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en Camino #24. 작은 마을 Ages

07 / 06 / 2014 (Day 11) Belorado -> Ages

아침은 정말이지 너무 진수성찬이었다. 접시가 개인당 준비되어 있고 초코우유, 커피, 빵, 햄, 치즈 등 왠만한 것들은 다 준비 되어있었다.

다 정말 좋았는데, 사실 밤을 설쳤었다. 나는 생각보다 잠자리에 정말 예민한 편인데 누군가 정말 심하게 코를 골아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만났던 토마스도 잠을 거의 자지 못한 눈빛이었다.

"토마스... 혹시 너도 코골이 때문에???"

라고 물었더니 무언의 끄덕임...

아하...

가끔 엄청난 코골이 상대를 만나게 되면 정말정말 피곤하다. 내게는 늘 비상용 귀마개가 있긴 했지만 코골이 금방 줄어들겠지 싶어 하지 않았었는데... 다음부터는 예방차원에서 미리 하고 자야겠다.

다시 숙소를 나서는 길. 프란체스카는 잠시 ATM 을 들러야 한다고 해서 나와 기봉이 먼저 출발했다.

이른 아침이라 조용한 동네. 그저 제비 소리만 메아리되어 마을을 메우고 있다.

기봉이와 나는 초반에 군대이야기를 실컷하며 길을 걸었다. 군 시절 작전 지도를 만들거나 편집하는 작전병이었다. 매일같이 지도(작전 요도)를 편집해서 A4로 지도를 뽑아 전지 사이즈로 만드는 작업을 수도 없이 했다. 지도를 하도 많이 보다보니까 이제 머리속에 GPS가 자리잡은 것 처럼 길도 참 잘 찾게 되었다. 까미노에서도 갈림길을 제대로 찾았었고, 미로가 계속되는 모로코 메디나에서도 머리속에서 작동하는 GPS를 꽤나 쏠쏠히 사용했었다.

6km 전방까지는 사진상과 같이 마을을 찾아볼 수 없다. 배는 고파오고 늘 오전 9시나 10시에 마시던 까페 콘레체를 마시지 못하니 금단증상이 슬슬 오는 것 같았다.

마침 마을이 보이기 시작해 빵과 까페 콘레체를 마시며 물도 한 잔 마시니 이제 좀 살 것만 같았다. 레스토랑 바 안에는 에밀리와 비올레타가 까페콘레체를 즐기고 있었다.

"여어!~ 다들 여기 있었구나!"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그러자 에밀리는 "이 마을부터 약 12km 정도는 지도 상에 아무 마을도 없으니 간단한 먹거리를 사두는게 좋을 것 같아"라고 충고를 한다.

마침 바 옆에 작은 슈퍼마켓이 있어 바게트 빵 큰 것과 치즈, 초리쏘(스페인식 염장햄)을 산다. 약간 냉장이 덜 된 것 같이 햄이 따듯했지만.. 염장이 되어있으니까 일단 먹어보자 싶었다. 마침 우리가 나가려던 찰나 예전에 만났던 미국 고등학생 3명을 만났다.

"너네들도 마을이 없다는 걸 알았나보군!" 눈으로 인사를 하며 서로 텔레파시가 통했음을 웃음으로 대신한다.

이 마을까지 오면서 조금씩 홀짝대던 레드와인이 없어진 물통에 이제 시원한 물을 가득 채웠다. 이제 앞으로는 계속되는 언덕과 숲을 지나야 한다.

원래는 수풀이 우거진 곳이 없었는데, 이제 제법 한국의 산처럼 수풀이 꽤나 우거져있다. 게다가 소나무도 있어서 마치 한국같다는 느낌이 든다.

날씨도 너무 좋아 걷기도 신바람이 난다.

늘 길에서 함께 다니는 기봉, 그리고 프란체스카가 앞장서서 걷는다. 그늘이 있는 상태에서 걷는건 정말 행복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걷다보면 참 사소한 것이 감사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숲을 지나면 이렇게 쉴 수 있는 공터가 나온다. 마침 벤치에서 쉬고 있는 존과 토니, 그리고 토마스가 있다. 그리고 예전에 만났던 이탈리안 엉클들도 다시 만나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이 다음의 길은 혼자 걸어본다. 또 여러가지 생각들을 끄집어 낸다.

나. 그리고 모두. 지금까지 일어났던 사건들과 인연들을 다시 떠올리면서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깨닫는다.

그리고 내가 이 길에서 구하려고 하는 답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본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왜 까미노를 하려고 하는지, 무엇을 위해서 하는지. 혹시 내가 한계에 도전하기 위해서인지 많은 순례자들이 나를 만날 때마다 묻지만 늘 그 이유는 너무나 다양하고 늘 달라져있다.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딱히 큰 이유나 포부는 없었다. 그냥 내 이십대를 마무리하고 싶었던 곳이 까미노였기 때문이다. 뭔가 답이 생길거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는데 예전 EL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기대마저도 접었다.

바람이 살랑대는 초원을 걷는다. 지금까지 얼마나 걸었지? 고작 2주다. 앞으로 걸어야 하는 날은 2주보다 훨씬 더 많이 남았다.

12km 의 끝에는 작은 마을이 하나 있는데 그 초입에서 아까 만났던 비올레타를 만났다.

"용케도 12km 걸었네! 다음 마을에서 좀 쉬자. 목말라 죽겠어"

마침 도착한 마을은 지역민 축제같은게 한창이다. 나팔을 불고 바비큐를 준비하고 모든 마을사람들이 다 밖에 나와있거나 다른 마을들에서 버스를 타고 찾아오는 것 같다. 마침 마을에 도착했더니 알베르게에서 나오는 고프로를 차고 다니는 세르지오 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 여기 사람 같은데요?"라고 인사를 대신하니 오늘은 여기까지 걷고 쉴거라고 하며 여기는 하루 머무는데 하루 5유로라며 우리를 영업했다. 그런데 이런 북적함도 분명히 좋지만, 나는 비교적 조용한 마을에서 쉬는 것을 좋아하기에 다음 마을을 가려고 마음을 이미 정해둔 상태였다.

마을 중간까지 가보니 론이 기다리고 있었다. 론도 사실 영업 당했었는데 우리의 의중을 묻기 위해 우리를 1시간 30분이나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비올레타와 기봉, 프란체스카, 에밀리 모두 고민을 한 번 더 해보다가 우리는 조용한 곳에서 묵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고 다음 마을인 Ages 로 이동한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다보니 약간의 보카디요(스페인식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조금 떨어진 Ages 로 간다.

Ages로 가는 길은 엉클 론이 이렇게 앞장서서 간다. 가만보면 엄청 츤데레인거 같지만 영락없는 촌 아저씨로 나중에 론이 미국에 돌아가서 냈던 책을 보고 우리와 얼마나 함께 걷고 싶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고작 4km 를 걷자 드디어 작은 마을 Ages 에 도착했다. 작은 마을이라 알베르게(숙소)가 남아있을까 모르겠다.

반신반의하며 마을로 들어간다. 뭐 정 숙소가 없으면 다시 축제가 한창인 그 마을로 돌아가면 되니까.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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