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바닷가에 앉아 먼 곳을 바라 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아주 먼 곳을 보느라 눈이 멀것도 같았다. 발치로 파도가 밀려 들어왔다. 죽도록 사랑한 한 사람을 생각하다가 또 그럼에도 죽도록 사랑해야 할 한사람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당신은, 당신이 사는 집의 크기를 100이라고 한다면 나는 얼마쯤이었을까. 당신은, 당신이 알고 있는 가장 많은 숫자가 1000이라고 친다면 나는 그 가운데 얼마였을까. 당신은... 당신의 만 개쯤이나 되는 생각 속에 내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얼마 쯤이었을까. 이병률 산문집, '끌림'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