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딸 불합격시키겠다 ㅋㅋ” 강남 입시상담사의 문자

부산에 사는 이모(49·여)씨는 지난달 19일 딸(20)을 데리고 서울 강남까지 대학입시 상담을 받으러 갔다.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딸이 국내 어느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강남’은 정보가 많고 상담도 전문적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인터넷 블로그를 보고 찾아간 도곡동의 한 입시상담소에선 ‘스펙’(자격 요건)과 관련 서류를 준비하라는 등 일반적 안내만 하는 수준이었다. 원장 A씨는 “당장 학교를 결정하기 어렵다. 그런 건 몇 백만원을 내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이씨가 받은 상담은 시간당 15만원이었다.


이씨가 “학교 입시설명회에서도 이 정도는 들을 수 있다. 이런 얘기는 주부도 한다”며 ‘부실 상담’을 따지자 A씨는 짜증을 내며 “그만할 테니 가라”고 했다. 자료도 주지 않느냐는 불평에는 “어차피 애가 못 가는 대학인데 줘봤자 뭐 하느냐”고도 했다. 이씨가 “이거 사기 아니냐”고 되받자 A씨는 “이 아줌마가 미쳤나”라며 고함을 질렀다.


본격적인 막말은 이씨가 상담비 지불을 거부하고 상담소를 나간 뒤부터 시작됐다. A씨는 이씨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수십 통을 보내 욕설을 퍼부었다. ‘개××’ ‘×양아치×’ 같은 표현을 서슴지 않았고 ‘(당신 딸) 불합격시켜야지 ㅋㅋㅋ’라며 조소 섞인 협박도 했다.


이씨가 경찰에 신고한 뒤에는 ‘감히 신고를 해’ ‘대학 지원하지 않는 게 좋을 걸. (대학에) 다 통보할 거다’ ‘니 딸까지 고소해서 경찰서 들락날락하게 해줄게, 개×아’라는 문자를 보냈다. ‘니 ×이랑 니 딸이랑 진짜 찾아가서 가만 안 놔둔다’고도 했다. 부산 남부경찰서로부터 피의자 조사를 위탁받은 서울 수서경찰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불량 입시상담’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입시철이 다가올 때마다 ‘주의보’가 내려진다. 서울 강남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입시요강이 워낙 다양해져 입시상담소를 찾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 보니 (부실 상담으로 피해를 봤다는) 민원도 많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이모(19)씨가 지난해 7월 대형 학원에서 받은 수시입시 상담도 부실했다. 미리 약속을 잡고 자료를 보낸 뒤 상담하러 갔지만 상담사는 “파일을 이제 봤다”며 그제야 컴퓨터에 성적 등을 입력했다. 30분을 허비한 뒤 들은 얘기는 입시자료집을 그대로 읽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상담사는 한 시간이 되자 “끝났다”며 일어섰다.


‘전문 입시상담’을 한다면서 교육 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불법 영업도 숱하다. 이씨가 찾았던 도곡동의 입시상담소 역시 무등록 업체였다. 지난달 26일 불시 점검을 나간 강남교육청 직원에게 A씨는 “나는 민간인인데 단속당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며 버텼다고 한다. A씨는 오피스텔에 책상을 놓고 혼자 원장 겸 상담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는 과거에 무등록 영업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단속 직원에게 말했다.


자칭 ‘입시 전문가’들이 무등록 영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단속의 한계 탓이 크다. 무등록 영업 사실이 확인되면 경찰에 형사고발을 하지만 상담이나 교습이 이뤄지는 현장을 직접 적발하지 못하면 사실상 아무 조치도 하지 못한다. 현장에는 꼭 학생이 있어야 하는데 그 자리에서도 입시 얘기가 오간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소용없다. 이런 이유로 강남교육청은 A씨에게 어떤 처분도 내리지 못했다. 스스로 ‘대치동 1등 입시 컨설팅 업체’라고 소개한 이 상담소 블로그에는 단속을 받은 날에도 버젓이 홍보 글이 올라왔다.


근본적 문제는 낮은 자격 기준과 부실한 관리 체계다. 입시상담소와 상담사는 따로 관리되지 않고 각각 ‘학원’과 ‘강사’로 분류된다. 입시상담사는 강사와 마찬가지로 전문대 졸업 이상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전문성을 담보할 만한 자격을 크게 요구하지 않는 셈이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쉽게 할 수 있다 보니 매출 올리는 데만 혈안인 컨설팅 업체들이 우후죽순 난립하고 있다”며 “전문적 조언을 하는 상담사 중 이렇게 자격 요건이 낮은 건 입시상담사가 유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부실 상담 피해는 학생에게 돌아간다”며 “제대로 된 상담이 이뤄지도록 자격 요건과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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