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3개월간 부산 지하철에는 출퇴근 시간 여성전용 칸이 시범운영된다고 합니다. 20년도 더 전에 서울에서도 시행된 적이 있었지만 당시에도 논란이 있어 폐지되었다고 하는데요. 일단 Ttimes의 기사를 먼저 살펴보시죠.
출퇴근길 지하철을 이용하는 일이 그리 많지 않지만 어쩌다가 타게 되었을 때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사회적 거리를 안쪽으로, 가족이나 연인에게나 허락되는 공간을 불특정 타인들과 공유하는 경험을 하게 되죠. 매일 경험하는 분들에겐 익숙한 일인지 몰라도 어쩌다 빼곡한 콩나물 시루같은 공간에 끼어버리면 참 난감합니다. 어쩌다 탔음에도 고의인지 아닌지 애매모호한 신체접촉은 일일히 언급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여성만 따로 탑승하는 칸을 만드는 것은 참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발상입니다. 발상을 그렇게 하려면 아예 세계 초유의 남녀칠세부동석 지하철을 만들면 어떨까요? 남자는 1-5량, 여자는 6-10량.. 이용성비에 따라 6:4나 7:3이 될수도 있겠구요. 해외 가십뉴스에 등장하기 딱 좋겠죠?
지하철 성추행, 치한 범죄는 우리나라 뿐만은 아닙니다. 가까운 일본에도 특히 동경과 사이타마현을 오가는 사이쿄센이라는 노선은 '치한선' '치한전차'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출퇴근 시간 치한범죄가 많이 일어납니다. 빽빽하게 사람이 가득찬 전철 안에서 불가피한 자극에 의해 성적 욕망이 생길수는 있겠지습니다. 몸이 자극에 반응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죠. 하지만 그 욕망을 넘어 타인의 신체를 동의없이 탐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게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겠지만요.
여성전용칸을 만드는 것 자체에 대해 행정편의적 발상이고 근본적으로 삐뚤어진 사고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렇다면 넌 어떤 뾰족한 수가 있니라고 대안을 요구받으면 저 역시 ....... 근본주의적인 답변밖에 할수 없는 상황이네요.
이래저래 서민들, 그중에서도 서민 여성들은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 White 혜연