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에세이] 오래 볼수록 예쁘다. 너도 그렇다

오래 볼수록 예쁘다. 너도 그렇다

뒤늦게 내 남편이 철이 들었다. 아니다. 뒤늦게 심봉사가 눈을 뜨듯 결혼 15년 만에 아내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 모양이다. 시도 때도 없이 “이렇게 예쁜데”, “당신이 예쁘니까 그런가보다”, “예뻐서 잘하나보다” 등등 모든 말의 어미를 ‘예뻐서’로 마무리한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이하여 진행되는 이번 기획전 <인형 꿈꾸다>에서는 19세기 말~20세기 초반에 유행하던 프랑스 패션을 선보인다. 인쇄물 위에 직접 옷감을 재단하여 당시 유행하던 복식을 덧붙여 개성 있는 액자를 만들었는데, 이를 '라 모드 일러스트레'라고 불렀다.

100여 년 전 고운 옷감과 섬세한 손길, 빛나는 아이디어로 제작된 인형 액자를 만나고 싶다면 9월 7일까지 경기여고 100주년 기념관 경운박물관을 찾아보자.문의 02 3463 1336

물론 이런 말에는 누구나 짐작하듯 그다지 아름다운 영혼이 담겨 있지 않다. 2% 담겨 있으면 많이 담았구나 할 정도? 하지만 진심이 어렸는가의 여부는 둘째 문제다. 이“예쁘다”는 말이 싫지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주 좋다.

“드디어 당신이 사람을 제대로 보기 시작했구나”, “이제야 알아차린 게 신기하다”라고 타박하지만 강산이 한 번 반은 바뀌었을 법한 지금 와서 말이라도 이렇게 하는 게 어딘가 싶어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까지 든다.

남편이 난데없이 나의 미를 찬사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드라마 <태양의 후예> 유시진 대위 덕분이다. 평소 TV 드라마와는 담을 쌓고 사는 남편이지만 타향살이 적적함을 호소하며 함께 보자는 나의 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브라운관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한국에선 일찌감치 종영이 되고 인터넷을 통해 결말까지 모두 알고 보는 싱거운 드라마지만, 그렇다고 유시진 대위의 매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꺅꺅 거리며 두 손을 모아 쥐는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던 남편은 드라마를 몇 번 보더니 '이제 모든 것을 다 파악했다'며 정색을 하고 물었다.

“여자들은 예쁘다는 말이 그렇게 좋아? 유시진이 딱히 하는 말이 없잖아. 예뻐서 그랬습니다, 예쁩니다, 뭘 하면 그렇게 예쁩니까? 이게 다잖아.”

남편 말을 듣고 보니 그렇다. 유 대위는 시도 때도 없이 여자 친구인 강모연 의사에게 예쁘다는 말을 남발했다. 물론 이 말을 던지는 티끌만 한 뉘앙스와 애티튜드의 차이가(말하는 남자의 비주얼도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느끼함과 가슴 떨림을 가르지만 어쨌든 “너 예쁘다”는 말을 듣고 “너 미쳤냐”고 맞받아칠 여자는 별로 없지 않을까.

더구나 그 말을 해주는 남자가 내가 좋아하는, 사랑하는 남자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나이 마흔을 넘어서야 여심을 홀리는 ‘매직워드’를 알게 되었다고 억울하다며 가슴을 치는 남편이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그리고 어찌되었든 그 매직워드를 나에게 남발해 주는 남편이 고맙다. 아직 초반이라 강약조절이 미약하여 시도 때도 없이 던지는 모양새가 어설프지만 그래도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실룩 올라가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문득, 반대로 나는 그에게 얼마나 멋지다고 자주 말해주었는지 되돌아보았다. 사람 마음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

나도 오늘부터 그에게 “잘생겼다”, “멋지다”, “최고다”를 남발해야겠다. 그의 무거운 어깨가 나의 ‘진심어린’ ‘매직워드’로 조금이라도 가벼워진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지 말입니까.

writer 유아정

아내 경력 15년, 기자 경력 18년의 프로 워킹맘이자 《그 여자의 출근 공식》이라는 책을 써낸 작가다. 최근다 바 건너 캘리포니아에 새로운 둥지를 틀고 제2의 신혼을 즐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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