만 6648파운드에 낙찰되면서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이 작품은 헤롯왕의 ‘영아 학살’ 순간을 그린 그림이다. 성서에는 예수님이 베들레헴에서 태어났을 때 그 당시 지배자인 헤롯왕이 자신의 지위를 위태롭게 여겨 사람을 보내어 두 살 이하의 아이들을 다 죽였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탐욕에서 비롯된 학살을 바로크시대의 화가인 페테르 파울 루벤스 Peter Paul Rubens가 1609~1611년 사이에 그린 것이다. 총 8명의 응찰자 중에서 550만 달러 이상을 부른 한 명의 전화 응찰자와 세 명의 공개 응찰자가 경합을 한 끝에 영국의 기념품 전문 딜러인 샘 포그가 낙찰받았다.

추측에 근거한 보도에 따르면, 포그에게 응찰을 의뢰한 사람은 전 런던지부 <타임스> 소유주였던 캐나다 컬렉터 데이비드 톰슨으로 폴게티 미술관을 비롯한 몇몇 미술관보다 가격을 높게 불러 이 작품을 소유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 소장자는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89세의 오스트리아 여성으로, 그녀는 1923년에 유산으로 이 작품을 물려받았지만 작품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 오스트리아 북부 라이허스베르크에 위치한 수도원에 빌려주었다고 한다.

경매사 소더비의 플랑드르&네덜란드 미술 전문가인 조지 고든은 이메일로 본 이 작품의 이미지만으로 대단한 작품이라고 판단하고 이 작품을 직접 보려고 수도원을 방문했다. 이 작품은 손전등으로 비춰봐야 할 정도로 어두운 곳에 걸려 있었다. 고든은 이 작품을 거의 같은 시기에 그려졌으며, 똑같은 특징을 지닌 플랑드르의 대가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와 비교했다. 그는 이 작품이 진짜 루벤스의 작품인지를 검증하기 위해 런던, 옥스퍼드, 앤트워프에 있는 저명한 루벤스 학자들에게 보여주었고, 그들 모두는 이 작품이 루벤스가 그린 작품이라고 동의했다. 소장자에게 사랑 받지 못하고 수도원 한구석에 방치되어 있던 작품이 미술사에 길이 남을 대가가 그린 명작으로 판명된 것이다. 더불어 세계적인 경매사에 출품되어 올드 페인팅 분야에서 최고의 낙찰가를 기록했다. 그림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이러한 그림을 둘러싼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우리를 더욱 매혹시킨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먼저 미술품에 전혀 무지한 사람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작품을 가지고 있다가 대가의 작품으로 판명 나서 일확천금을 거머쥐는 경우가 있고, 전문가가 대가의 작품일 것으로 보이지만 확증이 없는 작품을 구매한 후 대가의 작품임을 밝혀내는 경우가 있다. 실례로 한 컬렉터가 최영림의 작품인 줄 알고 100만 원 정도에 목판화를 구입했다가, 이 작품을 되팔려고 알아보니 그 작품이 최영림의 스승이자 일본의 대가인 무나카타 시코(棟方志功)의 작품임이 밝혀져 1억 원에 달하는 가격에 되판 일도 있었다. 후자에 해당하는 실례는 전해진다는 뜻인 ‘專’이 붙은 작품을 구매한 후 ‘專’이 아닌 원작임을 밝혀내는 경우인데, 예를 들어 단원 김홍도나 혜원 신윤복의 ‘전 단원’ 혹은 ‘전 혜원’ 작품이 단원이나 혜원의 작품으로 탈바꿈하는 경우가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학술적인 연구를 위해 산 작품이 진품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순전히 일확천금을 노리고 이런 방식으로 그림을 사는 것은 매우 무모하며 위험한 일이다.

미술 시장의 법칙

작가 | 이호숙

출판 | 마로니에북스

책으로 꾸민 초록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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