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이스라엘의 종말

제목이 거창한데, 사실 어지간한 나라 모두에게서 보이는 트렌드라 할 수 있다. 곳간에서 인심이 날 일인데, 곳간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지 않으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패를 나누고, 의견이 다른 상대방에게 점점 자제력을 잃는다는 의미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을 이해하려면 물론 유대인-아랍인의 구분 외에, 유대인들 간의 구분도 필요하다. 그래야 모두가 자신만의 의견을 갖고 있다는 유대인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정착한 유대인을 크게 셋으로 나누면 아슈케나짐과 셰파르딤, 미즈라힘으로 나눌 수 있다.


이거 무슨 음모론 얘기가 아니다. 아슈케나짐은 독일-동유럽-러시아, 셰파르딤은 이베리아-북아프리카, 미즈라힘은 중동의 유대인을 가리킨다. 문제는 이스라엘의 건국을 아슈케나짐이 주도했었고, 그때문에 그간의 이스라엘은 아슈케나짐 식의 문화가 이끌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게 뭐가 문제인데?


이스라엘의 창업자(…) 다비드 벤-구리온은 살짝 좌파 성향이었다. 하지만 그가 손댔던 정당들이 모두 현재 이스라엘 주요 정당의 뿌리에 해당되는데, 그게 바로 노동당과 리쿠드이다.


그리고 벤-구리온을 따라 아슈케나짐들은 주로 좌파 쪽에 포진했다(전부가 그랬다는 말이 아니다). 게다가 이스라엘 초기부터 70년대까지, 정확히는 욤-키푸르 전쟁 때(1973)까지 아슈케나짐의 좌파가 이스라엘을 집권했었다.


하지만 욤-키푸르 이후, 메나헴 베긴(그도 아슈케나짐이기는 하다)은 셰파르딤들을 이끌고 연합당, 히브리어로 리쿠드를 만들어 집권에 성공한다. 그때 이후로 아슈케나짐과 셰파르딤 간의 갈등, 그리고 그 사이에 낀 미즈라힘들의 개입을 이스라엘 정치 현대사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집권에서 배제됐던 셰파르딤은 이스라엘의 각 종교 정당들과 연합을 추구했고 그 정점에 오른 인물이 바로 현재 총리인 네타냐후라 할 수 있다(네타냐후 자신은 아슈케나짐이다).


네타냐후는 리쿠드의 집권을 위해 중도파와도 연합을 맺은 적이 있지만, 결국은 우파-정통유대인파의 정권을 힘겹게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외부의 도움도 있었다. 아랍의 봄(?)과 ISIS의 탄생이다. 이때 미국이 보여준 자세 때문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러시아와 함께 미국을 제일 신뢰하지 않는 나라 반열에 들어갔고, 네타냐후는 대놓고 밋 롬니를 지지하기도 했었다.


팔레스타인도 네타냐후를 돕기는 마찬가지. 돌이나 던졌던 민중봉기와 PLO의 참여로 동정을 이끌어냈던 인티파다는 이제 사라졌다. 가자에서 쏟아내는 로켓과 버스 안을 뛰어들어가는 자살폭탄은 확실히 좋은(…) 인상을 심겨줬기 때문이다.


네타냐후의 정적(!?)이자 파트너인 아옐레트 샤케드(참조 1) 법무부 장관이나 미리 레게브(Miri Regev) 문화부 장관, 납탈리 베넷(Naftali Bennett) 교육부 장관이 네타냐후 정권의 상징이랄 수 있을 텐데, 공통점은 이스라엘 퍼스트, 종교 우선, 유대인 우선이다. 샤케드 장관이야 참조 링크를 보시면 알 수 있고, 레게브는 정통 셰파르딤이다. 이 한 마디로 끝(참조 3).


납탈리 베넷의 경우는 좀 흥미롭다. 미국 유대인의 아들로서 스타트업 전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하자면 “스타트업 국가”로서의 이스라엘을 이끌어갈 네타냐후 꿈나무이다. 그는 교육부 장관으로서,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이 사귀는 내용의 소설을 학교 권장도서에서 “삭제”했다.


이게 다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이를테면 최근, 국방부 장관 교체 건도 마찬가지이다. 올해 3월 이미 쓰러진 팔레스타인 용의자를 다시 한 번 확인사살하는 영상을 Haaretz에서 공개한 바 있다(참조 5).


모셰 얄론 당시 국방부장관은 법적 절차에 따른 조사를 강조했으나, 극우로 채워진 네타냐후 총리는 물론 전 내각이 확인사살한 병사를 옹호했다. 일반 여론은 어땠을까? 68%가 병사 편이었다. 57%는 동 병사의 형사처벌에 반대했고 말이다.


졸지에 전쟁영웅 모셰 얄론은 극좌로 몰렸고, 결국은 지난달에 사임했다. 그만큼 이스라엘 사회가 비-관용적인 사회로 바뀌었다는 의미다. 벤-구리온이 만들었던 이스라엘이 이제는 많이 바뀌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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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아옐레트 샤케드(2016년 1월 31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3828060244831 기사에 나온 NGO 법안은 아직 통과 안 됐으며, 요새는 보수파 대법관 임명을 위해 노력중이다.


2. 유태인국가 이스라엘?(2014년 5월 5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2353710039831


3. 문화부장관으로서(…) 클래식 음악을 안 좋아하고 체홉을 안 읽었다고 당당히 말했다. 단순한 취향 고백이 아니다. “거만한” 아슈케나짐의 문화를 거부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4. 사실 아슈케나짐이나 셰파르딤 등의 구분으로 성향을 판단하는 것은 별로 유용하지 않다. 뿌리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했을 뿐이며, 이스라엘의 정치 스펙트럼은 대단히 넓다. 가령 위에 나온 네타냐후와 샤케드, 베넷은 모두 아슈케나지이지만, 성향은 리쿠드 계열 극우파에 가깝다.


5. Video Shows Israeli Soldier Shooting Subdued Palestinian Attacker in Hebron: http://www.haaretz.com/israel-news/.premium-1.71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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