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서울 25시, 夜 (5)

제1화 이노베이션 러브 〈5〉

죽순이가 앉은 자리에서 눈을 지그시 감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어깨를 흔들었다. 백천길의 눈에는 죽순이가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윤수일이 들어가고 그룹사운드가 나왔다. 드러머가 자리에 앉자마자 요란하게 드럼을 두들겼다. 여자 리드싱어가 어쿠스틱 기타를 치면서 영화 ‘토요일 밤 열기’의 배경음악 ‘스테잉 얼라이브’를 부르기 시작했다. 누드쇼를 할 때는 양주만 홀짝거리던 죽순이의 눈이 반짝 빛났다.

“우리 춤추러 나갈까요?”

“나, 추, 춤 못 추는데.”

백천길은 전문대학 다닐 때 축제나 모꼬지를 가서 고고를 춰 본 적은 있지만 요즘 유행하는 디스코는 단 한 번도 춰 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여자와 단둘이 춤을 춰 본 적이 없었다.

“간단해요. 번갈아 가면서 손가락으로 하늘만 찌르면 돼요.”

죽순이가 백천길의 손을 잡고 댄스플로어로 나가, 귀를 울리는 음악 때문에 고함을 지르듯 말했다. 백천길은 디스코는 처음이다. 하지만 눈썰미가 있어서 금방 따라 출 수가 있었다.

디스코가 끝나자 끈적끈적한 색소폰 선율이 흐르기 시작했다. 번개가 몰아치듯 번쩐번쩍거리던 사이키 조명이 꺼졌다. 대신 푸른 구름이 흘러가는 조명이 댄스플로어에서 강물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우리 춤춰요.”

죽순이가 손으로 나팔을 만들어 백천길의 귀에 대고 큰소리로 말했다.

“나, 블루스 못 추는데….”

“나만 따라 하면 돼요.”

죽순이가 땀을 닦으며 자리로 돌아가려는 백천길의 손을 잡아끌었다. 백천길이 놀랄 틈도 없이 품에 착 안겨 들었다. 무대에서는 ‘적과 흑의 블루스’가 흘러 나왔다.

백천길은 블루스는 난생 처음이다. 눈썰미로 대충 이리저리 발을 옮기는데 죽순이가 하체를 밀어붙였다.

‘뭐, 뭐지….’

백천길은 그제서야 죽순이의 하체를 바라봤다. 넓적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그놈이 주책없이 자꾸 용을 쓰던 중이다. 죽순이의 하체에 닿는 순간 부르르 몸이 떨렸다. 얼른 엉덩이를 뒤로 뺐다.

“오늘 올나이트?”

“좋…지.”

죽순이가 눈을 감으며 백천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백천길은 향수 냄새가 코를 찌르는 순간 정신이 몽롱해졌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온몸을 부르르 떨며 죽순이를 꽉 껴안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죽순이가 백천길의 목을 껴안고 입술을 더듬었다.

“미, 미안해.”

백천길은 죽순이의 젤리 같은 입술이 와 닿는 순간 그놈이 주책없이 죽순의 하체를 찌르기 시작했다.

“뭐가요?”

죽순이가 백천길의 그놈을 밀어붙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문지르며 속삭였다.

“그냥.”

백천길은 죽순이가 문질러대는 통에 견딜 수가 없었다. 죽순이를 꽉 껴안고 색소폰 선율에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열에 일곱 커플은 여자를 품에 껴안고 몸을 비비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떠 보니 호텔이다. 혼자가 아닌 여자가 옆에 누워 있었다. 깜짝 놀라서 얼굴을 바라봤다. 어젯밤 나이트클럽에서 부비부비를 하던 죽순이다. 발그스름한 얼굴로 자고 있다.

언제 했지?

죽순이의 젖가슴 계곡이 이불 밖으로 살짝 드러났다. 얼른 이불을 들추고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그놈이 저 밑에서 등대처럼 발딱 서 있다. 죽순이와 섹스를 했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그 황홀했을 섹스를 언제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

우울한 추억은 빨리 잊어버리고 첫 섹스의 달콤한 기억은 평생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어제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머리만 지끈거린다. 목은 타고 배는 쓰리다.

어제 술을 얼마나 마셨지?

네 명이서 맥주를 스물네댓 병 마신 것 같다. 화장실을 발이 닳도록 다니며 양주를 세 병쯤 마셨나? 가수들이 노래를 부를 때 죽순이 허리에 팔을 두르고 젖가슴을 조몰락거렸던가? 어찌 생각해 보면 스커트 안을 더듬어서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는 거길 만지려고 했던 것 같기도 했다.

아! 미치겠네.

기억을 더듬을수록 짜릿했을 기억은 저만큼 도망을 갔다. 그 대신 이불 속에서 단단히 벼르고 있는 그놈이 밥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잠자고 있는 죽순이 위로 확 올라가 버려?’라는 생각으로 실눈을 뜨고 바라봤다.

“어머, 일어났어요?”

죽순이가 코맹맹이 소리를 하며 눈을 떴다. 백천길이 놀란 입을 다물 사이도 없이 손을 잡아끌었다. 그냥 잡아끌기만 한 것이 아니다. 반듯이 누우면서 자기 배 위로 끌어당겼다.

“음…어제 너무 좋았어요.”

여관에 소주도 아니다. 관광호텔에서 잠을 자고 어젯밤에 와인까지 마셨다. 게다가 테크닉도 좋았다. 충분히 아침 섹스를 즐길 만한 조건이라는 생각에 백천길의 목을 껴안았다.

백천길은 신기하게도 어제 마신 폭탄주의 숙취가 하얗게 사라졌다. 대신 야성의 욕망이 말갈기를 세우고 뜨거운 사막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백천길은 난생 처음 맑은 정신으로 햇살이 눈부신 오전에 매끌매끌하고 뜨겁고 부드럽고 촉촉한 여자 배 위로 올라갔다.

“우리 화끈하게 즐겨요.”

“그, 그러자고.”

한만수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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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4시, 야(夜)' 전편 감상하기 ⇒ http://bit.ly/1tb547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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