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수必모] '배운 변태' 박찬욱 필모 정복

드라마계 '배운 변태'가 신원호라면 영화계 대표 배운변태는 단연 박찬욱이다. 대사, 미장센, 음악과 음향, 카메라 워크까지 의도한 텐션을 '뽑아내는' 능력이 가히 '변태스러울' 정도다.

박찬욱의 '옳은 변태력'이 극강에 이른 또 하나의 영화가 개봉했다. 김민희의 탄성이 절로 나오는 나른한 연기와 여러모로 반전이 있는 김태리, 그리고 '찌질함'으로 무장한 하정우, 조진웅이 모인 '아가씨'가 그것이다.

'아가씨'로 인해 박찬욱 월드가 궁금해진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단편, 장편을 합쳐 19편에 이르는 박찬욱 감독의 연출작 중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하고 비교적 무난하게(?) 볼 수 있는 필모그래피를 정리해봤다. 필수필모, 박찬욱 편이다.

* 작품은 개봉 시기순으로 나열하지 않았다.

* 작품 속 여성 캐릭터를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감상법이다.

* 작품 나열 순서와 추천 관람 순서는 일치하지 않는다. 취향에 맞는 작품부터 보면 된다.

* 브랜드, 지방자치단체와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작품은 제외했다.

# 올드보이

'박찬욱=올드보이'를 자동연상하는 이들이 상당할 것이다. 아마 칸국제영화제 수상작이라는 정보를 더 크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고. 여하간, 유명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그 어떤 필모그래피도 보지 않았다면 '올드보이'부터 볼 것을 추천한다.

15년 동안 사설 감옥에 갇혀 있던 남자 오대수(최민식 분)가 탈출 후 자신을 가둔 자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그렸다. 동명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사실 설정만 빌려왔을 뿐 디테일은 전혀 다르다.

명대사가 굉장히 많은데, 그를 가뒀던 우진(유지태 분)이 하는 말이 관객의 뇌를 특히 자극한다. "왜 가뒀는지가 아니라 왜 풀어줬는지를 생각하라." 그렇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세치 혀의 무게와 결국은 누구도 유쾌하지 못한 복수의 쓴맛이 화면을 뚫고 고스란이 전해진다. 120분 동안 지루할 틈이 없다.

에너지가 넘친다. 2003년 개봉작이지만 지금봐도 촌스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의 배우로서 매력이 최대치로 발휘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공동경비구역 JSA

잔혹한 묘사에 약하다면 '올드보이'보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먼저 볼 것. 박찬욱 감독 연출작 중 몇 안되는(?) 15세 관람가 영화다. '달은...해가 꾸는 꿈'과 '삼인조'로 흥행면에서 연속으로 쓴맛을 봤던 박찬욱 감독에게 처음으로 흥행의 단맛을 안겨준 작품이다(서울에서만 약 250만 명이 관람했다).

공동경비구역 내 북측 초소에서 북측 초소병 정우진(신하균 분)이 총을 맞고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중립국 감독 위원회 책임수사관 자격으로 한국에 온 한국계 스위스인 소피(이영애 분)는 남한의 이수혁(이병헌 분)과 북한의 오경필(송강호 분)를 만나며 사건 정황을 조사하고, 이들은 상반된 주장을 내놓는다. 관객들은 소피의 시선으로 사건의 진상을 점점 알아가고, 소피가 느끼는 복잡한 감정에 물든다.

장르를 정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어찌보면 전쟁의 한가운데에 있기도 하고, 휴먼코미디의 성격도 있으며, 동시에 미스터리 스릴러 같은 느낌도 든다. 분단이라는 현실을 정치적으로도, 심정적으로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건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 캐스팅이 확장되는 프로세스다. 이병헌은 '쓰리, 몬스터'로, 송강호는 '박쥐'로, 이영애는 '친절한 금자씨'로, 신하균은 '복수는 나의 것'으로 박찬욱 월드를 확장했다.

# '친절한 금자씨'

'아름답다'는 말과 '잔혹하다'는 말이 공존하는 묘한 영화다. 금자 역을 맡은 이영애도 아름답고, 기괴할 정도로 인위적인 미장센도 아름답다. 금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지만, 정말이지 입체적인 캐릭터다(영화를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될 것이다).

스무 살에 죄를 짓고 감옥에 가게 된 금자는 너무나 아름다운 외모로 유명세를 치른다. 13년 동안 천사처럼 복역한 금자는 출소 후 치밀하게 준비해 온 복수 계획을 실행한다. 매사 친절한 자세로 자신의 사람으로 만든 교도소 동료들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도 20~30분 동안이나 진행되는 복수의 과정은 속이 시원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답답함이 몰려오고, 보는 이를 지치게 한다. 금자의 복수를 두고 관객들은 여러가지 평가를 내린다. 작업(?)을 마친 후 흘리는 금자의 눈물은 관객 개개인의 이해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올드보이'의 몰아치던 느낌과는 다른 톤으로 진행된다. 고로, '복수 3연작'으로 묶여있을 지라도 '올드보이'를 기대하며 '친절한 금자씨'를 관람해서는 안된다.

# 복수는 나의 것

거칠다. 시기 상 '공동경비구역 JSA'보다 이후의 작품이지만 더 거칠고 날 것의 느낌이다. 피해자는 가해가자 되고, 또 다른 피해자는 복수를 위해 또 다른 가해자가 된다. 그렇게 돌고 도는 복수는 누구에게도 해피엔딩을 안겨주지 못한다.

