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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대본을 쓴 영화 ‘선스프링(Sunspring)'을 미국 IT매체 ARS테키나가 9일(현지시각) 유튜브에 공개했다. ▲대본을 쓴 AI ‘벤자민’은 알파고와 마찬가지로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 주간지 슬레이트는 9일 “벤자민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영화의 대본 수십 편을 읽었다”고 했다. ▲영화는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SF 48시간 영화제’에서 10위 안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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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맞아.”
“그럼, 뭐 하는거야?”
“너한테 솔직하게 말하기 싫어.”
“넌 의사가 될 필요 없어.”
“잘 모르겠는데. 네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나도 네가 보고싶어.”
“무슨 말이야?”
“네가 날 건드리지도 못할 거라고 확신해.”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정말로 무슨 말인지 모를 대화가 이어진다.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대화를 하는 남녀는 심각한 얼굴이다. 단편영화의 한 장면이다. 이 영화의 대본을 인공지능(AI)이 썼다.
빠진 단어 찾아내 스스로 문장 만들어
예를 들어 “삶의 의미는(The meaning of life is)”이란 불완전한 문장을 벤자민에게 입력한다. 그럼 벤자민은 긴 문장을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 예를 들면 “삶의 의미는 적절한 형태의 완벽한 상태로, 적절한 형태란 인생과 힘과 프라이드를 이야기의 정확한 상황 속에서 소유한 결과를 그린 시(詩)를 뜻하고, 그 시의 결과란…”과 같은 문장이다. 굿윈은 “전후 상황을 설정해주면 좀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문장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굿윈은 “LSTM-RNN 알고리즘은 AI 기술 ‘딥러닝’의 한 부분을 구성한다”고 했다. 이세돌 9단과의 바둑대결에서 이긴 구글의 AI 알파고가 바로 딥러닝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딥러닝 기술은 AI가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게 한다. 벤자민도 마찬가지다.
“이해하기 힘든 문장이 많았다”
감독을 맡은 샤프는 ARS테키나에 “벤자민이 쓴 대본은 이해하기 힘든 문장들이 많았다”며 “나는 이 문장들을 ‘어두운 미래 세계에서 일어난 살인과 로맨스’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ARS 테키나는 “영화에 출연한 배우 3명은 대본을 읽고 감정과 몸짓을 떠올려 연기했다”고 했다.
이 9분짜리 영화는 우주정거장으로 보이는 공간에서 시작된다. 금색 재킷을 입은 남자와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여자 1명이 있다. 이들은 삼각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갑자기 공간이 연구실로 바뀐다. 금색 재킷의 남자 앞에 검은 정장의 남자가 쓰러져 있다. 이후 영화는 여자의 독백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제에서 10위권에 들어
벤자민의 작품은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SF 48시간 영화제’에 출품됐다. 지원 조건은 48시간 내에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슬레이트는 “이틀에 걸쳐 제작된 선스프링은 영화제의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10위 안에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대본의 내용이 훌륭해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할 수는 없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스토리가 엉성하기 때문이다.
반면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씨넷은 “만약 대본을 누가 썼는지 모르고 본다면 이 영화는 아방가르드(혁신적 예술을 지향하는 작품이나 경향)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했다. 유튜브에선 “뭔가 심오하다” “몇천만 달러를 들인 할리우드 졸작들보다 낫다” 등의 평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