청작장애인인 류(신하균 분)는 누나의 신장이식을 위해 장기밀매단과 접촉하고 사기를 당한다. 수술을 위해 필요한 돈을 구하기 위해 류의 여자친구 영미(배두나 분)는 아이를 유괴하자고 제안한다. 아이를 절대 해치지 말고 돈만 받고 바로 돌려주자고. 이것은 착한 유괴라고. 아이와 돈을 교환하기로 한 날, 누나는 자살을 하고 아이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로 죽게 된다. 그렇게 류의 '착한유괴' 계획은 틀어져버리고, 딸을 잃은 동진(송강호 분)은 복수를 결심한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3연작 중 가장 찝찝하게 마무리되는 듯 하지만 의외로 웃음이 터지는 부분도 있다. 영미가 류를 설득하는 과정은 한 편의 콩트를 보는 것 같다. 묘사와 수법이 꽤 잔인해 보기 불편했다는 평가도 많다. 잔인함에 대한 역치가 낮은 사람은 굳이 찾아보지 않는 것을 추천.

# 박쥐

'박쥐'를 처음 봤을 때 받은 인상은 '만화같다'는 것이었다. 일상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뱀파이어를 다루고 있지만 비장하거나 고고하지 않다. 살인, 불륜, 도박, 거짓말 등등 온갖 비도덕적 욕망들이 드글거리는데 이 중심에는 성직자가 있다. 심각한 상황인가 싶으면 웃음이 터지지만, 가볍게 웃어 넘기기에는 또 가볍지 않다.

병원에서 근무하던 신부 상현(송강호 분)은 백신개발 실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감염으로 죽음에 이른 상황에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받아 기적적으로 소생한다. 그 피로 인해 뱀파이어가 된 상현은 피에 대한 갈망을 내리 누르며 선한 삶을 이어간다. 어린 시절의 친구 강우(신하균 분)와 그의 아내 태주(김옥빈 분)를 만나게 된 상현은 태주와 위태로운 사랑에 빠지게 되고, 태주는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남편을 죽이자며 상현의 신념을 흔들리게 한다.

'올드보이'에 비해 전폭적인(?) 호평을 받았던 작품은 아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 호불호가 가장 크게 갈리는 작품으로 보이기도. 개인적으로 '박쥐'의 미덕은 김옥빈과 기괴한 미장센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도 아닌 것이, 현대도 아닌 것 같은 공간과 의상, 그리고 강우(신하균 분)에 대한 죄책감이 표현된 베드신(큰 돌을 얹고 두 사람 사이에 끼어 있는 강우)이 압권이다.

김옥빈이 연기한 태주는 퇴폐미와 어린아이 같은 면모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복잡한 캐릭터다. '얼짱' 꼬리표를 달고 있었던 김옥빈이 태주를 만나며 비로소 배우가 됐다고 느꼈다. 김옥빈은 '박쥐' 개봉 당시 김옥빈은 만 22살이었다. 새삼 놀랍도다.

# 스토커

박찬욱 감독의 첫 번째 할리우드 영화. 그럼에도 한국에서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다(전국 37만 명) 최근작인만큼 일단 매끈하고, 굉장히 예민한 연출이 돋보인다. 가벼운 유희를 위해 감상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대신 넘쳐나는 상징을 찾아가며 초 집중해 감상하고 싶다면 이만한 작품이 없을 것이다.

18살 생일, 갑작스런 사고로 아빠가 세상을 떠나고, 존재도 몰랐던 삼촌 찰리(매튜 구드 분)가 스토커가(家)에 찾아온다. 인디아는 친절한 찰리를 경계하면서도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며 그에게 이끌린다. 찰리와 가까워지며 인디아는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무언가를 깨닫게 된다.

수많은 은유가 등장하는 작품이다. 인디아의 성장을 표현하는 여러가지 메타포들이 있는데, 이왕이면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다른 이들의 설명 없이 보길 바란다. 영혼을 갈아넣을 듯한 미술이 이런 상징들을 극대화 한다. 대사보다는 상황과 구도, 카메라로 느낌을 전달하는데, 특히 찰리와 인디아의 피아노 연주신은 어떠한 노출도 없이 강렬한 성적 텐션을 만든다(내가 변태인건가...).

# 달은...해가 꾸는 꿈

솔직히 말하면 안봤으면 좋겠다. 박찬욱의 첫 상업 연출작이라는 의미가 있긴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시간과 돈을 들여 감상하기엔 다른 작품들에 비해 실망스럽다. 굳이 보고 싶다면 박찬욱의 데뷔작이 보고 싶다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자.

배다른 형제인 하영(송승환 분)과 무훈(이승철 분)은 각각 사진작가, 건달로 성장한다. 보스의 애인인 은주(나현희 분)와 은밀한 관계였던 무훈은 이 사실이 발각되고 탈출을 감행하지만 은주는 붙잡혀 사창가에 팔려간다. 하영의 스튜디오에서 은주의 사진을 발견한 무훈은 은주를 구해내고, 하영은 은주의 재능을 간파하고 모델일을 권한다.

익숙한 이름이 보일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이승철 맞다. 부활의 보컬이었던 바로 그 이승철.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이승철의 주연 출연작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승철만 더빙으로 후시 녹음을 했다는 것. 여러모로 혼돈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사진='아가씨', '올드보이', '공동경비구역 JSA', '친절한 금자씨', '복수는 나의 것', '박쥐', '스토커', '달은...해가 꾸는 꿈' 스틸

안이슬기자 drunken07@news-a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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